‘IP 카메라’ 해킹해 사생활 훔쳐본 남성들

선명수 기자

반려동물 사이트 DB 빼낸 40대 등 10명 불법촬영 입건

“IP 카메라 이용 땐 기본 계정·초기 비밀번호 바꿔야”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수사관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반려동물 사이트 해킹 수법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청 사이버수사과 수사관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반려동물 사이트 해킹 수법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려동물 모니터링 중계사이트 등을 해킹해 회원들이 집 안에 설치한 IP 카메라로 타인의 사생활을 몰래 훔쳐보고 녹화한 남성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IP(Internet Protocol) 카메라는 인터넷과 연결해 PC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확인하고 저장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기다. 최근 가정용 폐쇄회로(CC)TV 용도로 널리 사용되는 IP 카메라가 보안 취약성 문제로 불법촬영 범죄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경찰청 사이버성폭력 수사팀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황모씨(45) 등 10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프리랜서 프로그래머인 황씨는 지난 9월 국내 한 반려동물 사이트의 회원 데이터베이스(DB)를 해킹해 1만5854명에 이르는 회원 정보를 빼내고 이 중 회원들의 IP 카메라 264대에 무단 접속해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거나 영상물을 저장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이트는 반려동물 물품 판매와 함께 가정 내 설치한 IP 카메라에 접속해 실시간 영상을 확인할 수 있도록 중계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주로 주인이 외출한 뒤 집 안에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을 확인하거나 감시하기 위한 용도다.

황씨는 2012년 이 사이트 회원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던 중 사이트의 보안 취약점을 알게 됐고, 이후 2014년부터 약 4년여간 타인의 IP 카메라에 침입해 영상을 훔쳐보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이 사이트의 회원 정보를 통째로 해킹해 회원들의 IP 카메라 접속 정보를 확인한 뒤, 타인 계정으로 중계서비스에 접속해 카메라의 ‘줌’ 기능이나 각도 조절 기능을 조작해 사생활을 엿보거나 녹화했다. 주로 반려동물을 키우며 홀로 사는 1인 가구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

경찰은 인터넷을 통해 IP 카메라 정보와 중국산 해킹 프로그램을 입수한 뒤 보안에 취약한 IP 카메라 4648대에 무단 접속해 사생활을 엿보거나 불법촬영한 혐의로 이모씨(33) 등 9명도 입건했다. 이들은 2014년 6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가정집 등에 설치된 IP 카메라 총 46만여대의 접속 정보를 알아낸 뒤 이 가운데 4648대의 카메라에 무단 접속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역시 IP 카메라의 줌이나 각도 조절 기능을 조작해 민감한 사생활 영상을 불법촬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들이 이렇게 확보한 동영상 파일은 총 2만7328개로, 용량만 1.4테라바이트(TB)에 달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불법촬영된 영상물들은 피의자들이 개인적으로 보관했을 뿐 외부로 유통·판매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IP 카메라 제품 구매 시 설정된 기본 계정이나 초기 비밀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피해가 컸다”면서 “범죄 예방을 위해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소프트웨어 역시 꾸준히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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