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어지는 아바돈 후빨
아포서캐리는 젖은 눈으로 그 무기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네가 발톱Talon을 가지고 있었구나, 이 아이러니라니, 그가 좋아하겠어.'
아바돈이 눈을 날카롭게 찌푸렸다. '그가?'
'그가,' 패비어스Fabius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우리는 도살당하기 시작했다.
그 철퇴mace는 천하파쇄퇴Worldbreaker라 불렸다. 첫째 프라이마크First Primarch가 워마스터의 지위에 오를 때 황제가 선물로 내준 무기였다. 호루스 루퍼칼은 이 무기를 한 손으로 휘두를 수 있었지만, 이 거대한 철퇴는 리져니스 아스타티스Legiones Astartes가 제대로 사용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다루기 힘든 물건이었다. 이 검은 철퇴의 가시 박힌 머리 부분만 하더라도 갑옷 입은 전사의 상체 하나만큼이나 컸다.
천하파쇄퇴가 내 루브리캐Rubricae 방진의 첫 번째 열을 휩쓸고 지나갔고, 세 명이 날아가 벽에 처박혔다. 속 빈 갑주 몇 개가 날아가 뒹구는 정도가 아니었다; 갑주가 조각조각 부서져 나가 벽에 철컹이며 부딛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내가 숨 한번 들이킬 순간에 갑주에 매여 있던 영혼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아슈르-카이도 그것을 느꼈다. 그는 우리가 가능하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방법으로 루브리캐가 죽어나가는 것을 느꼈다.
대체 저건 뭐지? 그가 내게 닐렀다. 한 명의 학자로써 충격받은 것 같았다.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모든 복제생물들은 어딘가 결함이 있고 잘못되어 있었다. 어떻게 이런... 어떻게?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경악에 차 숨을 삼켰다. 저건.. 저건 호루스 루퍼칼이야.
살점 몇 조각과 피 몇 방울에서 복제된 어린아이 따위가 아니었다. 흉측하게 변이되어 격납탱크에 갖혀 있던 혐오스러운 흉물 따위도 아니었다. 그건 호루스 루퍼칼, 첫째 프라이마크, 스페이스 마린 군단의 주인이었다. 아마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보다 몇 살쯤 어린 듯 했고, 만신전Pantheon의 손길이 닿아 있지 않았지만, 분명 그건 호루스였다. 시간동결장 안에서 보존되고 있던 시신에서 직접 추출된 차가운 살점에서 복제된 프라이마크가 죽은 시신에서 벗겨낸 갑주와 무구를 장비하고 있었다. 호루스 루퍼칼이, 검은 전쟁갑주를 입고, 하얀 늑대 모피망토를 등에서 두르고, 창백하게 반짝이는 역장 보호막을 후광처럼 휘감은 채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우리의 대오로 돌격해와 천하파쇄퇴를 휘두르며 우리를 살육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고 있던 패비어스가 저 먼 구석의 곁방에 잠들어 있던 그를 깨운 것이었다.
(중략. 카욘과 친구들이 분쇄! 옥쇄! 대갈채! 로 개☆박☆살이 나서 죽어나감. 카욘이 바닥에 쓰러지고 호루스가 그 앞으로 다가옴.)
나를 내려다보면서, 그가 다시 천하파쇄퇴를 들어올렸다. 다른 자들처럼 나 또한 끝내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전투의 노성으로 가득 찬 공간을 찢고 한 마디 권위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멈췄다. 어느 새인가 총성조차 멎어 있었다.
'그만.'
아바돈이 호루스 뒤에 서 있었다. 그가 고함을 친 것도 아니었다. 일부러 목소리를 크게 높혔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바돈의 어조에는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권위가 담겨 있었다. 갑주를 두른 아바돈은 그 위상stature과 발하는 분노 모두가 그의 아버지의 복제와 길항하였다. 이 마지막, 어둠의 천년기에, 워마스터의 이름은 수없이 많은 행성에서 저주의 의미로 낮게 속삭여지고, 많은 제국의 소농peasants들은 - 우리의 제국empire을 만들어낸 사건들에 대해 일말의 인식이라도 있는 자들은 - 아바돈을 호루스의 복제된 자식이라고 믿는다. 그 미신에 빠진 자들은 그 순간, 내 앞에 그 둘이 서있던 바로 그 순간, 그들에게 입혀진 상처와 무구를 제외하면 그들은 똑같았다 내가 말하여도 그리 놀라지 않으리라. 다른 모든 면에서 그들은 쌍둥이처럼 닮아 있었다.
호루스가 눈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몸을 돌렸고, 그만한 크기와 무게를 가진 무기로써는 결코 가능할 리 없을 정도의 빠르기로 천하파쇄퇴가 큰 호를 그렸다. 그리고, 아바돈은 철퇴를 막아내었다. 아니, 그저 막아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철퇴를 붙잡았다. 신과 그의 천사의 피로 물든 거대한 발톱으로.
아버지와 아들이 마주서서 으르렁거리며 서로에게 가쁜 악의를 내뱉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프라이마크가 입을 열었다. 이빨 사이로 끈쩍이는 침이 줄처럼 늘어져 있었다. 아바돈처럼 크토니아 상형문자를 박아넣지 않은 그의 이빨은 평이하고 깨끗했다.
'그건, 내, 발톱이다.'
아바돈이 주먹을 꽉 쥐었다. 새언Saern이 부서졌던 것처럼, 천하파쇄퇴가 더욱 우월한superior 무기에 견디지 못하고 부서져 나갔다. 아바돈의 낫 같은 손가락 사이로 고철조각이 떨어져 내렸다.
바로 이 순간에 대한 소문은 나도 몇 개 들은 게 있다. 아마 자네 또한, 여기 제국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들은 바가 있을지 모르겠다. 전대Warband 하나하나마다 이 순간 있었던 일에 대해 각자 다르게 이야기한다.
호루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차고 넘친다; 모여든 자신의 아이들과 조카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는 것부터; 새로운 시대와 그들 앞에 펼쳐진 수많은 가능성에 대한 영광에 찬 연설을 남겼다는 말에다가; 저스태린Justaerin의 칼날 앞에서 살려달라 빌었다는 것까지. 개중에는 호루스가 테라 전쟁Terran War 말기처럼 만신전의 축복을 다시 한 번 받았고, 신들이 직접 쓰러진 대전사champion을 되살려내었다는 말까지 돌아다닌다.
허나 나는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그 때에, 감성적인 유언이나 선동적인 연설 따위는 없었고, 신들 또한 - 만일 그 자리를 지켜보고 있기나 했다면 - 조용하고 냉담하게 방관했을 뿐이었다. 전설 속에 만연한 극적인 순간 따위는 사실 삶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 날 그 자리에서 그 모든 것을 지켜본 자로써, 이것은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다: 성스럽게 부활한 신들의 대전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운명이 한 워마스터로부터 다음 워마스터에게로 넘어가는 순간 아바돈이 열정에 차 내린 심판 따위도 없었다.
그곳에 있던 건 오직 죽은 자와 부상당한 자들로 둘러쌓인 복제된 아버지와 방탕한 자식일 뿐이었다. 너무도 닮았기에 서로가 입은 상처와 무구를 제외하면 도무지 분간할 수 없었던 둘이었다. 아, 그리고 둘은 다른 종류의 미소를 띄고 있었다.
호루스가 아직 남아있는 얼굴로 히죽 정복자의 웃음을 지었다. 그는 알아보았던 것이다. 하나 남은 눈에서 알겠다는 듯 섬광이 번뜩였다.
'에제카일,' 그의 목소리는 뜻밖이라는 감정과 일말의 안도에 차 있었다. '너로구나, 너로구나, 형제여.'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이 모든 일이 있었음에도, 그 순간 - 도무지 말이 되지 않을 터였지만 - 나는 그 둘이 반갑게 껴안을 거라 생각했다.
'내 아들아,'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내 아들아.'
아바돈의 다섯 손가락 모두가 호루스의 가슴 깊숙히 박혔다. 발톱이 호루스의 등을 뚫고 나왔고, 아까 그에게 찔러넣었던 텔레마콘의 두 검의 부러진 조각이 밀려나와 바닥에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어두운 적색 얼룩이 호루스의 두 어깨로부터 걸쳐져 있던 하얀 모피망토를 물들였다.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신의 피가 빗줄기처럼 내 위로 쏟아졌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웃기 시작했다. 아마 충격 때문이었으리라. 충격과 안도 때문이었으리라.
발톱의 손등에 달린 스톰 볼터가 세 번 발사되었다. 여섯 개의 볼터탄이 호루스의 노출된 가슴과 목에 박혔다. 탄환은 안쪽에서 폭발하며 바닥에 쓰러져 있던 우리에게 쏟아지던 피에 내장 조각을 더했다.
그리고 그 둘은 잠시 동안 그렇게 서 있었다. 하나의 눈에서는 금색 빛이 번쩍이고, 다른 하나의 눈에서는 생명의 빛이 사라지는 채로. 호루스의 무릎이 꺾였지만 아바돈은 그가 쓰러지게 놓아두지 않았다. 호루스가 입을 뻐끔거렸지만 어떤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으로 무언가 말을 했었다면, 오직 아바돈만이 그걸 들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날 나는 운이 좋았다. 결코 싸웠었어는 안 되었을 반신demigod과 싸우고 살아남아서가 아니라, 아바돈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을 내가 들을 수 있어서였다. 매끄럽고 느릿하게 발톱을 아버지의 몸에서 뽑아내면서, 호루스가 쓰러지기 바로 직전에 - 프라이마크의 두 눈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 아바돈은 조용히, 부드럽게, 네 마디 말을 속삭였다.
'나는 네 아들이 아니야.'
MtG의 천하멸절검Worldslayer에 좀 감명받아서 이름을 저렇게 해봄.
다음 편은 아바돈과 친구들의 으리! 편을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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