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망명 외교관 국감에 불러내 안보기밀 유출할 셈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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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최근 망명한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와 중국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다 4월 탈북한 종업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요청했다. 여당과 국가정보원의 반대로 결정은 미뤘지만 마구잡이식 국감 증인 채택은 안보를 해칠 우려가 있다.

야당이 태 전 공사의 증인 채택을 요구한 이유는 김정은 체제 이후 망명과 숙청이 이어지는 북한의 내부 사정을 알아보겠다는 것이다. 7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입국한 그는 북한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 아직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 김정은 주변과 고위 엘리트층 관련 핵심정보를 갖고 있을 고위급 탈북자를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불러낼 경우 국가안보와 관련된 민감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로 올해 7월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간첩 용의자 수사와 관련된 기무사령부의 보고를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국회의원들이 휴민트 관련 국가정보원 정보를 함부로 공개해 대북(對北) 정보망이 무너졌다는 말이 나온 적도 있다. 그러고도 아무런 징계나 제재를 받지 않으니 국익보다 자신의 ‘몸값’을 먼저 올리려는 의원들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당국이 보호 중인 탈북자를 반(半)공개석상으로 불러내다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도 크다. 북은 “중국 식당 종업원들이 남쪽의 국정원에 납치됐다”고 주장하며 북에 있는 가족들을 방송에 출연시켰다. 탈북한 지 얼마 안 돼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탈북자들을 자유의사에 반(反)해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난민의 인권을 보장한 제네바 난민협약(1992년 한국 가입)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좌파 시민단체는 이들 식당 종업원에 대해 ‘자발적 탈북’인지를 문제 삼고 있다. 야당이 이들을 불러내려는 이유도 북의 주장이 맞는지 캐묻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진보단체의 나팔수 역할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최근 탈북 인사의 증인 요구는 자제해야 한다.
#국회 정보위원회#국정감사#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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