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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최현희 교사 인터뷰 “이 아이가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페미니스트 교사를 만나고 있다는 심정으로 대화”

이재덕 기자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언급했다가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언급했다가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시민들과 동료 교사들의 지지와 연대 덕분에 학교에서의 페미니즘 교육이 처음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교육부나 교육청에서도 이 일을 계기로 젠더 의식을 갖고 성평등 전담부서를 확충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언론 인터뷰에서 초등학교에서의 페미니즘 교육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일부 누리꾼들의 비난세례를 받고 한 보수단체들로부터 고발까지 당한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의 최현희 교사(35)가 논란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였다.

최 교사는 지난 26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다른 학교였다면 학교에서 문제 교사로 찍히고, 떠날 수 밖에 없었을 테지만 학교와 동료 교사들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가려고 노력했다”면서 “지지하는 시민들도 나서서 ‘마중물샘’을 지켜라’는 내용의 민원을 서울시교육청에 보냈고, 덕분에 교육청도 이 문제를 교사 개인의 비위 문제로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중물샘은 학교에서 최 교사의 별명이다.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최 교사의 소신은 뚜렷했다. 최 교사는 초등학교에서 페미니즘·성소수자 인권 교육 등은 시기상조이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도록 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도대체 자연스럽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통해서? 남성 BJ들의 혐오적인 콘텐츠를 통해서? 혹은 포르노 영상을 통해서?”라고 반문했다. 그는 “아이들이 스스로 판단할 기준이나 관점을 갖지 않은 채 ‘혐오 콘텐츠’에 노출되도록 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사는 “학교는 ‘남녀는 평등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등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명제를 가르치지만 실제 생활에서 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침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며 “보편적인 명제와 실제 생활의 간극 안에서 모순을 체화하고 자라면, 바로 눈 앞에 있는 일상의 성 차별이나 인권침해를 인지하지 못하는 어른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사회 공동체에 속해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 행동, 의식이 사회적 약자나 어떤 계층에겐 엄청난 폭력, 혹은 생존의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그 ‘연결고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교사는 지난 7월 말 온라인 영상매체인 <닷페이스>의 인터뷰에서 “여자아이들은 왜 운동장을 갖지 못하나”, “페미니즘은 인권의 문제” 등 발언을 한 후 일부 누리꾼의 신상털기에 시달렸다. 급기야 한 보수단체는 최 교사가 성소수자 인권을 가르쳤다는 이유 등이 아동학대라며 지난달 최 교사를 고발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최 교사는 지난 8월 병가를 냈다. 최 교사 등 교사 21명이 활동하는 해당 초등학교 ‘페미니즘 북클럽’은 지난 8월 자진해산했다.

최 교사를 지지하는 시민들도 나섰다. 시민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였다. 페미니즘 교육을 지지하는 여성인권 단체들의 연합체도 조직됐다.

최 교사는 “이 사건을 통해서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가 공론화되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각성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젠더 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학교의 페미니스트 교사들이 개개인의 학교현장에서 각자 고군분투하는 환경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진보된 안전한 교육 시스템안에서 성평등 교육의 내용과 형식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교사는 “지금 겪는 많은 진통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감당해갈 것이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항상 ‘지금 만나는 이 아이가 자기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페미니스트 교사를 경험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아이들과 대화한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언급했다가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언급했다가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다음은 최현희 교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지난 7월말 <닷페이스> 인터뷰 이후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제가 2010년부터 트위터를 했다. ‘트잉여’다(웃음). 그동안 트윗만 1만여건을 했고, 거기에는 교사 생활의 주기별 주기별로 고민이 담긴 소중한 기록들이 있다. 그런데 인터뷰 이후 ‘일간베스트’(일베) 등 남초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 신상을 털기 시작했다. 남편, 제 아들, 가족에 대한 신상이 다 있었다. 남편 트위터 계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을 향해 트윗을 보내기도 했다. 신상털기에 대한 공포가 이루 말할 수 없어 트위터 기록을 일괄 삭제했다. 제 블로그에도 그런 고민을 담았었다.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성차별이 심한 사회인데, 딸이라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성장하면 된다. 그런데 아들은 자기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떻게 바르게 키울까’ 라는 글을 남겼다. 그들은 이를 ‘아들혐오’라고 왜곡했다. ‘너무나 소중한 내 아이를 내가 혐오한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왜곡하려고 작정하면 너무나 명확히 보이는 것도 보지 않는구나. 이 사회에서 이성적인 토론이나 설득이 가능할까. 너무나 회의가 들었다. 결국 병가 휴직을 냈다.”

- 당시 인터뷰에 대한 반론으로서 운동장을 남학생들만 전유하는 것이 여학생들이 스스로 운동장에서 노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었다.

“‘왜 여자 아이들이 운동장을 떠나는 선택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여자 아이들이 살 탈까봐’ 혹은 ‘땀 흘리는 것을 싫어해서 운동장에 나오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 ‘왜 우리 사회는 여자 아이들이 그런 것들을 더 걱정해야 하는 사회인가’라는 질문을 이어가면 된다. 사회적 인식 속에서 개인의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선택일 수 있는가? 선택은 굉장히 이데올로기적이라는 것을 말한 것이다.”

- 일부 누리꾼들은 누군가 ‘한남충(한국남성을 비하하는 단어)’이라고 쓴 트윗을 최 교사가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내가 쓴 트윗에는 ‘한남충’이라는 표현이 한 건도 없다. 다른 사람의 트위터를 ‘리트윗(RT)’ 한 것이다. 트위터의 리트윗은 일부 동의하거나 맥락에 동의했을 때 그 언어 사용에 동의하지 않아도 리트윗 할 수 있는 것이고, 심지어 반대하는 트윗도 리트윗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남성을 줄인 ‘한남’이라는 표현은 두 번 사용했다. 그동안 내가 작성한 수만 건의 트윗은 나의 일상이나 교사로서 가지게 된 교육적 고민 등이 담겼다. 신상털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트윗을 삭제했는데 보수언론에서는 페미니스트 교사가 ‘남성혐오’ 트윗 1000개를 삭제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기사를 냈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허위보도다.”

- 최 교사가 수업시간에 퀴어축제 영상을 보여줬고, 이후에 아이들 사이에서 ‘너 게이지?’라는 말이 유행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런 식의 사실 왜곡은 최초에 학부모로부터 나왔는데 나는 오히려 학부모나 우리 사회가 얼마나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에 대해 무지한가에 대해 깜짝 놀랐다. 아이들이 보고 겪는 미디어나 사회적 환경과 상관 없이 아이들은 그저 순수하고 맑은 동심을 갖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른의 나태함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소위 ‘남성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남자아이들에게 혹은 아무 맥락도 없이 ‘너 게이냐’하고 낄낄낄 웃는다. ‘너 게이냐’, ‘너 애자(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냐’라는 표현은 일상적인 말이다. 혐오 표현인데 아이들은 모르고 사용할 수 있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 그런 혐오가 만연한 사회를 만든 어른들의 책임이다. 그래서 주말에 시청 광장에서 열린 퀴어축제에 갔다. 사람들이 깃발을 들고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행진하는 모습을 찍어 수업시간에 보여줬다. 교육은 질문과 답을 통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알도록 일깨워주면 된다. 사람들이 페미니즘 교육이라고 하면 ‘세뇌 교육’ 아니냐고 하는데 아주 간단한 문답만으로도 아이들은 어른보다 훨씬 보편적 인권에 대한 개념을 쉽게 이해한다.

서울 송파구 ㄱ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보여준 ‘퀴어축제’ 영상 | 최현희 교사 제공

교사:이 사람들 표정이 어때 보이니?

학생: 즐거워 보여요. 이 사람들은 뭐하는 거에요?

교사: 차별을 하지 말라고 모인거야.

학생: 어떤 차별이요?

교사: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편견을 갖고 혐오하는 걸 하지 말라고 모인거야.

이런 식으로 가볍게 얘기를 나누면 아이들은 ‘도대체 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차별하고, 혐오하나요’라고 묻는다. 그랬을 때 연결시킨다. ○○야, 너 지난 번에 친구한테 ‘너 게이지?’ 라고 놀렸잖아. 그런 표현이 차별이고 혐오야. 이 사람들이 우리와 달라보이니? 혐오하거나 편견을 가져도 되는 사람들 같니? 아니잖아. 우리와 똑같잖아.”

-페미니즘이나 성 소수자 교육에 대해서는 주입식보다는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도대체 자연스럽게 안다는 것이 무엇인가.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통해서? 유튜브 남성 BJ들의 혐오적인 콘텐츠를 통해서? 혹은 포르노 영상을 통해서?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은 아이들을 무방비 상태에 놔두라는 것이다. 혐오 콘텐츠를 스스로 판단할 기준이나, 관점을 갖지 않은 채로 노출되도록 하는 것은 교육자로서 방기일 뿐이다.”

- 평소 ‘말 안듣고 별난 것들은 죄다 남자’라며 남자 아이들을 질책했다는 기사도 나왔다.

“당연히 사실이 아니다. 이건 사실 전형적인 성차별주의자들의 편견이다. 자신의 편견을 페미니즘에 투영한 것이다. 오히려 나는 페미니즘을 통해 남학생들이 여학생에 비해 정서적 의사소통의 경험이 부족한 점에 문제의식을 갖고 오히려 남학생들과 보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 동료 교사들에게도 이 점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여학생들이 우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갖지 않도록 여아들의 눈물에 과잉 반응하지 말고 냉정하게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도울 것, 반대로 남학생들이 울 때 보통 친구들이 놀리거나 심지어 교사가 ‘남자애가 운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마음껏 울고 자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사가 지지하고 격려해줘야한다는 말도 자주 해왔다.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가까이에서 교류한 동료 교사들이 가장 어이없어 한 허위사실이 아마 이 내용일 것이다.”

-교사의 이른바 ‘중립성’을 문제삼기도 한다.

“사람들은 교사가 페미니즘을 가르치는 것이 중립적이지 않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사회에 만연한 소수자 혐오라든지 여성 혐오를 그저 비판적인 시선없이 받아들이게 하는 것은 중립적인 것인가. 거기에 대해 질문을 던져서 함께 생각해보게 하는게 진짜 교육이 아닌가. 중립적인 것은 무엇인가.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중립적인 것인가. 교사의 중립성이라는 말에 우리 사회가 너무 경도돼 있다. 교사가 중립적이여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 상투적인 진리여서 쉽게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교사를 굉장히 옥죄고 있다. 교사들은 사회에서 두발을 단단히 딛고 서있는 시민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아이들과 토론한다는 것이 중립성을 잃어버린다는 거라면 도대체 교사를 어떤 존재로, 어떤 교사를 사람들은 바라는가. 그저 어떤 통념이 전수되는 게 교육인가. 사회의 어떤 주요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도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현상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어야 한다. 국가수준의 교육 과정을 잘 전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회의 부조리와 현실에 질문할 수 있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법도 배워야 한다.”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언급했다가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언론 인터뷰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언급했다가 일부 보수단체와 누리꾼들로부터 공격을 받은 서울 송파구 한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

-논란 이후 초등학교 분위기는 어떤가.

“사건 이후에 병가를 냈다. 이달 초 잠깐 학교에 갔을 때 만나는 교사마다 손을 잡아주고 지지한다고 얘기해 주셨다. ‘맘 편히 쉬다오세요. 선생님 편인거 알죠’라고 하신 분도 계셨다.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주체로서 학교와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은 일들을 해주셨다. 일반 학교였다면 벌써 사유서 쓰고 일탈적인 교사, 문제적인 교사로 낙인찍혔을 것이다. ‘혁신학교’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교사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 산을 넘기 위해 정말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함께 짊어지면서 해결해 내려는 중이다. 이렇게 민감한 이슈에 정면으로 부딪혀 함께 공부하고 성찰하며 해결해나가는 학교 공동체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 저를 경험하셨던 학부모들은 연서명도 하시고, 전화해서 안부도 묻고 장문의 지지 문자도 보내주신다. 최근에는 학부모 간담회과 학부모 대의원회의도 열었다. 지금은 학교 구성원들이 흔들리는 학교를 안정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최근 최 교사가 포함된 학내 교사 동아리 ‘페미니즘 북클럽’이 자발적으로 해체됐다.

“자발적으로 학습공동체를 이뤄서 공부하고 고민하는 교사 모임인데 이런 외압과 소란과 왜곡 등이 이어지면서 해체되버리는 전례가 남는 건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아리가 있어야지만 교사가 공부하는 것은 아니니까. 동아리가 없어도 성찰하고 실천할 교사들은 고민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풀어갈 공간과 기회는 교직원회의를 비롯해서 교사의 일상 대화 등 학교에 많이 있다. 중요한 것은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를 교사들이 각성하는 일이다. 교사의 젠더감수성이 학생과의 만남과 교육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각성한 교사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사건을 겪는 동안은 학교가 너무 흔들렸고, 모두 힘들고 지쳤기 때문에 일단 학교의 혼란 수습을 위해 해체를 한거라고 이해한다. 학교가 흔들리고 안정화가 안되면 그 피해를 다 아이들이 가져가게 된다. 교사가 어떤 문제에 골똘해 있고, 학교 전체가 매도당하고, 구설수에 올라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더 많이 웃어주고 더 수업에 집중해서 아이들과 만날 수 있겠나? 아이들과 매일매일의 일상을 함께 하는 교사의 직무 특성을 생각하면 학교의 안정화가 가장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보수화된 대응도 불가피했다고 이해된다.”

-인터뷰 이후 소셜미디어에서는 ‘#우리에겐_페미니스트_선생님이_필요합니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등 지지운동도 있었다.

“인터뷰 이후 악의적인 비방에 시달린 피해자로서는 힘들었지만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를 보고 한명의 페미니스트이자 교사로서 기쁘기도 했다. 연대의 뜻을 보내는 동료 교사들도 많았다. 여성민우회나 불꽃페미액션, 전국디바협회 등 여성인권 단체들도 ‘페미니즘교육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학교 현장에 관심을 갖고 연대하고 있다. 시민들과 동료 교사들의 지지와 연대 덕분에 학교에서의 페미니즘 교육이 처음으로 공론화되는 계기가 됐다.”

“페미니즘은 바로 인권의 문제”라고 했다가 보수단체와 일베로부터 공격을 받은 위례별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페미니즘은 바로 인권의 문제”라고 했다가 보수단체와 일베로부터 공격을 받은 위례별 초등학교 최현희 교사가 26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있다. / 이준헌 기자 ifwedont@

-교육청과 학교에는 최 교사를 보호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고 학교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다.

“보통 교육청이나 일반 학교에서는 관성적으로 보수적인 대응을 한다. 사건의 진실이나 교육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민원이 많이 유발되면 그 교사 개인의 일탈적 행동으로 선을 긋거나 교사 개인에게 민원 유발의 책임을 지워 빨리 사안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교사를 지켜라’, ‘페미니즘 교육을 적극 지원하라’는 내용의 민원을 냈고, 덕분에 서울시교육청이 이번 사건을 민원 유발성 사례, 개인 일탈 문제로 개인화하지 않았다. 아쉬운 일은 사이버 성폭력 및 인신공격 등의 인권침해가 도를 넘었던 사건 초기에 교육청이나 교육부에서 바로 교권을 보호하고 사안을 본질적으로 보려고 노력해서 입장을 밝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교육청이나 교육부가 이 일을 계기로 성평등 전담부서를 확충하는 등 젠더의식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는 ‘남녀는 평등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등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명제만 가르친다. 실제 생활에서 평등이 어떤 방식으로 침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아이들은 보편적인 명제와 실제 생활의 간극 안에서 모순을 체화하며 자란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일상의 성차별이나, 인권침해를 인지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는 계속 편견이나 혐오에 시달리는 구조가 된다. 페미니즘의 렌즈를 갖고 있으면 성별 권력만 성찰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약자에 대한 차별을 얘기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사회 공동체에 속해있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 행동, 의식이 사회적 약자나 어떤 계층에겐 엄청난 폭력, 혹은 생존의 위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연결고리를 갖는 것이 바로 시민의식이다. 사람들이 다 따로 따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연결됐다는 공동체성을 배우는 게 교육이고, 약자성을 이해하는 게 페미니즘이다. 대화를 하다보면, 남자아이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생각보다 정말 낮고, 이야기할 폭이 넓다는 걸 느낄 때마다 안타깝다. 이게 교육의 힘이고, 이 교육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극 없이 크면 페미니즘을 오해하고, 페미니즘에 대한 심리적 장벽은 높아진다. 그래서 항상 나는 ‘지금 만나는 이 아이가 자기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페미니스트 교사를 경험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아이들과 대화한다.”

-학교는 언제 복귀하나.

“회복되는 대로 학교로 복귀할 계획이다. 학교에 돌아가면 페미니즘 교육 이야기를 계속하겠다. 이 사건을 통해서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가 공론화되고 교육청과 교육부가 각성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젠더 의식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학교의 페미니스트 교사들이 개개인의 학교 현장에서 각자 고군분투하는 환경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진보된 안전한 교육 시스템안에서 성평등 교육의 내용과 형식이 제도적으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지금 겪는 많은 진통이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기꺼이 감당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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