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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재]우리는 왜 '안정환'에 열광하는가?


지난 16일 한국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이 열렸던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가 진행 중이던 어느 순간 전광판에 한 선수의 얼굴이 잡혔다. 그러자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은 하나같이 함성을 내질렀다. 그 선수는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팬들은 열광했다. 그는 에콰도르전에 나서 활약을 하지 않았는데도 팬들의 박수와 탄성을 받은 '유일한 선수'였다.

그는 바로 안정환(34, 다롄 스더)이었다. 안정환은 중국 리그를 마치고 이날 귀국, 곧바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해 경기에 출전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90분 내내 안정환은 벤치를 지켰다. 하지만 벤치에 앉아 있는 그 자체만으로 안정환은 팬들의 환호를 받은 것이다.

34살의 나이. 안정환은 현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전성기의 나이는 지났고 물론 전성기의 실력도 이미 지나갔다. 그렇다고 유럽의 빅리그에서 뛰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소위 '한 물 간' 스타다. 그런데도 축구팬들은 여전히 안정환에 열광하고 있다.

왜? 한국 축구팬들은 왜 안정환에 열광하는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안정환에 이토록 환호케 하는 것일까?

정말 간절할 때 무언가를 해낼 것만 같은 선수. 가장 필요할 때 마무리를 해줄 것만 같은 남자. 왠지 모를 기대감을 가지게 만드는 승부사. 결정적일 때 빛을 내는 해결사. 바로 팬들이 안정환을 기억하는 모습이다. 특히나 월드컵에서의 안정환은 환상 그 자체였다. 안정환을 흘러간 스타로 치부하기에는 그가 남긴 추억이 너무나 강렬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미국과의 경기에서 한 골,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할 최고의 명경기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역전 헤딩골을 작렬시킨 영웅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사상 첫 원정 1승을 거둔 한국의 토고전 결승골 주인공 역시 안정환이었다.

한국의 월드컵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영웅이기에 수많은 축구팬들은 월드컵을 생각하면 안정환을 먼저 떠올린다. 한 설문조사에서 축구팬들은 역대 대한민국의 월드컵 도전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활약을 펼친 선수로 '반지의 제왕' 안정환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한국 월드컵 도전사에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선수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또 안정환이 국가대표팀을 떠나 있을 당시 대표팀 재발탁이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도 팬들은 안정환을 1위로 선택했다. 그만큼 안정환이 월드컵에서 남긴 추억은 축구팬들의 가슴에 강렬히 박혀 있다.

월드컵이 다가올수록 안정환에 대한 강렬한 추억은 다시 살아났다. 축구팬들이 원했고 허정무 감독 역시 원했기에 안정환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허정무 감독은 "최고의 조커는 주전 못지않게 파괴력이 있다. 단 몇 분을 뛰어도 경기에 임팩트를 줄 수 있고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다. 팀에 너무나 필요한 선수다"라며 안정환의 가치를 인정한 바 있다.

안정환은 17일 발표된 일본 원정을 떠날 26명의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3번째 월드컵 출전 꿈을 키우고 있다.

3번째 월드컵으로 향하는 안정환. 물론 2002년, 2006년 안정환과는 다르다. 세월도 흘렀고 상황도 변했다. 팀 내 입지도 많이 달라졌다. 2010년 안정환은 우리가 기억하는 최고의 안정환이 아닐지도 모른다.

17일 파주NFC(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안정환은 "월드컵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하나다. 자신 있다. 2002, 2006년도에는 젊었고 팀의 주축선수였는데, 지금은 주축선수와의 다리 역할을 해야만 한다"며 달라진 안정환과 달라진 역할을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감은 달라지지 않았다. 안정환에 대한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월드컵 사나이' 안정환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도 다시 한 번 빛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안정환을 지나가고 있지만 안정환의 저력에 대한 믿음은 세월마저도 피해가고 있다. 여전히 한국 축구팬들의 눈에 안정환은 '영웅'이다.

안정환은 팬들의 꺼지지 않는 기대감에 대해 "내가 그동안 승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그래서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사랑 받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젊을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항상 팬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지의 제왕' 안정환은 팬들의 사랑과 기대감을 안고 다시 한 번 월드컵으로 향한다. 그리고 팬들은 변함없이 안정환에 열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이뉴스24 최용재기자 indig80@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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