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그 여성 병사 68b #6345와 사귀는 것을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그녀가 좋다. 그러나, 모든 연인 관계가 그렇듯 우리 사이에도 문제가  있다.

그녀와 동거한 지 좀 지났을 때, 그녀가 방독면을 항상 쓰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밖에서 쓰는 건 상관 없지만, 집 안에서도

쓰고 있다는 게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방독면 벗기기의 첫번째 시도는 우리가 사귄지 얼마 안 됬을 때였다. 그녀는 우리집 거실에서 보초를

서고 있었고 난 대담하게 그녀 앞에 가서 방독면을 벗기려고 했다. 눈 깜짝할 새에 나는 고통스러워 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대체 뭐가 날

친 건지는 모르겠지만 멍이 난 걸로 보아, 라스건의 개머리판으로 날 친 모양이다. 아마도 그녀가 엄청 빨랐거나 아니면 내가 방독면에 너무

집중하고 있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두번째 시도는 그녀가 잠을 자고 있었을 때였다. 짧게 말하자면 첫번째 시도와 비슷한 결말이 났다.

세번째 시도땐 그녀에게 방독면을 벗으라고 직접 명령을 했다. 그녀가 명령을 따르지 않자 나는 충격을 먹었다. 우리 연인 관계라는 게 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가 정말 남자친구와 여자친구 사이인가? 크리그는 이런 명령을 따르지 않도록 교육을 받는 건가? 내가 무능한 지휘관,

혹은 훈련교관인가? 아니면 감히 짐작컨데, 그냥 반항적으로 구는 건가? 어쩌면 다 일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 생각한 뒤 방독면 벗기기의 네번째 시도로 돌입했다. 직접 벗기기, 몰래 벗기기, 명령하기가 먹히지 않는다면, 전술을 이용해보겠다.

"크리그 여성 병사 68b #6345". 내가 말했다. "실내에서 방독면을 쓰고 있는 것은 전술적으로 무의미한 짓이다. 제한된 시야는  출입구와 낮은 조명, 

그리고 모퉁이가 존재하는 곳에선 위험한 요소다. 또한, 이곳은 우리의 HQ이니 적의 침입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의 얼굴을 인식하는 것이다."

나는 이 방법도 먹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마침내 그녀는 내 말에 동의하고 방독면을 벗었다. 방독면 뒤에는 빠질 듯한 푸른 눈과 아름다운 얼굴

그리고...무표정이 있었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당장 그녀에게 다가가 키스했다. 개머리판으로 배를 맞을 것을 예상하면서.

놀랍게도 그녀는 입술을 내 입술에 맞추어 움직여주었다. 비록 자세와 무표정은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아마 연인 관계라는 건 상대방을 인정해야 하나보다.

마지막으로, 내가 계단으로 타고 2층에 올라갈때 분명히 "Sir" 하고 말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쩌면 내 상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크리스마스도 얼마 안 남았는데 더 슬퍼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