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끝나니 미세먼지 비상
마스크·안경 '사실상 불가'
의무화 대책도 찾기 힘들어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이 걸렸던 19일 오전 11시. 인천 계양구 한 웨딩홀 주차 관리 아르바이트생 김모(25)씨는 계속 눈을 비볐다.

김씨는 "눈에 이물감이 심해 손으로 비볐더니 더 뻑뻑해지면서 역효과만 나는 거 같다"며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까지 고스란히 먹다 보니 이젠 목까지 따가워 얼른 세수부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미세먼지 주된 요인은 중국발 스모그 유입. 중국에서 날라 오는 미세먼지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인천 지역 피해는 전국 최고 수준을 보였다. 이날 인천 시내 한낮 초미세먼지 수치는 '매우 나쁨' 수치인 ㎥당 151㎍을 넘어 166까지 치솟았다.

이 웨딩홀 주차 담당자는 "계속 손님들에게 안내하느라 소리쳐야 하는데 마스크를 쓸 수 있겠냐"며 "4~5시간만 참으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지난 겨울엔 추위와 싸웠던 인천지역 실외 노동자들이 봄에 접어들며 심해지는 미세먼지에 온종일 괴로워하고 있다. 미세먼지나 황사 심해질 때 주요 지침인 '실외활동 자제'나 '황사마스크·보호 안경 착용' 등은 밖에 일하는 작업자들에겐 먼 일이다.

정부는 최근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보건규칙) 항목에 황사·미세먼지를 추가했다. 보건규칙에는 근로자에게 노출될 경우 심각한 건강 장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항목을 담는다.

미세먼지나 황사에 노출되면 호흡기 질환은 물론 성인병 및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과 심혈관 질환 등의 질병이 우려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인천지역 작업장에선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의무화하거나 실외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등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의 실효성 있는 정책이 뒤따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사업주들이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위험성을 비교적 가볍게 여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인천은 2015년 미세먼지 농도 '나쁨'을 기록한 날이 41일로, 주변 서울(27일)과도 큰 차이를 보일 정도로 대기 질이 좋지 않은 도시로 꼽히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인천지역 한 노동계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보호구의 지급 규정이 있지만 관련 시설 투자 등에 소극적인 업주들 때문에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성이 입증된 석면처럼 산업현장에 미세먼지가 가져오는 건강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