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으로 된 세계지도를 보다 보면 이상하다. 정확하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떤 때는 아프리카와 그린란드 땅 덩어리가 너무 커 보인다. 어떤 때는 북아메리카가 중국보다 훨씬 커 보이기도 한다.
지도마다 대륙 크기가 다른 것은 지도를 제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륙이나 나라 크기가 왜곡돼 표현되고 있다.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메르카토르 도법(Mercator Projection)의 경우 극지방으로 올라갈수록 왜곡이 심하게 표현된다.
왜곡을 줄이기 위해 지구 원통 모양에 근접시켜 펼쳐나가는 로빈슨 도법(Robinson Projection) 역시 아프리카 대륙이 생각보다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한 디자이너가 이런 왜곡이 없는 매우 정확한 세계지도를 제작했다.
겉 모습은 기이하지만 정확도는 최고
3일 과학 블로그 ‘사이언스 얼라트(Science Alert)’에 따르면 이 지도를 제작한 사람은 화가이면서 건축가인 일본의 하지메 나루카와 씨다. 그는 하나의 평면구조로 다면체를 만들 수 있는 ‘오사그라프(AuthaGraph)’ 방식을 적용, 이 세계지도를 제작했다.
오사그라프 방식이란 평면을 다면체로, 다면체를 평면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적용, 매우 정확하면서 아름다운 세계지도를 만들었다. 이 지도는 지난달 말 일본 최고 권위의 ‘굿 디자인 어워드 2016(Good Design Award 2016)’를 수상했다.
‘굿 디자인 어워드’는 일본산업진흥회(JIDPO)가 1957년부터 매년 주최하고 있는 디자인 공모전으로 독일의 레드닷(Reddot)과 IF, 미국의 IDEA 등과 함께 세계 4대 디자인 공모전 중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권위 있는 공모전이다.
하지메 나루카와 씨가 만든 이 지도는 다른 지도들과 달리 매우 기이한 느낌을 준다. 남쪽에 있는 호주를 제외하면 아시아와 유럽 대륙은 물론 남·북 아메리카,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대륙 전체가 심하게 기울어져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리학자들은 이 지도가 지금까지 등장한 지도 가운데 가장 정확한 위치좌 비율로 만들어진 가장 정확한 세계지도라고 보고 있다. 기존 세계지도가 지니고 있는 육지·바다의 지리적 왜곡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세계지도를 제작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만큼 지리적 왜곡이 불가피했다. 학교 교실이나 공공장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면 세계지도는 1569년 네덜란드 지리학자 헤라르뒤스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가 제작한 것이다.
구체를 사면체·평면으로 전환할 수 있어
근대 지도학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는 그는 위선과 경선이 직선으로 그려져 있는 사각형 구조의 지도를 제작했다. 어떤 지점에서든지 정확한 위도·경도의 비율을 알 수 있어 육지를 여행하거나 바다를 항해할 때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대륙과 바다의 크기다. 위도·경도에 초점을 맞춘 만큼 지리적 왜곡이 불가피했다. 특히 남·북극 지방에 인접한 나라들의 국토 면적이 너무 커져 지구 표면을 정확히 볼 수 없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테면 그린랜드의 크기가 아프리카의 면적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실제로 아프리카 면적은 그린랜드의 14배에 달한다. 이처럼 심각한 지리적 왜곡 문제를 하지메 나루카와 씨의 ‘오사그라프’ 방식이 해결하고 있다.
‘오사그라프’란 지구 표면을 96개 지역으로 나눈 다음 구체 표면을 사면체로 전환한 다음 평면 구조로 펼쳐 보일 수 있는 방식이다. 기존의 사각형 타입의 지도와 달리 구체에서 3차원, 2차원으로 변화해도 국가·대륙·해양의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기존 지도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남·북극 인접 지역 대륙에까지 정확한 크기를 유지할 수 있다. 매우 간단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에 과학자, 지리학자와 같은 전문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활용이 가능하다.
‘굿 디자인 어워드’ 심사진은 “오사그라프 방식의 이 지도가 정확한 원근법에 의해 구체의 지구 표면을 평면화하고 있으며, 또한 구체의 지도를 자연스럽게 평면 지도로 전환하게 하는 등 지도 제작에 있어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도를 제작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육지·바다 면적의 왜곡을 줄여나갈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며, “향후 이 지도가 항해는 물론 다양한 측정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세계지도은 실제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다루지 않고 특정 목적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오사그라프’에 의해 지구 표면적을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이 한 예술가에 의해 개발돼 과학계로부터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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