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 민음사 펴냄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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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10.14

페이지

192쪽

이럴 때 추천!

고민이 있을 때 , 힐링이 필요할 때 읽으면 좋아요.

#성차별 #세상 #여성주의 #유유상종 #차별 #첫걸음 #페미니즘 #편가르기 #평등 #혐오

상세 정보

한국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지극히 현실을 기반으로 풀어낸 소설

오늘의 젊은 작가 13권. 조남주 장편소설. 조남주 작가는 2011년, 지적 장애가 있는 한 소년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귀를 귀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답게 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신작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된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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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shiny_n_bright

틀린 읽기인가, 틀린 쓰기인가?

'틀린 읽기'에서 출발해 보자. 『82년생 김지영』이 전유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은 이 소설의 사회학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임금 격차의 원인이 정말 성차별적 구조인가?" 이에 대해 '맞는 독자'는 아마 이렇게 응답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이러한 응답을 보아 왔다.) "중요한 것은 정량적 지표, 합리적(이라고 주장되는) 언어로 포착되지 않는 여성들의 차별 경험과 인식이다. 이것은 소설이며, 이 소설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학적 가설의 검증이 아니라, 공통의 감각을 경유한 여성들의 연대와 그것을 통한 정치적 의제화에 있다." 그런데 이것이 소설이기 때문에 행해지는 비판에 대해서는 반대로 사회학적/인류학적 방어가 가능해진다. "길거리에서 '맘충' 소리를 듣는 것이 뜬금없고, 작위적이고, 개연적이지 않다." "현실이 곧 개연성이다. 소설의 내적 논리로는 납득되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게 현실이고, 그러한 현실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절절히 공감되는 대목이다."

상술한 비판들은 『82년생 김지영』의 문제제기의 핵심을 다소 비껴 간 '트집 잡기'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답변들도 어느 정도는 편의적으로 들린다. 이것은 사회학이나 인류학 서적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답변과, 이것은 그냥 소설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답변이 때에 따라 선택적으로 동원되는 현상은, 문학을 특정한 방식으로 전유한 결과인 것은 아닌가? 확실히 『82년생 김지영』의 스타일은 '소설적'이지 않다는 비판들이 줄곧 제기되어 왔다. 물론 그러한 스타일 덕분에 아마 이 소설이 텍스트를 넘어서 공론장으로 기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정한 스타일이 특정한 '틀린 읽기'의 생성과 관계 있어 보인다면, 그러한 독해들을 '틀린 읽기'로 치부하는 것 이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볼 때 『82년생 김지영』으로부터 일종의 지적 게으름을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여성주의 담론의 계기를 제공했으니 그걸로 됐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예컨대 이런 질문이 수행될 수 있을 것이다. 『82년생 김지영』에 '동의'할지 말지를 함부로 논할 '자격' 없는 남성들의 '비생산적인' 독해가 틀린 것이라 간주할 때, 그러한 판단의 준거는 어디에서 오는가? 여성으로서의 삶이라는 '문학적 자원'을 갖고 있는, 또는 비관습적 방식으로 텍스트를 읽는 법을 교육기관에서 훈련받은 독자들이 '뭣모르고' '못 배운' 남성들의 독해를 오답 취급하는 데에는, 지식을 둘러싼 권력 구조와 억압의 재생산에 관한 성찰이 결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한편으로, 『82년생 김지영』은 여성들에 대하여 비폭력적인가? 소설로써 현실을 그렸다고 주장하지만, 르포가 아닌 소설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현실의 여성들 대신 가상의 집합적인 개인을 그림으로써 '덜 현실적으로' 그릴 가능성이 허용되는 것을 안전장치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이 또한 『82년생 김지영』의 특징적 스타일에 관련한 문제이다. "따라서 이 소설의 재현 방식은 여성 독자에게 근원적인 수준에서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여성의 삶을 표준화하여 균질적인 것으로 만들어 제시하는 거대서사의 논리를 따를 때, 개별 여성의 경험이 지닌 고유성은 훼손되거나 소외되기 십상이다. ... 또한 김지영의 삶을 인위적으로 구획하고 해당 시기를 대표할 만한 주요 에피소드를 나열하는 과정에서 여성의 삶을 좀먹는 불안과 분노, 두려움과 공포, 슬픔과 우울 등 연속적 관점에서 세심하고 깊이 있게 탐구돼야 할 감정들은 단순하고 일시적인 것으로 묘사된다." 신샛별의 비평은 페미니즘적 시각에서도 『82년생 김지영』이 비판받을 이유가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그는 이어서 이렇게 쓰고 있다. "... 김지영의 개별성은 번번이 지워지는데, 이렇게 지워진 개별성의 자리에 여성 독자는 스스로 김지영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고유한 체험과 그 체험에 응결돼 있는 감정들을 능동적으로 발굴해 기입하고 있다. 다시 말해 『82년생 김지영』이 프레카리아트 여성의 대표서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여성 독자의 더 읽기/더 쓰기를 북돋우는 재현 방식으로 일종의 참여를 유발하기 때문이지, 이 소설이 그 자체로 여성의 삶을 충분히 적확하게 재현하고 있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로써 그의 작업은 『82년생 김지영』의 '흠결'로 지목되던 스타일을 매개적 가치로 전환한다.

소설이 어떠해야 하는가, 여성이 어떻게 재현되어야 하는가, 그러한 재현이 어떻게 읽히고 다시 쓰여야 하는가에 관한 규범적 주장들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규범이 절대화될 때 "『82년생 김지영』은 틀린 미학의 소설"이라거나 "이 소설에 대한 뭇 남성들의 반응은 무지와 빻음의 소치"와 같은 결론이 더 신중하고 열린 사유를 거치기 전에 도출된다. 『82년생 김지영』은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예컨대 남성을 근원적으로 여성과 연대 불가능한 존재로 그림으로써 적대에 기반한 연대를 지향하기 때문에 비판받을 수 있다. 물론 이 적대는 개별 남성들을 넘어 사회 구조를 겨냥하고 있지만, 2023년의 독자는 여기에 덧붙이는 다른 읽기를 통해 이 책의 문제제기를 조심스럽게 전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덧붙임이란, 우리 모두는 (그러니까 여성들끼리도) 자아의 구조 상 서로에 대해 근원적으로 타자이며 진정한 상호 이해에 도달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남성인 정신과 의사는 주체의 시선으로 객체화한 김지영을 "이해"했다는 바로 그 자부심 때문에 연대의 가능성에서 자기도 모르게 멀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남성'은 실제 세계의 남자를 지시할 뿐 아니라 세계와 타인에 대한 특정한 사유 및 관계 설정의 방식을 지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의 대안을 '여성적' 관계 맺음이라고 임시로 명명할 수 있다면, 이것이 우리 모두의 삶에 필요하다는 지적이야말로 페미니즘적 사유의 중요한 결실 중 하나다.

나는 '틀린 읽기'와 '틀린 쓰기'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다고는 (아직)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학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식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대개 틀려 보였던 무언가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일로 수렴하는 것 같다. 『82년생 김지영』은 열린 문학장에서의 텍스트와 세계(의 독자들)의 관계 맺음을 여전히 사유케 하는 소설이고, 그런 이유에서도 지속적으로 진지하게 읽어져야 한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7개월 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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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응애

@dokseoeungae

누구나 각자의 사연이 있다. 해결책 없이 불만만 늘어놓는 건 어떤 사람이든 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인 해결책이 있었으면 한다. 다 읽고 나서 그래서 어떡 하라고?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2022년 11월 29일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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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대마왕

@hokisimdaemawang

그동안 신입 사원을 받을 때마다 느낀 건데, 여자 막내들
은 누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귀찮고 자잘한 일들을 다 하더
라고. 남자들은 안 그래요. 아무리 막내고 신입 사원이라도
시키지 않는 한 할 생각도 안 해. 근데 왜 여자들은 알아서
하는 사람이 되었을까 -본문 중-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2022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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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정보

오늘의 젊은 작가 13권. 조남주 장편소설. 조남주 작가는 2011년, 지적 장애가 있는 한 소년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귀를 귀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답게 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신작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된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이다.

출판사 책 소개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한국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일
그 공포, 피로, 당황, 놀람, 혼란, 좌절의
연속에 대한 인생 현장 보고서


조남주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로 출간되었다. 조남주 작가는 2011년, 지적 장애가 있는 한 소년의 재능이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삶의 부조리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귀를 귀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10년 동안 일한 방송 작가답게 서민들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비극을 사실적이고 공감대 높은 스토리로 표현하는 데 특출 난 재능을 보이는 작가는 신작 『82년생 김지영』에서 30대를 살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보편적인 일상을 완벽하게 재현한다.
주인공 ‘김지영 씨’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고백을 한 축으로, 고백을 뒷받침하는 각종 통계 자료와 기사들을 또 다른 축으로 삼는 이 소설은 1982년생 김지영 씨로 대변되는 ‘그녀’들의 인생 마디마디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핍진하게 묘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든 시대의 보이지 않는 차별들이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억압하는지 보여 준다.
여권이 신장된 시대, 그러나 여전히 ‘여성’이라는 조건이 굴레로 존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자의 인생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조용한 고백과 뜨거운 고발로 완성된 새로운 페미니즘 소설이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자료로 이루어진 ‘목소리 소설’이다. 맘충이, 여혐, 메갈리아 등 연일 새롭게 등장하는 페미니즘 화두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독자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저마다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나보고 맘충이래.”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인 ‘맘충’은 제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몰상식한 엄마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나 ‘맘충’이란 호칭은 육아하는 엄마 대부분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며 많은 여성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상처를 안겼다. 뿐만 아니라 이 표현은 육아가 마치 여성의 일인 것처럼 인식되게 함으로써 성차별적 시선을 고착화하는 데도 일조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82년생 김지영』은 2014년 말 촉발된 ‘맘충이’ 사건을 목격한 작가가 여성, 특히 육아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의 폭력적인 시선에 충격 받아 쓰기 시작한 소설이다. 소설을 쓸 당시 작가는 유치원 다니는 자녀를 둔 전업주부였다. 온라인상에서 사실 관계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만 놓고 엄마들을 비하하는 태도에 문제의식을 느낀 작가는 지금 한국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이 과거에서 얼마나 더 진보했는지, 혹은 그렇지 않은지 질문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로 했다.

■30대 여성들의 인생 보고서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 김지영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이상 증세를 보인다. 시댁 식구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친정 엄마로 빙의해 속말을 뱉어 내는 통에 시댁 식구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드는가 하면 남편의 결혼 전 애인으로 빙의해 그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남편이 김지영 씨의 정신 상담을 주선하고, 지영 씨는 정기적으로 의사를 찾아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소설은 김지영 씨의 이야기를 들은 담당 의사가 그녀의 인생을 재구성해 기록한 리포트 형식이다. 리포트에 기록된 김지영 씨의 기억은 ‘여성’이라는 젠더적 기준으로 선별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발화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녀가 선택한 이야기들이 바로 일생에 거쳐 ‘여자이기 때문에 받아 왔던 부당한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의 고백은 1999년 남녀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이 제정되고 이후 여성부가 출범함으로써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이후, 즉 제도적 차별이 사라진 시대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내면화된 성차별적 요소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여 준다. 지나온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미처 못다 한 말을 찾는 이 과정은 지영 씨를 알 수 없는 증상으로부터 회복시켜 줄 수 있을까?

■김지영으로 대변되는 젊은 여성들에 대한 섬세한 심리 묘사
상담은 자기 고백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소설의 백미도 김지영 씨의 자기 고백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세밀한 심리 묘사다. ‘그때 그 상황’에서는 차마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차분히 쏟아 내는 그녀의 말들은 ‘김지영’을 이 시대 여성의 대변자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자세하고 보편적이다. 더욱이 김지영의 이름은 이 시대 젊은 여성들의 삶을 보편적으로 그리기 위한 작가의 전략적 선택이기도 하다.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아 중 가장 많이 등록된 이름이 ‘지영’이기 때문이다. 김지영이라는 개인의 고백을 30대 여성, 나아가 이 시대 여성들의 고백으로 볼 수 있는 이유다.

선배는 평소와 똑같이 다정하고 차분히 물었다. 껌이 무슨 잠을 자겠어요, 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김지영 씨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94쪽)

영업 중인 빈 택시 잡아 돈 내고 타면서 고마워하기라도 하라는 건가. 배려라고 생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무례를 저지르는 사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항의를 해야 할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고, 괜한 말싸움을 하기도 싫어 김지영 씨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100~101쪽)

주량을 넘어섰다고, 귀갓길이 위험하다고, 이제 그만 마시겠다고 해도 여기 이렇게 남자가 많은데 뭐가 걱정이냐고 반문했다. 니들이 제일 걱정이거든. 김지영 씨는 대답을 속으로 삼키며 눈치껏 빈 컵과 냉면 그릇에 술을 쏟아 버렸다. (116쪽)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견딜 수 없는 것은 오히려 그 순간들이었다. 김지영 씨는 충분히 건강하다고, 약 같은 것은 필요 없다고, 가족 계획은 처음 보는 친척들이 아니라 남편과 둘이 하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133~134쪽)

■기사, 통계, SNS 등 풍부하고 탄탄한 취재
보고서 형식으로 쓰인 『82년생 김지영』의 에피소드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이다. 어린 시절, 학창 시절, 회사 생활, 결혼 생활에 이르기까지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 경험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 사례들을 채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등장하는 각종 팩트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의 ‘성차별 역사’를 한눈에 보여 준다. 『확률 가족』 『기록되지 않은 노동』 『고용 동향 브리프』 등의 도서와 「여자라고 전교 회장 못 하나요」 등의 신문 기사를 비롯해 「인구 동태 건수 및 동태율」 「출산 순위별 출생 성비」 같은 통계청 자료, OECD에서 발표한 성별 인금 격차 (Gender wage gap) 자료 및 외신 기사, 「호주제 페지: 호주제, 벽을 넘어 평등 세상으로」 등 행정부 정책 보고서, 「경력단절 여성 지원정책의 현황과 과제」 같은 보건복지포럼 등의 자료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개인적 기억과 고백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러한 사실적 자료들을 통해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보편적인 삶으로 도약하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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