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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네이버 총수는 이해진” 결론···‘재벌’로 규제 시작

박용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정보기술(IT)업계의 ‘공룡’ 네이버를 자산 5조원 이상의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총수)으로 판단했다. 네이버는 그간 자사가 기존 재벌들과 다른 ‘총수 없는 기업’이라 주장했으나, 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재벌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공정위는 3일 네이버와 넥슨, 동원 등 5개 기업집단을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경우 이 전 의장을 총수로 지정했다.

[속보] 공정위 “네이버 총수는 이해진” 결론···‘재벌’로 규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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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전 의장과 네이버 일부 고위 임원들은 지난 1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를 직접 방문해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사무처장 등을 면담했다. 이같은 사실이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자, 네이버 측은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을 요청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공정위가 준대기업집단을 지정할 경우 총수도 함께 지정하는데, 준대기업집단은 피할 수 없지만 이 전 의장을 총수로 지정해선 안된다는 것이 네이버 측의 요구였다.

네이버는 특정 개인이나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는 기존 재벌과는 구조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 전 의장의 지분만 봐도 4%대로 미미하다는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네이버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준대기업집단이면서 관련 규제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위는 네이버의 지배구조가 이 전 의장을 중심으로 한 총수 체제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측은 “이 전 의장과 임원들이 보유한 네이버 지분이 4.49%로 다소 적어 보일 수 있으나, 경영참여 목적이 없다고 공시한 국민연금 등을 제외하면 최다 출자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1% 미만 소수주주 지분이 약 50%에 달하는 사실을 고려하면 4.49%는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에 있어 유의미한 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장이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맺은 자사주 교환도 총수 판단의 근거가 됐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은 당시 교환으로 1.71%의 우호지분을 확보했으며, 향후에도 10.9%에 달하는 잔여 자사주의 추가 활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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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의장이 비록 2선으로 퇴진했지만, 공정위는 사내에서 가진 지위는 여전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은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다른 대주주가 추천·선임한 이사도 없는 상태”라며 “이 전 의장이 지닌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 해외에서 ‘재벌’로 인식돼 사업상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지만,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같은 논리라면 삼성이나 현대 등의 투자활동도 잘 안돼야 한다”며 “네이버 측 주장의 정확한 근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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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총수 지정으로 향후 이 전 의장은 친족 등 특수관계자의 사익편위 행위에 대한 규제를 받게 됐으며, 관련된 공시 의무도 지게 됐다. 현재 네이버를 제외하고 이 전 의장 일가와 관련된 회사는 ‘지음’ 총 3곳이 있다. 지음은 이 전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컨설팅 관련 회사이며, 자산은 643억 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4촌과 6촌이 각각 음식·여행 관련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네이버와 사업상 접점이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향후 네이버 등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신규 기업들의 주식 소유 현황 등을 분석해 내부지분율 및 순환출자 현황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 단계적으로 내부거래 현황과 채무보증 현황, 지배구조 현황 등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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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총수 지정 사례는 향후 비슷한 유형을 지닌 IT기업들에게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관계자는 “네이버와 같은 일부 IT기업들은 외부 회사들을 흡수하면서 급속히 성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계열사도 많고 덩치도 큰데 총수의 지분율이 낮은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향후 비슷한 유형의 회사들이 나타난다면 이번 결정은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공정위가 네이버에 던지는 모종의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그간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하며 중소 IT업체, 소상공인들의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이 전 의장에게 따끔한 ‘일침’을 던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개척자로서 이 전 의장이 우리 사회에서 보다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고민이 깊어져야 한다”며 “이 전 의장은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기업의 모습을 아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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