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만에 탄생한 일본인 ‘스모 천하장사’ 은퇴…일본 열도 충격

도쿄 | 김진우 특파원

72대 요코즈나, 기세노사토

성적 부진에 ‘등극’ 2년 만에

일본 스모의 요코즈나 기세노사토(오른쪽)가 16일 은퇴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도쿄 국기관에서 열린 시합에서 도치오잔과 맞붙어 경기를 하고 있다. 도쿄 | 교도연합뉴스

일본 스모의 요코즈나 기세노사토(오른쪽)가 16일 은퇴를 표명하기 하루 전인 지난 15일 도쿄 국기관에서 열린 시합에서 도치오잔과 맞붙어 경기를 하고 있다. 도쿄 | 교도연합뉴스

일본 전통 스포츠 스모(相撲)의 ‘천하장사’ 격인 요코즈나(橫網) 기세노사토(32)가 16일 은퇴를 선언했다. 19년 만에 탄생한 일본인 요코즈나가 부진 끝에 2년 만에 도효(土俵·씨름판)를 떠나면서 일본 열도는 충격과 실망에 휩싸였다.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세노사토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해 후진 양성을 하고 싶다. 현역 활동 중에 정말 신세를 졌다”면서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요코즈나로서 모두의 기대에 따를 수 없는 것은 몹시 후회가 남지만, 제 씨름판 인생에 한 조각의 후회도 없다”고 말했다.

기세노사토는 2017년 1월 하쓰바쇼(初場所·그 해 첫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72대 요코즈나에 올랐다. 몽골 출신 선수들이 주름잡던 스모계에 일본 출신 요코즈나가 탄생한 것은 19년 만이어서, 일본 열도는 흥분에 들끓었다. 기세노사토는 잠시 기대에 부응했다. 요코즈나로서 처음 출전한 2017년 3월 대회에선 왼쪽 가슴과 팔 부상에도 불구하고 승자 결정전까지 가는 사투 끝에 2대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으나 그걸로 끝이었다.

이후 부상을 이유로 8개 대회에 연이어 출장하지 않았다. 스모 대회는 1년에 6차례 열린다. 지난해 9월 가을 대회에 복귀해 10승5패를 기록했지만, 11월 규슈 대회에선 요코즈나로선 87년 만에 4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고 오른쪽 무릎 부상을 이유로 경기 출장을 포기했다. 이런 부진에 ‘요코즈나 심의위원회’로부터 사상 처음으로 분발해달라는 뜻의 ‘격려’ 결의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이번 하쓰바쇼에 그의 거취가 걸려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기세노사토는 대회를 앞두고 “몸도 움직이고 있고 좋은 상태”라면서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13일 시작된 대회에서 3연패를 기록했고 은퇴를 선택했다. 일각에선 그가 성적 부진에 대한 스모계 주변과 여론의 압력에 큰 부담을 느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은퇴로 기세노사토는 1926년 이래 10번째로 짧은 기간 재임한 요코즈나로 기록된다. 통산 성적은 800승495패. 요코즈나 시절에만 36승으로, 1년에 6차례 열리는 제도가 정착한 1958년 이후 요코즈나로선 가장 적은 승수다.

기세노사토의 은퇴로 19년 만에 탄생한 일본 출신 요코즈나는 겨우 2년 만에 부재 상태가 됐다고 NHK는 전했다. 현역 요코즈나는 몽골 출신인 하쿠호와 가쿠류 등 2명만 남게 됐다.

스모 팬들은 실망과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날 스모 경기가 열리는 도쿄 료코쿠 국기관을 찾은 팬들은 “좀 더 힘을 내줬으면 했는데”라면서 유감스러워했다. 기세노사토의 출신지인 이바라키(茨城)현 우시쿠(牛久)시에서 후원회 활동을 하는 이시와타 노보루는 “팬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스모의 길을 추구했던 모습은 멋있었다. 좀 더 오래 스모계에 공헌했으면 했는데”라고 밝혔다. 다른 주민은 “요코즈나의 체면도 있고, 여기가 한계일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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