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만에 국회 증언대선 대기업 총수들 "대가성 없었다" 한목소리(종합)

[the300]이재용 "정유라 지원 어쩔 수 없는 사정"…정몽구 회장에게 "우이독경 수준" 독설도

정영일 지영호 기성훈 배소진 박상빈 기자 l 2016.12.07 00:07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회장들이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답하던 중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2016.12.6/사진=뉴스1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대기업 총수 9명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납부에 "대가성은 없었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이들은 재단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관련, 청와대의 요청을 받은 전국경제인연합(이하 전경련)이 할당한 대로 응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그룹은 추가 지원 요청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요청을 거부했다고 진술했다. 총수들은 또 이날 전경련의 건설적 해체에 상당수 동의했다. 이로써 전경련은 창립 55년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경유착을 끊고 구태가 있으면 고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등 증인으로 출석요구서를 받은 대기업 총수들이 전원 출석했다. 

◇일제히 "대가성 없었다"…이재용 "정유라 지원 어쩔수 없는 사정"

국회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6일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을 향해 최순실 등 비선실세가 주도한 두 재단에 대한 출연금 납부에 강제성이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여·야 의원들은 재계순위 1위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에 최순실을 알게 된 시점과 정유라 지원 배경, 박근혜 대통령 과 독대내용 등을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씨 측 비덱스포츠란 회사 등에 1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지원한 데 대해 "적절치 못한 방법으로 지원한 건 인정한다"며 "창피하고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는 "승마협회를 통하지 않고 정유라 개인을 지원하라는 결정은 누가 내렸나"라는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황 의원은 재차 질의했지만 이 부회장은 "이 일에 저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이 연루돼 있다. 검찰조사와 특검이 예정돼있다.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최태원 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것이 사면에 대한 대가성이냐 문화예술 체육인의 삶과 복지를 위한 것이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가성이란 생각 갖고 출연한 바 없고 제 결정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어 "기업별로 할당을 받아서 할당한 액수만큼낸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6.12.6/사진=뉴스1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화력 집중'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 개입 의혹에도 관심이 집중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두 회사의 합병 직전 이 부회장이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과 회동을 가진 것을 지적하며 "국민연금의 돈을 이용해서 본인의 승계에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 부회장은 "향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하는 등 고개를 숙이면서도 대가성이나 박 대통령의 지원 요청 여부 등 핵심 사안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특히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을 것",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해체할 것", "저보다 훌륭한 분 있으면 경영권 넘길 것" 등을 언급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2015년 상반기 건설업 실적이 살아나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건설 평균 28.7% 주가가 상승했지만 유독 삼성물산만 마이너스 8.9%를 기록했다"며 "통합을 앞두고 삼성물산의 주가를 떨어뜨리고 제일 모직 가치를 올려 합병비율을 유리하게 이끈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저희가 미비한 것도 많고 앞으로 고쳐나갈것도 많지만 이렇게 까지 의심하시면 조금…"이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김신 삼성물산 사장은 "다른 건설사의 경우 2014년 상당한 부실을 반영했지만 저희는 공사진행이 늦다보니 2015년 말에 인식할수 밖에 없었다"며 "그러다보니 2015년 상반기 영향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재현 사면 靑 교감說' 손경식 "그런적 없다"

그룹 '오너'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8.15 특별사면이 사전에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이뤄졌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그런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이 재상고를 포기한 이유가 사전에 특사명단에 포함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재상고가 받아들여진 적 없어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2014년 9월26일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근거로 청와대가 당시부터 이재현 회장과 최태원 회장의 사면 논의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회장이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한 1개월 후 사면된 것에 대해 "한 달 뒤 사면약속을 받은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손 회장은 "논의한 적 없다"며 "당시 법조인이나 언론들 모두 하는 말이 재상고는 받아들여진 적 없다, 틀림없이 되지 않는 일이다(라고 해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론에서 자꾸 사면이 앞으로 있을 것이란 얘기들이 자꾸 나왔고, 그것밖에 길이 없으니 일단 재상고 철회를 했던 것이다. 그게 동기"라고 말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이재현 회장은 상고를 포기하는 순간 교도소에 들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곧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도 재상고를 안한게 이해가 안간다"고 따졌다. 손 회장은 "재상고를 취하하고 형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며 "그게 받아들여져 계속 병원에 있었다"고 답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회장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16.12.6/사진=뉴스1



◇고령의 회장에게 '우이독경' 독설, "총수 편의 봐주자" 쪽지도

이날 청문회에서는 기업집단 총수들을 향해 고압적인 태도로 질의를 하거나 호통을 치는 것으로 일관하는 의원들도 있어 눈총을 받았다. 의원들은 질의 후 증인들이 대답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없다. 빨리 대답하라"고 독촉하거나 총수들의 대답을 중간에 끊고 다음 질의를 이어가는 모습도 눈에 뗬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의 경우 삼성전자 근로자 산재 사고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직원의 산재 사망사고, 삼성전자 휴대전화 하청업체 근로자의 에탄올 중독 사고 등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성을 찾기 힘든 발언을 이어갔다. 오전 청문회가 마친 직후에는 이 부회장에게 직접 고함을 치며 "자료를 내놓으라"고 외치기도 했다.

안민석 의원의 경우 총수들에게 촛불집회에 나가본 사람은 손을 들것을 요구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손을 들자 "당신은 재벌이 아니잖아"라고 면박을 줬다. 이재용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30~40분간 독대를 하며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대화를 나눴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의 논리와 머리로는 30~40분 얘기할 게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의원은 또 "삼성 승마단을 언제 해체했냐"는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이 제대로 답을 하지 못하자 "머리가 안좋냐"며 공격하기도 했다. 하태경 의원 역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청문회장을 떠난 이후 "(정 회장이)연기를 하는건지 실제로 질문을 납득시키는게 어려운 '우이독경'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일부 재벌 총수들의 건강을 염려하는 듯한 내용의 쪽지를 위원장에게 건네는 장면이 포착돼 '저자세 의원'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는 쪽지에 "오후 첫 질의에서 의원님들이 세분 회장 증인에게 질문하실분 먼저하고 일찍 보내주시는 배려를 했으면 합니다"고 썼다. 

이 의원은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이 삼성물산 합병 이후 주 전 사장이 거취를 묻는 질문을 하는 과정에서 정면 충돌했다. 이 의원이 "임기를 다 채우고 그만뒀다고 하는데 삼성 합병 관련 사건으로 연임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냐"고 질문하자 주 전 사장은 "그 질문이 국정농단과 무슨 상관이냐"고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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