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분 만남, 오찬은 ‘탕평채’
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첫 회의는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때때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없는 자리에서 “(임 실장의) 자기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고 하면서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임 실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참석 때문에 뒤늦게 합류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11시20분 청와대 본관 로비에 도착한 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을 보고 “편하게 계시라니까요”라며 웃어 보였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정치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협치’라는 그런 말을 많이 듣는다”라고 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첫 발언을 권하자 김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 먼저 하시라. 자꾸 너무 겸손해도…. 그래도 1당 대표니까”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문제에 대해 합의하자고 즉석 제안하고, 이 문제가 합의문에 포함되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께서 고단수”라고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중간중간 긴장도 흘렀다.김 원내대표가 임 실장의 ‘자기 정치’를 비판하자 문 대통령은 노란색 메모장에 해당 발언을 적었다. 김 원내대표가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비판하면서 합의문에 ‘정부 에너지 정책 점검’이란 표현을 넣자고 요구하자 문 대통령은 “정부 정책을 바꿀 순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1시간40분간 진행됐고 참석자들은 백악실로 이동해 오후 1시부터 1시간가량 오찬을 함께했다. 문 대통령이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앞으로는 석 달 단위로 국정현안을 매듭짓는 것으로 합시다. 다음은 언제 만나는 거죠?”라고 묻자 “2월에 만나는 겁니다”라는 답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이어 “그러면 2월에 만나는 것으로 합의문에 들어가 있습니까”라고 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날 오찬 메뉴는 녹두묵에 고기볶음, 미나리, 김 등을 섞어 만든 탕평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