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伊 일대일로 MOU 체결
막대한 차이나머니 앞세운 中
에너지 등 3조원 투자 보따리
伊, 시진핑에 `황제급 의전`
"중국 예속" 美 경고 안통해
◆ 유럽 노리는 중국夢 ◆
시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을 앞두고 서방에서는 이탈리아의 일대일로 사업 동참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달아 나왔다. 개릿 마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일대일로 참여를 두고 "중국의 '헛된(vanity)'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위원회도 지난 12일 중국을 '경제적 경쟁자(economic competitor)'이자 '체제적 경쟁자(systemic rival)'로 규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EU와 주요 회원국들은 그동안 중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일대일로 사업에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참여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과 EU의 견제를 뚫고 서방의 핵심 일원인 이탈리아를 끌어들임으로써 일대일로 사업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중에 유럽 주요국과 경제적 동맹을 맺은 것은 미국에 정치적 타격을 입힌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서방 매체들도 중국 자본의 위험성을 부각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한때 글로벌 경제를 주름잡았던 G7 멤버가 중국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것은 중국이 세계 경제와 정치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동맹국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적인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는 중국 투자를 촉진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일대일로 참여를 결정했다. 실제로 이날 중국과 일대일로 MOU를 체결한 것 외에 이탈리아 기업들은 500여 명의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방문한 시 주석에게 '선물 보따리'를 받았다.
중국은 에너지·철강·농산물 등 분야에서 총액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구매·투자 계약을 이탈리아 측에 안겼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이탈리아 상품과 이탈리아 회사, 이탈리아 전체가 승리한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로마의 시진핑 : 왕에 걸맞은 의전'이라는 기사에서 '황제급 예우'를 부각했다. 23일 시 주석이 탄 리무진이 기마병들에게 호위를 받으면서 대통령궁에 도착했는데, 이는 보통 외국 국왕에게만 제공하는 최고 수준 의전이다.
유럽의 경제 침체가 길어질수록,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유럽 경시가 계속될수록 중국의 대(對)유럽 일대일로 공세는 거세질 전망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에도 포르투갈을 방문해 일대일로 협력 대가로 막대한 투자 보따리를 안긴 바 있다.
한편 시 주석은 24일 모나코를 거쳐 프랑스로 향했다. 시 주석은 프랑스 남부 도시 니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일대일로 참여를 권유할 계획이다. 이후 26일에는 마크롱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초청한 유럽을 움직이는 빅3가 시 주석을 위해 모이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과 유럽 정상들은 환경과 무역 이슈에서 미국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협의할 전망이다.
[박만원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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