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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街는 실험중①]"소비심리를 깨워라"…닫히는 지갑, R&D로 연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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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업계, 이색 협업으로 고객 '호기심' 마케팅
마트·백화점, 서비스와 MD 역량 강화에 '오프라인 경쟁력' 초점
호텔은 PB 만들고 화장품은 남성고객 유치 골몰

휠라 X 메로나/사진=빙그레

휠라 X 메로나/사진=빙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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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닫힌 지갑을 열어라".

긴 불황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다양한 도전, 새로운 마케팅으로 소비심리 회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규 제품이나 서비스 연구·개발(R&D)을 통해 고객들의 호기심과 구매욕을 불러일으킨다는 전략이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9.9를 기록해 전월 대비 1.3포인트 하락하며 7개월 만에 고꾸라졌다. 지난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93.3까지 떨어졌던 소비자심리지수는 2월부터 반등해 지난달(111.2)까지 6개월 연속 오른 바 있다.
유통 현장에서는 "매출 개선세는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있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올해 2분기(4~6월) 롯데백화점의 영업이익은 1년 전(9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0억원이었다. 매출은 2조80억원으로 5.6%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은 6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감소했다. 매출은 3.1% 줄어든 4359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세계백화점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 6.9% 찔끔 늘었다.
자료: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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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장기 불황, 소비 부진 흐름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유통업계의 '이색 협업'이다. 식품업계와 패션업계의 만남은 익숙한 브랜드에 참신한 디자인이 더해져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 편집매장 비이커와 오리온 초코파이 만남을 시작으로 휠라와 빙그레 메로나, 에잇세컨즈와 농심 새우깡까지 장수 먹거리들은 최근 다른 업종의 다양한 브랜드와 쉴 틈 없이 손을 잡는다.

빙그레는 지난 5월 휠라코리아와의 협업을 통해 메로나 특유의 색깔을 입힌 운동화와 슬리퍼를 내놨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운동화 '코트디럭스 메로나'는 초도물량 6000족이 출시 2주만에 완판됐다.

신발에 이어 옷과 수세미 등 협업 영역을 확장한 제품도 인기다. 빙그레가 이랜드의 스파오(SPAO) 브랜드와 협업으로 선보인 '메로나 티셔츠'의 판매량은 목표의 120%를 초과 달성했다. 수세미도 등장했다. 메로나 모양을 본 뜬 막대형 스폰지로 제작된 '메로나 수세미'는 초도물량 1만개가 출시 2주만에 다 팔렸다.
빙그레의 또 다른 장수제품 바나나맛우유는 올리브영과 협업을 진행했다. 우유 특유의 배불뚝이 패키지를 그대로 재현하고 향을 입힌 제품을 올리브영의 자체브랜드(PB)인 '라운드어라운드'가 출시, 큰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35만개 가량이 판매됐다.

농심 새우깡은 종합문구기업 모닝글로리와 손잡고 농심 스낵 브랜드를 디자인한 캐릭터 노트를 선보이고, 이를 바나나킥, 오징어집, 닭다리, 포스틱 등 인기 스낵으로 확대한다. 앞서 농심은 삼성물산 패션부분의 SPA인 에잇세컨즈와 함께 새우깡의 새우와 스낵을 그래픽으로 재해석한 '썸머 프랜즈'를 내놨다. 새우깡이 총 36개 스타일의 45개 패션아이템으로 재탄생한 셈이다.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 1층 '어반 포레스트' 전경.(사진=롯데마트 제공)

롯데마트 서울 양평점 1층 '어반 포레스트' 전경.(사진=롯데마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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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 현장에서는 '온라인'과의 본격적인 서비스 경쟁에 돌입했다. 매장에 나와야만 만나볼 수 있는 차별화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단독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백화점들은 매출 효자로 자리매김한 식품관에 우선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식품관의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5% 신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식품 매출은 주 수익원인 명품과 엇비슷해졌다. 명품 대비 식품군 매출은 2015년 전까지 80%대에 머물렀다가 지난해 처음 90%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에는 95%까지 올라왔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식품관 매출이 전반적인 실적 감소세를 완충하고 있다.

백화점 식품관들은 소비시장 대세로 떠오른 1인가구를 잡기 위해 기존의 보수적이고 고급스런 이미지도 내려놨다. 편의점, 대형마트 못지않게 '1코노미('1인'과 '경제'를 조합한 신조어) 상품 구색을 갖추며 1인가구 맞춤형 마케팅에 적극 나서는 것. 신세계백화점은 F&B 강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보석, 의류, 속옷 등 PB 상품을 적극 출시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족'을 사로잡고 있다. 상품 기획 및 디자인·제작·판매·브랜딩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한다.

대형마트도 '사양세'라는 주변 시선을 탈피하고자 혁신에 나섰다. 이마트는 삼성전자의 디지털 기술을 입고 미래형 첨단 마트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세웠다. 고객의 정보를 현장에서 인식해 적확한 광고 마케팅을 진행하고, 현수막이 아닌 첨단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옥내외 광고를 전개한다. 롯데마트는 아름답고 색다른 매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마트 양평점과 서초점의 어반 포레스트(Urban 4 rest), 그로서란트 마켓은 매출 호조의 1등 공신이다. 누구나 중앙의 계단형 좌석에 자유롭게 앉아 스크린을 통해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자연 채광을 이용하기 위해 오픈형 테라스를 도입했으며 은은한 식물 향도 난다. 서초점에는 국내 대형마트 최초의 그로서란트 마켓이 들어섰다. 스테이크 등 양질의 식재료를 구입하면 현장에서 바로 조리해준다.

대형마트 업계가 앞다퉈 도입한 자체상표·상품(PB) 열풍은 호텔에도 확산되는 추세다. 호텔 고유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와 질 좋은 PB상품을 통해 매출 다각화를 노린다는 전략. 조선호텔은 호텔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타월, 목욕 가운, 거위털 이불, 거위털 베게, 매트리스 등을 '베딩 콜렉션'으로 구성해 판매한다. 풀세트를 구매하면 호텔 직원이 직접 집에 방문해 침구 정리도 해준다.

'더 플라자'는 지난해부터 전문가들이 만든 디퓨저, 목욕가운 등을 선보이고 최근에는 일식당 무라사키에서 사용하는 젓가락도 판매했다. 향후에는 침구류도 새로운 시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이밖에 롯데호텔은 침대업체 시몬스와 함께 해온이라는 브랜드를 내놓고 있고,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매년 해당 연도의 12간지 띠동물 캐릭터 인형과 미니어처 키홀더를 제작해 판매 중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매출 급감 후폭풍을 맞은 화장품 업계는 수년 째 '남성용'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주로 전담하던 화장품 모델 자리에는 최근 남자 셀럽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실제 남성 셀럽들이 광고한 제품 판매는 크게 늘었다. '키스미 볼륨앤컬 마스카라 어드밴스드 필름 오드브라운'의 매출은 개그맨 김기수가 진행하는 모바일 뷰티 프로그램 '예살그살'(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에 소개된 후 한 달간(5월4일~6월3일) 전월동기대비 20배 증가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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