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은희 여성부장관 “소녀상 철거? 정부가 나설 일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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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 인터뷰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52·사진)은 5일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설립이 소녀상 철거로 이어질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최근 재단에 10억 엔(약 106억 원)을 송금한 것과 관련해 ‘소녀상 철거의 대가’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선을 그은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재단의 운영 방향 △지난해 말 초안이 완성된 위안부 백서의 발간이 늦어지는 이유 △위안부 기록 유네스코 등재 지원 예산의 삭감 이유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원하는대로 맞춤형 지원” ▼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위안부 재단은 소녀상과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위안부 재단은 소녀상과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위안부 소녀상 철거는 정부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이 곧 본격 활동을 시작할 ‘일본군 위안부 화해·치유 재단’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전제로 설립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재단은 소녀상과 무관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정부 부처의 수장이 소녀상 철거 논란에 대해 직접 방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또 재단금의 사용처에 대해 피해 할머니들이 원하는 대로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합의 내용 중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는 언급이 있다.

“‘적절한 노력’은 외교적인 성의를 뜻할 순 있지만 강제 철거한다는 뜻이 아니다. 2011년 여가부가 종로구에 소녀상 설치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은 시민단체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철거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일본이 충분히 반성했으니 이 정도면 됐다’며 철거를 요청하면 모를까, 정부가 먼저 나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위안부 생존자 46명 중 12명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합의가 완벽했다고 평가할 순 없다. 하지만 2011년 8월 헌법재판소가 ‘고령인 피해자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면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처럼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현 상황을 고려해 합의한 거라고 본다. 피해자 중에도 이번 한일 합의를 인정하는 분이 더 많다.”

―재단금(약 106억 원)을 어떻게 사용할 계획인가.

“피해 할머니마다 원하는 바가 다르다. 어떤 분은 현금 수령을 원하고, 어떤 분은 ‘공장을 지어 청년들 취업시켜 달라’고 한다. 각자의 소망을 존중해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수령을 거부하는 분의 몫은 남겨두는 게 옳다.”

―위안부 기록 유네스코 등재 지원 사업 예산이 내년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여가부는 민간위원회가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작업을 도와왔고, 올해 6월 신청이 완료되면서 지원 사업도 마무리했다. 우리(정부)가 나서면 일본 정부도 나설 텐데 ‘국가 간 힘겨루기’로 번지는 게 과연 위안부 기록 등재에 유리할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만약 기록 수집, 보존과 관련해 정부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면 예산과 무관하게 별도로 지원할 수 있다.”

―위안부 백서 발간은 왜 늦어지나.

“백서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한일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백서를 만들던 중 합의가 이뤄졌으니, 그 주요 조치 중 하나였던 재단이 설립되고 활동하는 내용까지 담아야 백서를 마무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재단 설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백서에 기록하게 될 거다. 올해 안에 발간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정 폭력에 대한 해결책이 있나.


“생애 주기별 부모 교육을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뿐 아니라 대형마트·백화점의 문화센터와 군에서도 실시할 예정이다. 10월부턴 아이사랑 카드(보육료 바우처) 발급 전 부모 교육 동영상을 반드시 시청하도록 하는 등 온라인 강의도 늘릴 방침이다.”

―다문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 지 10년이 됐다. 가장 큰 과제는….

“다문화 아이들이 군대에 갈 나이가 됐다. 군 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당면 과제다. 내년부턴 결혼이주여성이 최소한 초등학생 수준 이상의 한국어를 구사하고 우리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겠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위안부#소녀상#할머니#강은희#여성가족부#위안부재단#다문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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