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영어 감옥·낙오자 징벌 ‘일등사회’에 갇힌 학생·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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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1.04.12. 오전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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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남표식 개혁 ‘오발탄’

카이스트 학생들의 잇단 죽음의 배경으로 꼽힌 ‘차등적 등록금제’는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하지만 서남표 총장이 ‘경쟁 지상주의’를 표방하며 도입한 △100% 영어강의제 △연차 초과자 수업료 납부제 △재수강 기회 3회 제한 등의 제도는 여전히 학생들을 옥죄고 있다.

■ 학문 탐구 막는 ‘100% 영어강의’ 카이스트는, 지난해 전체 강의의 91%를 영어로 했다. 포스텍(포항공대)의 57.8%보다 훨씬 높고, 외국어 특성화 대학인 한국외대(36.4%)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 수치다. 특히 영어강의는 일반계고 출신들에게 더 버겁다. 11일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캠퍼스에서 만난 3학년 성아무개씨는 “일반계고 출신인데, 영어를 못해서 많이 힘들다”며 “자유롭게 책을 보면서 학문을 탐구하고 싶은데, 책을 펴기조차 두렵다”고 털어놨다. 교수들도 영어강의에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한상근 카이스트 교수(수리과학과)는 지난 9일 카이스트 누리집 게시판에 글을 올려 “앞으로 모든 강의를 우리말로 하려 한다”며 “영어 강의는 그나마 매우 적은, 교수와 학생의 인간적인 접촉을 단절해 버린다”고 지적했다.

■ 연차 초과자 수업료 추가부담 8학기 안에 졸업을 하지 못하면 9학기째부터는 수업료를 추가로 내게 하는 ‘연차 초과자 수업료 납부제’도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지난해까지 졸업 연차를 초과하면 1년에 무조건 1575만원의 수업료를 내도록 했지만, 학생들의 반발 때문에 올해부터는 수업 기간과 이수 학점에 따라 차등적으로 연차 초과 수업료를 내도록 제도를 바꿨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이른바 ‘재수강 삼중제한’(과목수 제한, 재수강비 납부, 학점 제한)도 학생들에게 악명이 높다. 재수강은 단 세 과목밖에 할 수 없고, 재수강을 하면 학점당 7만5000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또 재수강 최고학점은 비(B)학점으로 제한돼 있다.

■ 전면적인 입학사정관제의 문제 카이스트는 2010학년도부터 100% 입학사정관제 전형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 2010학년도 정원 970여명 가운데 120여명의 일반계고 학생, 7명의 전문계고 학생을 뽑았다. 하지만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일반계고나 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부족했고, 지난 1월8일에는 전문계고 출신으로 ‘로봇 영재’라고 불리던 조아무개(1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 한성과학고의 한 교사는 “선행학습을 한 과학고 아이들과 달리, 일반계고·전문계고 출신 학생들은 전교에서 1~2등을 했더라도 따라가기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이재훈 진명선 송채경화, 대전/박현정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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