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윤혜경 기자】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놓고 CJ제일제당과 KGC인삼공사가 싸움이 붙었는데, 정작 피해는 우리 농민들이 보고 있습니다”

‘양배추즙’ 등 국내 농산물을 가공한 건강기능식품 생산에 나선 영세 영농조합이 KGC인삼공사에 이어 CJ제일제당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출은 물론 일감이 줄고 있다며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비판하고 나섰다.

반면 시장 침해 기업으로 지목된 CJ제일제당과 KGC인삼공사 측은 우리 농민이 생산한 작물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인 만큼  도리어 상생하고 있다고 반박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농산물 가공업체 으뜸농부협동조합(이하 으뜸농부)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CJ제일제당이 올 3월 ‘한뿌리 양배추즙’으로 양배추즙 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농식품 6차산업(이하 6차산업)에 관심이 많은 농민이나 소규모 가공업자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원 및 양성하는 6차산업은 농촌에 존재하는 모든 유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 및 유통판매, 서비스 등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즉, 농민들이 생산부터 가공, 유통까지 도맡아 관련 농가 소득증대는 물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경제 패러다임이다.

6차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농민들은 주로 양배추나 양파, 아로니아, 블루베리, 복분자 등을 가공해 술이나 즙 등의 액상 차를 제조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한다.

그중 양배추즙은 으뜸농부가 10여 년 전인 2007년 조그만 공장에서 양배추즙을 제작 및 판매한 게 원조라고 설명했다. 특히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U 성분이 위장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배추즙은 어느덧 영세농민들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부터 으뜸농부는 양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 및 소규모 양배추 가공업자들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맺어 ‘유기농 양배추즙’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CJ제일제당이 지난 3월 ‘한뿌리 양배추즙’을 출시하면서 자체브랜드 판매와 OEM 제조는 물론 직원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으뜸농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 양배추 ⓒ게티이미지뱅크

으뜸농부 “농민들이 시장 키우면 대기업이 손대”
“제품영역 넓힐까 우려…피해는 농민이 떠안아”

문제는 양배추즙 시장의 규모가 50억원 정도로 크지 않다는 점이다. 불과 4개월여 만에 영세농민들의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으뜸농부 측은 CJ제일제당이 양배추즙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에도 손을 뻗치는 게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으뜸농부 관계자는 “양파즙, 양배추즙, 아로니아즙이 가장 보편적이고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다. 그런데 CJ제일제당이 처음으로 만들어낸 게 이 3가지다. 소규모 농촌형 가공공장을 하거나 농민 중에 6차산업을 하는 사람이 만들어 시장을 일정하게 키워놓은 것을 딱 골라 판매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고생해서 시장을 키워놓은 농민들은 뭐가 되겠냐”며 하소연했다.

농민과 소규모 가공업자가 사업에 나선 양파즙 등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한 대형 기업은 CJ제일제당뿐이 아니다. KGC인삼공사의 건강식품 브랜드 정관장의 굿베이스도 아로니아즙, 양파즙, 배즙 등을 판매하며 동일한 시장에 진출해 소규모 영농조합을 위협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CJ제일제당에서 만드는 품목(아로니아 등의 건강기능식품)은 KGC인삼공사 브랜드 정관장의 굿베이스에서도 제작해 피해가 있다”며 “CJ제일제당과 KGC인삼공사가 적당히 형성된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놓고 싸움을 벌이면서 그 피해는 영세업자나 농민들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브랜드 정관장의 굿베이스는 대형마트와 플래그십 스토어인 ‘정관장HUB’ 등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오픈마켓이나 홈쇼핑 등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이 같은 KGC인삼공사의 영향력 때문에 시장을 키운 영세농민들이 제작한 상품은 정작 맥을 못 추고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KGC인삼공사 “농민들과 상생해 제품 제작…피해 주는 것 아냐”

이와 관련해 CJ제일제당과 KGC인삼공사 측은 지역 농가의 농민들과 상생을 통해 제품을 제작하고 있기에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양배추즙뿐만 아니라 도라지즙, 양파즙 등의 건강보조식품 모두 현지 농가와 상생을 해 해당 지역의 법인이나 조합을 통해 원재료를 받고 있다”며 원물을 수급하는 시스템 자체도 오랫동안 협력 관계를 맺거나 현지에 있는 업체다“고 지역 농가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어 “(CJ제일제당 한뿌리 양배추즙) 제품이 고객에게 판매가 잘 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우리만 이익을 남긴다는 것보단 이 제품 (제작에) 참여한 지역 농가에도 분명 이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소득을 증대하기 위한 6차산업 시장에 대기업의 진출은 농민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CJ제일제당 측은 단순가공품 등은 이미 대중화된 원료를 사용하고 있어 특정 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KGC인삼공사 측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통해 수급을 받아 제품화를 한 것이며, 농민들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농가 입장에서도 수확한 것을 판매할 판매처가 필요하다. 그 판매 활로를 제공한 것”이라며 “(KGC인삼공사 정관장의 굿베이스는) 중간에서 원료를 받아 제품화한 것이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규모 가공업자는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일부 6차산업 시장에 대한 정책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으뜸농부협동조합 관계자는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농민들이 하기 쉬운 일들이 어려워졌다”라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6차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정작 농민들이 시장을 개척하면 뭐하겠냐. (대기업 때문에) 하루아침에 날려버릴 수 있는데”라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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