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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충격에 車생태계 도미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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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이달 30% 생산 감축…자금난 겪는 부품협력사들 40%가 타 완성차와 중복거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 GM발 한국 車산업 생태계 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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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군산공장 1차 협력사였던 자동차 섀시(골격) 업체 A사는 최근 현대차 2차 납품업체로 갈아탔다. 다음달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앞두고 물량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A사는 겨우 거래처를 잡았지만 사실 앞날은 막막하다. 한국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망가지면 현대차, 쌍용차,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업체의 생산 기반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면서 다시 협력사들이 붕괴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한때 직원 100명, 매출액 400억원에 달했지만 매출이 40억원으로 줄었다"며 "지금도 베어링처럼 소규모 부품만 생산할 정도로 사정이 안 좋은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한숨지었다.

1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1차 협력사 301개 가운데 현대·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 등 다른 완성차업체 거래처를 갖고 있는 업체가 4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한국GM이 협력사에 부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다른 완성차업체 협력사들도 연쇄 부도가 불가피한 구조다.

실타래처럼 얽힌 차부품 공급망이 타격을 받게 되면 국내 자동차산업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한국자동차부품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쌍용차 1차 협력사 250여 곳 중 48%인 120곳이 한국GM에도 납품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협력사 43%(130곳)와 르노삼성차 41%(107곳)도 한국GM에 부품을 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은 당장 이달 지급해야 할 4000억원어치 협력사 부품대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부담이 커지자 한국GM은 이날 1차 협력사에 이달 생산량을 30% 감축한다는 계획을 통보했다.

한국GM발 밸류체인 '쇼크'가 가시화하면 부품업체에 고용된 9만3000명 일자리가 직격탄을 맞는다. 한국GM 1차 협력사 301곳 중 한국GM에만 100% 납품하는 86개사 고용 인원이 1만1000명, 이들을 제외한 업체 215곳의 고용 인원이 8만2000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2, 3차 협력업체로 범위를 넓히면 충격파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1~3차 협력업체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총 5000여 곳으로 전체 고용 인원은 36만명에 달한다.

한국GM은 당장 이번주부터 업체별로 부품대금 지급 시한을 맞이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금융당국도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열고 한국GM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과 금융애로 상담을 당부했다. 최 위원장은 "한국GM 경영 정상화 논의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일단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면 경쟁력 있는 체계를 재건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김정환 기자 / 이승윤 기자 /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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