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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키언 전 참모차장] “트럼프, 북한 문제 후임자에 미루지 않을 것”


잭 키언 전 미국 육군 참모차장.
잭 키언 전 미국 육군 참모차장.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지 빼앗길지 선택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를 후임자에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잭 키언 전 미 육군 참모차장이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키언 전 참모차장은 미국에는 해상봉쇄와 군사력 증강 배치 등 압박을 강화할 옵션이 많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북한 비핵화에 있어 진전이 있다고 보십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미사일 엔진 실험과 위성 발사에 사용된 미사일 시설을 폐기하는 데 사찰단 참관을 허용하는 것은 진전이라고 봅니다. 폐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처음으로 외부 사찰단이 이를 확인하는 점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핵무기와 연료, 탄도미사일을 폐기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미국은 모든 핵과 탄도미사일 시설에 대한 장소 뿐 아니라 이를 적절한 시한 내에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할 것을 원합니다. 미사일 실험장에 대한 사찰단 허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맞지만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폐기까지는 갈 길이 멉니다.

기자) 북한은 비핵화가 아닌 영변 핵시설 폐기에도 미국의 ‘상응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이 비핵화 전에 상응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입니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에 더 압박을 가해 제재를 강화하는 겁니다. 중국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제재를 소폭 완화했고 러시아는 유엔 대북 제재를 한 번도 이행한 적이 없습니다. 이들 국가는 해상 거래를 통해 북한에 유류와 연료를 넣어줬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진지하게 탄도미사일을 폐기하고 있다고 믿기 전까지 어떤 제재 완화도 하지 않을 겁니다.

기자) 종전선언 문제가 비핵화 협상 교착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옵니다. 비핵화 전에 남북한 간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전쟁을 끝내고 어떤 협정을 체결하려면 모든 당사국이 참여해야 합니다. 남북한과 중국, 미국이 포함되죠. 김정은이 비핵화에 진지해지면 그런 상황이 올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더 큰 진전이 이뤄지기 전까진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의 대가는 주한미군 철수이고 미국은 이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겁니다. 미국은 북한에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이 사라지기 전까진 주한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남북한 병력이 각각 후방 배치돼야 합니다. 전쟁 준비가 아니라 후방에서 정기적인 훈련만 하는 거죠. 이런 상황이 충족돼야 미군 감축을 논의할 수 있고 아직 오랜 시간이 남았습니다.

기자) 폼페오 국무장관이 다음주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전까지 비핵화를 완료하는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보십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김정은이 동참한다면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를 위해선 공격적인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기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김정은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임기 내 비핵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수 년에 걸쳐 지연시키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이 임기 내에 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기자) 일각에서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반복해온 지연 전략에 미국이 다시 당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동의하십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김정은에게는 앞으로 40년이나 남아 있습니다.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이유는 북한을 더욱 번영시키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나라로 만드는 데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미국 정치권을 상대하는 데도 꽤 요령이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느끼는 압박과 임기에 제한이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죠.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에 계속 최대 압박을 가하고 군사옵션도 고려할 것으로 봅니다. 저는 미 당국자들이 사적인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핵무기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빼앗기든지 둘 중에 하나야. 너의 선택이고 매우 간단해. 우리는 네가 핵무기를 포기하기를 정말 원해”라고 말이죠. 저는 미국은 군사옵션을 한 번도 배제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후임자에게 넘겨주는 것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캠페인은 약화됐고 더 이상 남아 있는 옵션이 없다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압박을 강화할 방법이 더 있습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물론입니다. 우선 제재를 강화하고 현행 제재가 이행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미국이 원한다면 북한에 완전한 해상봉쇄를 가할 수도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가족 동반제를 금지할 수도 있습니다. 주한미군 가족을 미국으로 귀국시킬 수도 있습니다. 역내에 더 많은 전투기와 군함 등을 보내는 등 더 많은 군사력을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방법은 많습니다.

기자) 남북한이 미-북 비핵화 협상 진전보다 앞서나가는데 대한 우려는 없으십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미국은 한국을 긴밀히 관찰하고 있고 한국이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해 일본 외무성 관계자를 만났습니다. 일본 당국자는 한국과 중국이 너무 합의에 목말라 있으며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하려 한다고 우려하더군요. 아베 신조 총리는 전세계 어느 나라 지도자보다도 트럼프 대통령과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무엇을 하는지 잘 지켜보고 너무 풀어지게 놔둬선 안 된다는 조언을 아베 총리로부터 듣고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자) 한국과 일본 일각에서는 자체적 핵무장을 하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한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건데요.

키언 전 참모차장) 만약 미국이 실패하고 북한이 갖고 있는 무기를 그대로 놔둔다고 하면 한국과 일본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 이외의 선택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이 문제에서 물러서고 동맹국들이 해결하도록 했을 때만의 일입니다. 저는 이런 일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기자)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신간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모두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논의했습니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시설 85%만 파괴할 수 있다는 판단에 계획을 취소했다고 주장하는데요. 타당한 분석이라고 보십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저는 당시 회의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이와 관련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제가 아는 것은 신뢰할 수 있는 대북 군사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매티스 국방장관의 발언입니다. 저는 이런 옵션이 하나 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2차 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키언 전 참모차장) 정상들이 만남을 갖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비핵화 진전은 정상 간의 회담이 아닌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외교 활동을 통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잭 키언 전 미 육군 참모차장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결과와 미국의 대북 옵션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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