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트럼프, 2500만 북한 주민 몰살?…세계가 경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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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9.20. 오전 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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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첫 유엔 데뷔 무대에서 북한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정권을 겨냥한 섬뜩한 경고로 지구촌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고 현안으로 부상한 북한 문제에 대해 단호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하던 유엔 외교가는 ‘북한의 완전 파괴’를 경고한 그의 발언 수위에 경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북한 정권을 ‘타락한 정권’(depraved regime)으로 규정하고, 김정은을 ‘루저 테러리스트’(loser terrorist), ‘로켓 맨’(rocket man)이라고 비하했다. 트럼프는 또 김정은의 도발을 ‘자살 미션’이라고 질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엔 기조연설에서 “미국은 엄청난 힘과 인내가 있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totally destroy North Korea)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준비돼 있고 의지와 능력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북한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명을 죽게 할 수 있는 핵과 미사일을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다”면서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타락한 정권보다 자국민의 안녕에 대해 더 많은 경멸을 보여준 이들은 없다”면서 “북한 정권은 자국민 수백만 명의 아사와 감금, 고문, 살해와 탄압에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로켓맨과 그의 정권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트럼프는 “만약 어떤 나라들이 그런 정권과 무역을 한다면 불법행위일 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핵 위협으로 위험에 빠뜨리는 나라에 무기를 공급하고,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전멸 경고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라고 분석했다. 하나는 미국이 동맹국을 대신해 북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것이라고 WP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 것은 김정은과 북한 정권을 제거하겠다는 메시지였고, 이번에 ‘북한 완전 파괴’를 거론한 것은 김정은, 북한 정권과 함께 북한 주민 약 2500만 명이 모두 전멸(annihilation)하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위협한 시그널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가 핵무기든 재래식 무기든 동원해서 국가(북한) 전체를 없애버리는 완전히 사상 유례가 없는 위협을 한 것으로 들린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이것은 놀랄 만큼 엄청난 성명이어서 백악관이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수소탄 실험 결정한 회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왼쪽 두번째)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 가능한 수소폭탄 시험을 결정한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3일 공개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 위원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북한 완전 파괴’ 위협은 그가 즉흥적으로 발언했던 ‘화염과 분노’ 경고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화염과 분노’를 얘기했을 때에는 정치 지도자로서 ‘애드립’으로 다소 과장된 표현을 동원할 수도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엔이라는 무대에서 미리 잘 준비된 연설문을 낭독하는 형식으로 경고했다는 점에서 그의 발언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완전히 전례가 없는’ (미국의) 대북 군사 공격 위협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을 말끔히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다른 세계 지도자들이 그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도록 하는 ‘미치광이 이론’을 전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인의 61%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 대응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WP가 지적했다. 트럼프의 유엔 연설로 인해 많은 미국인의 걱정이 누그러지지 않게 됐고, 엄청난 말 폭탄에 북한이 뒤로 물러서도록 트럼프가 분명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이 신문이 강조했다.

◆유엔에서 북한에 전쟁 선포

유엔의 외교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이라는 무대를 이용해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한 데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 유엔은 국제적인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출범한 기구이다. 이 때문에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유엔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발언 수위를 조절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정반대로 선택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한 유엔 총회장이 충격에 휩싸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WSJ에 “트럼프가 유엔이라는 무대를 북한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는 장소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 캘리포니아) 상원의원도 “트럼프가 유엔을 전쟁 위협 무대로 사용했다”면서 “트럼프가 북한을 파괴하겠다고 과도한 위협만 하고, 많은 글로벌 현안에 관한 긍정적인 앞길을 제시하지 못해 엄청나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파이스타인 의원은 “트럼프가 세계를 결속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협박 전술을 동원함으로써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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