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전사 군주들은 그들의 색을 환경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울트라마린은 전장에 관계없이 울트라마린이다. 그들은 영원토록 코덱스의 창시자이자 위대한 챕터의 선조, 프라이마크 로버트 길리먼과 같은 짙은 푸른색을 입을 것이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상징을 바꾸느니 자신들의 살갗을 벗기고 말 것이다.

흰색과 황토색이 주축을 이루는 타우 셉트 월드에서 울트라마린은 용감하고 냉혹하게, 정복자의 상징이자 침략자의 상징으로서 짙푸른 빛을 발하며 적과 맞섰다. 타우처럼 영혼이 없는 종족에게 이것은 명백한 목표를 노출하는 것과 다름없는 비논리적인, 심지어 어리석기 그지없는 행동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울트라마린은 겁쟁이들의 논리를 신경 쓰는 법이 없었다. 적들이 그들에게 죽음을 가져다 줄 이들, 스페이스 마린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도록 하라. 그리고 공포에 떨도록 하라.

대조적으로, 타우 워리어 계급은 이미 그들의 도색을 환경에 맞춰서 바꾸고 있었다. 그들의 전투용 슈트 중 일부는 이미 스텔스 필드로 스스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는 센서에서 보호해 주는 것은 물론, 맨눈으로 봐도 찾기 힘들었다. 이것은 매우 거슬리는 것이었다.

외계인들의 머리로는, 스페이스 마린들처럼 화려한 도색으로 전장에 나서는 것은 재앙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제의 은총 밖에 있는 이들에게 죽음의 천사들의 영광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했다. 프라이마크의 상징과 전투 기술의 우월성을 인정받음으로서 얻는 훈장을 지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럽고 자부할만한 것인가를.

우윳빛 액체가 망가진 전투 기계의 가슴팍에서 흘러나왔으며, 전기 스파크로 인해 거품을 내며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윤활유인가 브레이브스톰은 생각했다. 그는 시점을 확대했다. 액체는 서서히 피로 물들고 있었다.

무언가가 기계의 내부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 망가지고 아픈 존재가.

브레이브스톰은 그의 플라즈마 라이플을 침착하게 조준하면서 배틀슈트의 보호막 건틀릿을 가슴 가까이 끌어당겼다. 기계의 탄화한 금속을 붙들고, 그는 조심스럽게 그 장갑을 들어올려 밖으로 집어던졌다. 그리곤 몸을 기울여 내부를 들여다보았다.

내부에 있던 생명체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숨을 멈췄다.

비틀리고 기괴한 형체가 내부에 갇혀있었다. 그것은 그를 텅 빈 소켓같은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것에게선 숨길 수 없는 증오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전선과 튜브가 끔찍할 정도로 망가진 그 육체의 수백여 곳을 관통하고 있었다. 그것이 쌕쌕거리자 검붉은 액체가 부서진 턱에서 흘러나와 엉겼다.

우윳빛 액체가 브레이브스톰의 황토색 페인트 위로 엉겨붙자 액체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배틀슈트의 센서가 위험 요소 분석을 실시했다. 이 액체는 약간의 산성을 띠고 있었다.

지휘관의 자동 번역기가 작동했고, 생명체의 느릿느릿한 말을 타우어로 번역해서 보여주었다.
“--고통 속에서 죽어라—외계인 버러지야--”

똑바로 선 채, 지휘관은 발굽처럼 생긴 발을 생명체의 관절 위에 올려놓고 실린더를 그것의 아래에 찔러넣었다. 얇은 티타늄 튜브가 그것의 쭈글쭈글해진 살점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 장치는 원래 지질학적 조사를 위해 제작된 것이지만, 브레이브스톰은 경험으로부터 이것이 생물학적 정보 역시도 추출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플라즈마 라이플의 조준경에서 한 쪽 눈을 떼지 않은 채, 그는 다른 쪽 눈으로 스크린에 뜬 스캔 결과를 보았다. 이 시체 같은 존재는 인간이거나, 혹은 그와 흡사한 존재였다. 심각한 조직 손상, 회복과정에서 생겨난 흉터, 그리고.......

지휘관은 공포에 가득 차 스캔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

어떻게 했는진 몰라도, 이 끔찍한 존재는 6000년 이상 살아온 것이다.

섬뜩한 깨달음이 브레이브스톰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끔찍한 존재는 타우의 조상들이 동굴에서 처음 기어 나오기 이전부터 이 전투-관짝에 갇힌 채로 싸워온 것이다. 대체 Dal’yth에서 그들이 싸우는 적은 어떤 존재인가?

“--날 죽여라—성가신 멍청아—” 자동 번역기가 작동했다. “--날 죽여—아니면 내가 죽을 때까지 너를 사냥할 것이다--”

브레이브스톰은 플라즈마 라이플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 생명체는 최후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