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 역사] 최초의 약세장은 언제였을까요?

in #kr6 years ago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약세장을 겪고 있습니다. 약세장은 베어 마켓(Bear market)으로 불리곤 합니다. 곰은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를 취한다는 데 빗댄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강세장은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하며, 황소는 싸울 때 뿔을 위로 치받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렇다면 금융 시장에서 곰이 처음 머리를 내밀었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그 최초의 운명의 해는 1692년 시작되었던 영국 주식 시장의 약세장일 것입니다. 이후 4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1692년 3월부터 1694년 7월까지 영국 동인도 회사의 주가와 1694년 8월부터 1696년 10월까지 영국 은행의 주가로 봤을 때, 1692년 3월부터 1696년까지 4년 동안 영국 주식 시장은 거의 72%나 폭락했습니다. 금융 시장 역사상 최초의 약세장이자 최악의 약세장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최초의 약세장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1692년에 방송국이 있어서 경제 전문가가 출연해 원인을 설명해줄 턱이 없지만, 가장 우세한 주장은 9년 전쟁(1688-1697)에서 영국과 네덜란드가 프랑스에 패배한 것과, 누가 진정한 영국 국왕인가를 놓고 벌어진 논란이었다고 합니다.

9년 전쟁의 씨앗은 그 10년 전부터 뿌려지고 있었습니다.

"태양 왕" 루이 14세는 1678년 프랑스-네덜란드 전쟁으로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로 떠올랐고, "짐이 곧 국가다(L’etat c’est moi)"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이 같은 명성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더 강력해지고 싶었던 것이죠.

이런 루이 14세가 1685년 낭트 칙령을 철회하자, 프랑스 밖의 군사적 및 정치적 지배력이 약화되기 시작했습니다. 1688년 9월 루이 14세의 군대가 라인 강을 건너자, 상대국들은 동맹을 결성해 프랑스에 대항했습니다. 영국의 메리 여왕, 네덜란드 총독 킹 윌리엄 3세, 신성 로마제국 황제 레오폴드 1세, 스페인 국왕 찰스 2세, 사보이 왕가의 빅터 아마데우스 2세 및 신성 로마제국의 군소 영주들이 동맹을 결성해 루이 14세에 대항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전투는 주로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네덜란드와 라인 지방의 프랑스 국경 근처에서 치러졌습니다. 전쟁 초기 프랑스가 영국을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긴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692년 5월 29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된 바르플뢰르와 라 오그 해전에서 영국이 큰 승리를 거두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네덜란드 연합군은 1892년 8월 3일 스텐케르케 전투에서 패했고, 1693년 6월 27일 포르투갈의 라고스 전투와 1693년 7월 19일 니르빈덴 부근 란덴 전투에서도 패했다. 이런 연달은 패배가 주식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전쟁 비용이 점점 많아지자 참전국들의 곳간이 축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은 전쟁에 참여했던 국왕 윌리엄 3세를 돕기 위해 1694년 7월 27일 영국 은행을 세워 자금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즉, 영국 국왕은 영국 은행으로부터 대출 형식으로 돈을 가져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후 원금 상환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694년 12월 28일 메리 여왕이 서거한 후, 윌리엄 3세의 단독 통치가 시작되었습니다.

동맹에서 사보이 왕국이 탈퇴하자, 동맹군과 프랑스는 슬슬 협상 쪽으로 해결 방법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마침내 1697년 9월 20일 레이스베이크 조약의 체결로 전쟁은 종지부를 찍었고, 이 조약을 통해 루이 14세는 알자스 지방을 계속 지배하는 대가로, 로렌 지방을 포기했으며, 윌리엄 3세를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및 아일랜드의 단독 통치자로 인정했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동인도 회사의 주가는 1692년 3월 30일 158포인트에서 1696년 11월 6일 38포인트까지 하락했고, 영국 은행의 주가는 1694년 8월 상장시 액면가 100에서 1696년 10월 16일 60포인트까지 하락했습니다. 그 후,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자 두 주식의 주가는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인도 회사의 주가>

<출처: Global Financial Data>

전쟁이 끝나자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평화가 오래 가지는 못했습니다. 1701년 찰스 2세에 이어 누가 스페인 국왕 자리를 계승할 권리가 있느냐를 놓고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 전쟁은 1813년 유트레히트 조약으로 끝을 맺었고, 필립 5세가 스페인 국왕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전쟁으로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및 다른 참전국은 가난의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영국 은행의 주가>

<출처: Global Financial Data>

이때 존 로(John Law)가 등장합니다. 존 로는 전쟁 부채 부담과 경기 침체로 시달리던 프랑스 정부에게 전쟁 부채를 프랑스 서인도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하고, 지폐를 발행해 경제를 부양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압박합니다.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정부 부채를 사우스 시 회사 주식으로 전환시킵니다. 이같이 세계 최초의 약세장과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으로 늘어난 빚에서 빠져나오려는 조치가 후일 프랑스의 서인도 회사와 영국의 사우스 시 회사에서 비롯된 세계 최초 주식 시장 거품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이 거품에 뉴턴도 참여하지만, 그건 또 다른 얘기죠.

이상으로 금융 시장 역사상 최초의 약세장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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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경제이야기 못지 않게, 역사이야기가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군요. 저는 이번 글을 통해서 아래의 부분을 새로이 알게되었습니다.

지금 암호화폐 시장은 약세장을 겪고 있습니다. 약세장은 베어 마켓(Bear market)으로 불리곤 합니다. 곰은 싸울 때 아래로 내려찍는 자세를 취한다는 데 빗댄 것이라고 합니다. 이에 반해 강세장은 불 마켓(bull market)이라고 하며, 황소는 싸울 때 뿔을 위로 치받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가끔씩 경제 관련 글 읽다가 불 마켓, 베어마켓이라는 표현이 나올 떄, 그 뜻을 알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요. 게다가 한번씩 스팀잇의 글에서도 황소그림을 접했을 때, 왜 이 그림이 나오는지에 대해서 궁금했었는데 이제 궁금증이 해결되었습니다. ^^

두려운걸요 혹시 코인장도 약세장이 4년가진 않겠죠 ㅜ.ㅜ

거래 시간으로 볼 때, 코인 시장의 1개월은 주식 시장의 6개월에 해당합니다.
그러니 4년이라고 해봤자, 코인 시장에서는 8개월 정도 되지 않았어요.
시장이 흘러가는대로 맡기시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네. 저도 감사드립니다. ^ㄴ^

흥미로운 역사네요 ㅎㅎ

bull과 bear market 의 어원이 그래서였군요 ㅎㅎ 영국와 프랑스의 전쟁 빚을 해결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고, 거품이 되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는 얕은 지식만 가지고 있었어요. 피우스님의 설명과 함께 저 무서운 그래프를 보니 잘 이해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

골이 깊은만큼 산이 높을 겁니다. 힘 냅시다! 팔로우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팔로우 합니다. ^ㄴ^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저도 팔로우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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