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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식후경

담양 죽순

서늘한 대숲의 맛

죽순은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나오는 어린 줄기이다. 경남 등 남녘에서는 4월 초순부터, 전남 담양 등 내륙 지방은 4월 말부터 2개월여 죽순이 난다. 대나무는 짧게는 10미터, 길게는 20미터까지 자라는데, 죽순이 나오고 약 40일 만에 그 길이만큼 다 커버린다. 하루에 1미터나 자란 기록도 있다. 이처럼 성장 속도가 빠른 식물은 또 없을 것이다. 민간의학에서는 순식간에 자라는 것은 그 성장 순간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이런 시각으로 본다면 죽순만큼 강한 기운을 가진 음식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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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담양의 대숲이다. 바닥에 깔린 것은 대나무 낙엽이다. 가장자리에 차나무를 심었는데, 죽로차이다.

2 죽순을 삶아 물에 담가둔 것이다. 그래야 아린 맛이 없어진다. 이를 썰어 요리한다.
3 분죽의 죽순이다. 담양에는 분죽의 죽순이 제일 많다. 맹종죽에 비해 약간 가늘고 길다.

분죽과 왕죽 죽순이 맛있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대나무는 왕죽(왕대), 맹종죽(죽순대), 분죽(솜대), 오죽, 해장죽(시누대), 조릿대 등이다. 키가 작은 오죽, 해장죽, 조릿대의 어린 줄기는 먹지 않으며 왕죽, 맹종죽, 분죽의 어린 줄기를 죽순이라 하여 먹는다. 맹종죽이 가장 크게 자라며 죽순이 굵다. 경남 거제 등에서 많이 나며 4월 초순이면 나온다. 맹종죽의 죽순이 가장 빨리 나와 매년 봄 언론에서는 보통 이 죽순의 사진과 영상을 내보낸다. 맹종죽의 죽순은 육질이 두툼하다. 썰어놓으면 모양은 좋으나 약간 질기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는 분죽의 죽순이, 6월 중순부터 말까지는 왕죽의 죽순이 나온다. 분죽과 왕죽의 죽순은 맹종죽에 비해 가늘며 길쭉하다. 언론에서는 내내 맹종죽 죽순의 ‘그림’을 내보내 일반 소비자들 눈에는 분죽과 왕죽의 죽순이 왜소해 보이고, 그래서 맛도 없는 듯이 여긴다. 그러나 실상은 분죽과 왕죽의 죽순이 부드럽고 아삭거림이 좋아 맛으로는 이를 더 쳐준다.

죽물 대신에 죽순

담양에는 분죽과 왕죽이 대부분이다. 맹종죽은 10퍼센트 정도 된다. 분죽과 왕죽은 한 대나무밭에서도 엉켜 자라는데, 분죽은 대나무 표면에 하얀 ‘분’이 피어 있고 왕죽은 꺼뭇꺼뭇한 얼룩이 져 있어 구별이 된다. 대나무 가공품을 만들 때, 이 분죽과 왕죽의 쓰임새가 다르다. 왕죽은 약간 폭을 두고 살을 만들어 얼개로 쓰며, 분죽은 잘게 쪼개어 그 얼개 사이를 메우는 구실을 한다. 대나무의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이런 용도 차이 때문인지 담양의 분죽과 왕죽 분포가 8 대 2 정도 된다. 죽물을 만들 때 분죽이 더 많이 쓰이므로 분죽을 더 심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담양은 조선시대부터 대나무를 가공하는 산업이 크게 번창하였고 일제시대에는 만주에까지 담양의 죽물이 팔려나갔다. 당시 ‘담양 죽물장’은 큰돈이 움직이는 시장으로 유명하였다. 그러나 근대화 이후 플라스틱 제품이 죽물을 대체하면서 죽물 산업은 급격하게 쇠락하였고, 이후 생활공예품으로서의 죽물도 중국산에 밀리면서 그 오랜 맥이 끊어졌다. 죽물은 더 이상 만들지 않아도 대숲은 여전히 푸르고, 그 숲에서 매년 봄이면 죽순이 나와 농민들이 이를 캐 시장에 팔고 있다. 그러나 이 죽순도 중국산 통조림 죽순에 밀려 시장을 크게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죽순은 가공품을 사는 것이 낫다

죽순은 캐내었다고 해도 계속 생장을 하므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죽순 속의 아미노산과 당류가 급격히 소비되어 맛이 떨어진다. 또 수분도 달아나 식감도 나빠진다. 죽순은 수확 후 되도록 빨리, 적절하게는 수확 당일에 삶아야 한다. 크기나 무게로 따지면 가공해놓은 것에 비해 생죽순이 무척 싸게 보이지만 조리를 하면서 밑동과 껍질 등을 버리면 건지는 것은 3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삶아서 물에 우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므로 가공품이 여러 모로 낫다. 죽순 가공품에 하얀 앙금이 끼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부패한 것이 아니다. 죽순에 들어 있는 수산염, 키시란, 전분, 단백질, 아미노산 등이 티로신과 결합해서 생긴 것이므로 씻으면 된다. 죽순 음식으로 가장 흔한 것이 죽순회이다. 익힌 죽순을 길쭉길쭉 채썰어 초장에 버무린 것이다. 여기에 쇠고기 육회를 더하기도 한다. 죽순은 수확 시기 막바지에 이르면 삶아서 염장을 하게 된다. 그러면 맛이 또 변한다. 그러니 적어도 7월까지가 죽순이 맛있는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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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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