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 세울 '소녀상'에 우리 뜻 전해지길"
[경향신문] ㆍ이화여고 ‘역사동아리’ 학생들 1년간 100개 목표 모금
ㆍ전국 29개교에 건립…남은 돈 200만원 정대협에 전달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 소녀상 만드는 데 써주세요.”
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 날) 87주년을 맞은 3일 하굣길,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학생들이 서울 성산동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달 미국 수도 워싱턴DC에 세워지는 소녀상 건립 기금에 보태달라며 200만원을 들고 왔다.
정대협 김동희 사무처장은 “일제강점기 학생들이 폭력과 차별에 저항한 일을 기념하는 학생의 날에 소녀상 건립 기금을 전달받으니 더욱 뜻깊다”고 대견해하며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포옹했다.
주먹도끼는 1년 전 이날, 전국 1만6000여명 학생들의 참여를 받아 학교 앞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세웠다. 그리고 1년 뒤 위안부 할머니들을 응원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바다 건너까지 닿게 됐다.
주먹도끼 학생들은 지난 1년을 소녀상과 함께했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로 할머니들이 추운 거리에 나선 모습을 보고서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제를 알릴 방법을 고민했다. 그래서 정한 목표가 올해 11월3일까지 ‘작은 소녀상’ 100개를 고등학교 100곳에 세우는 것이었다. 이날까지 전국 29개 학교에 작은 소녀상이 세워졌고, 80여개 학교에선 건립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모금한 1800만원 중 제작비용을 제하고 남은 돈을 기부했다.
주먹도끼 회장 이정은양(17)은 “소녀상 건립 운동의 취지는 ‘기억하게 하자’는 것인데, 워싱턴에도 소녀상을 세운다는 소식을 듣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힘을 보태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자기들 또래 여성이 겪은 위안부 문제가 “내 문제 같다”고 했다.
박경아양(17)은 “위안부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던 학교 몇 곳에서 위안부 합의 이후 ‘정치적 문제’로 해석해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교황님이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했다는데 인권 문제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녀상 건립 운동은 내년 학생의 날까지 계속 이어진다. 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작은 소녀상을 선물할 계획이다.
이양은 “박 대통령도 같은 여성으로서 공감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청소년인 우리도 위안부 문제를 아파하고 행동하는데 어른들도 ‘잘하시라’고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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