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방지법 통과되면…10만 소상공인 '숨통'

[the300][런치리포트-이대·신촌 지고 성동 뜬다는데③]시행시 전국 100곳 상권 수혜 예상

심재현 기자 l 2016.09.01 08:02
'자율상권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이하 자율상권법)이 시행되면 전국에서 줄잡아 100곳에 달하는 상권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마포구 용강동 상점가, 부산 중구 자갈치 국제상권, 광주 동구 충장로상권 등 수도권과 광역시를 빼고도 60여곳이 수혜 예상지다. 사실상 전국의 구도심 상권 대부분에 혜택이 돌아가는 셈이다.

법안이 처음 발의된 지난해 국회 산업통산자원위원회에서 분석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수혜 예상 상권에 들어선 전통시장의 점포수만 6만6000여개다. 분석에서 제외된 상점가의 점포까지 고려하면 총 10만개에 달하는 점포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서 전통시장을 반드시 포함해 개발하도록 한 것과 달리 상권만으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 적용범위가 넓어졌다.

법안의 효과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낙후된 구도심 상권 활성화다. 상권 내 상인의 3분의 2 이상, 상가건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신청으로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소득세·법인세·취득세·재산세·등록면허세 등의 조세 감면 혜택이 따른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시·군·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상권활성화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한다.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중심시가지 쇠퇴에 대응하고 소상공인의 영업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자율상권운영제도(BID)를 도입했다. 1970년대부터 제도를 시행한 미국의 경우 49개주에 1200여개 자율상권이 조직돼 활동 중이다. 영국은 1986년 도심관리(TCM) 제도를 도입해 시가지 상권 활성화를 지원하다 2004년부터 BID로 전환,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중심시가지활성화법을 제정해 정부 주도로 전통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율상권법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상권 활성화 이후 임대료 급등으로 기존 주민과 임차상인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초점을 맞춘 방지책이다. 자율상권구역의 임대차계약 갱신 기한을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보증금 증액을 제한하는 특례조항을 둬 상인과 건물주 모두가 상권 활성화의 결실을 누리도록 했다.

2000년대 들어 개발정체로 쇠락한 구도심이 싼 임대료로 몰린 예술가나 젊은 상인 주도로 두번째 전성기를 맞았다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다시 주저앉은 사례가 적잖다. 제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은 전통시장 활성화로 관광객이 몰리면서 점포 지가가 최대 5배까지 오르자 임대료를 2배 수준으로 인상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서울 성동구에서도 수제화 거리가 유명세를 탄 뒤 건물주가 계약기간 연장을 거부하고 임대료를 올리면서 임차상인이 내쫓기는 일이 빗발쳤다.

자율상권법의 적용대상이 자율상권구역에 한정된다는 점에서 한계도 있다. 임차상인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율상권뿐 아니라 나머지 상가에 대해서도 임대차계약 갱신기한을 확장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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