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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란타이의 수필] 아내가 개정받았다.

고등어(59.11) 2016.12.20 18:08:09
조회 5352 추천 71 댓글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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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은 여기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warhammer&no=1530287&page=1&search_pos=&s_type=search_all&s_keyword=수필



우리 주석촌으로 말할 것 같으면 끝까지 주석이었다가 굴러떨어진 밑바닥 인생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옆 동네 파캐촌보다는 역사가 좀 깊다. 파캐촌 거주민들은 새시대의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다가 떨어져 날개가 부러진 이들이라면, 우리 주석촌민들은 오래된 바람만 타고 다니다 결국 다시 날아오르지 못한 놈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밑바닥인 놈들이, 나 같은 노모인들이다. 조금 음탕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노 모자이크가 아니라 노 모델이라 노모인이다. 우리들 노모인은 유저들의 자작 모델이나 컨버전에만 의존하다 끝내 자신의 형상을 갖추지 못한 채 단종된 밑바닥 인생들이다.


그런 나에게, 어느날 찬란한 주석의 날개를 가진 그녀가 왔었다. 고향에서는 성녀인가 뭔가 하는 이름으로 불리며 제법 이름을 날렸다지만 여기 주석촌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다. 그녀는 그저 단종모델일 뿐이었던 것이다. 가드맨 마르보와 큐브릭 챈코프 사이에 끼어 서럽게 울며 마을에 들어서던 그녀의 얼굴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도 저렇게 울었었지. 니드 개정 당시에 모르텍스의 기생충 녀석과 함께 해고당했을 때 말이다. 나는 눈이 없지만 아무튼 눈물이 났었다.


그녀의 빈자리는 너무 차가웠다.


한달도 되지 않았던 짧은 결혼 생활. 그 대뇌를 쓰다듬던 그녀의 조금 서늘한 손끝이 그 차가움과 닮아있었다. 동네 술집에서 기절할 때 까지 술을 마시다 쓰러진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주었을 때, 그녀는 내 머리볏에다 실컷 구토를 해놓고는 이렇게 투덜댔었다.


"씨발 개새끼들아! 시오배가 나없으면 AP3 누가 굴린다고!"


실로 동의하는 바였다. 니드는 내가 없으면 도대체 어떻게 굴러간단 말인가? 아무튼 나는 그녀의 투정을 조용히 들어주며 함께 주석 소주잔을 나누었다.


"처자. 그래도 당신은 모델이라도 있지 않았소."


"꼴깞떨고 지랄하네. 병신 제노 새끼가. 킥킥..."


한때 단아한 입술로 황제에게 바치는 기도문만을 읊었던 그녀가 천박한 욕설을 입에 담는다. 그 모습은 분노를 유발하긴 커녕 안쓰러움만을 일으킨다. 나는 묵묵히 싸이킥으로 소주잔을 들어올려 입에 털어넣다가 페릴이 걸려 잠시 바닥에 뒹굴었다. 성녀가 놀라 눈을 휘동그랗게 뜨고 나를 부축한다.


"야! 제노야! 너 괜찮아?"


"아, 괜찮소. 아직 운드 남았소."


"염병, 거기 누워봐. 씨이...내가 살다 살다 제노 시중도 다 드네..."


성녀는 날개를 퍼득거리면서 분주하게 나를 돌본다. 그러다가 그녀의 손가락이 나의 대뇌에 닿아, 잠시 싸이킥 에너지가 번쩍거리니 그녀는 놀라 손가락을 땐다. 그날밤을 묵묵히 그렇게 해어졌었다.

성녀는 며칠 후에 주석 소주병을 들고 다시 내 집문을 두들겼다. 문을 열어보니 황금빛 깔깔이에 노란 츄리닝을 껴입은 성녀가 얼굴을 붉히며 편의점 봉투를 내민다. 열어보니 거기엔 안주거리가 들어있다. 니드한테서 짤린 바이오모프로 만든 안주다.


"먹어, 제노 아저씨."


"고맙소..."


내가 주춤거리며 받아드니, 성녀는 등을 돌려서 가버리려다, 한참을 망설이고는 다시 내게 얼굴을 보여준다.


"아저씨, 같이 마셔도 괜찮아?"


그 후로도 몇번인가 술자리를 같이 가졌다. 가끔은 모르텍스의 기생충이 리퍼 꼬치구이를 구워서 같이 동석하거나, 가드맨 마르보가 카타찬 개구리를 안줏감 삼아 들고오기도 했지만 보통은 우리 둘만 주석 소주를 들이키곤 했다.


그녀와의 첫날밤은 쓸쓸한 주석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창 밖으로 떨어지는 은색 비를 보며 내가 황동솥으로 그녀의 주석날개의 탈크를 제거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아저씨, 내 동생들은 잘 있을까?"


"잘있을 것이오. 주석은 플라스틱보다 단단하지 않소?"


"그렇지?"


잠시의 침묵.


"나랑 결혼할래?"


"술이 과한게요, 성녀."


그녀는 킥킥 거리면서 웃더니, 그대로 날 떠밀었다. 나는 팔 다리가 제대로 없어 그녀의 행위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만 두시오, 처자. 나는 제노 아니오? 거기다 노모인이란 말이오. 한때나마 팩션을 이끌었던 주석모델인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소."


그녀는 서글픈 얼굴로 옷을 벗으며 나를 내려다보곤 미소지었다.


"밑바닥 인생끼리 주석에 파캐에 노모에 무슨. 나랑 해요."


그녀가 화려하게 장식된 편지 한 장을 받은 것은 결혼 후 한달도 되지 않은 후의 일이었다. 아침식사로 구판 리퍼를 된장과 함께 끓이던 그녀는 편지를 읽다가 주저앉아 입술을 감싼다.


"아, 어떡해, 아아."


"처자, 무슨 일이오? 처자..."


나는 그 편지에서 스르륵 흘러떨어지는 플라스틱 조각을 보고 상황을 이해했다. 그녀는 다시 간택받은 것이다. 개정의 축복에, 플라스틱의 축복에. 

축하해줘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말없이 등을 돌려 집을 나가려 했다. 그녀가 내 꼬리 끝을 붙잡았다.


"가지 마세요."


"처자, 축하하오."


"안갈거에요. 가게 두지 마세요!"


"처자, 기껏 얻은 플라스틱의 삶이오. 부디 나 같은 제노는 신경쓰지 말고 누리시오."


"여보...!"


그녀가 나를 그렇게 부른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나는 워프필드를 깔아 그녀의 손을 뿌리쳐버리곤 집을 나와 들어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한번이라도 보게 된다면 그녀를 다시 이 주석과 파캐의 늪에 붙들게 될 것 같았다. 나는 말 없이 주석촌의 뒷골목들을 떠돌았다.

모르텍스의 기생충의 집에 얹혀지낸 지 며칠 후의 일이었다. 길거리가 소란스럽기에 모트렉스와 함께 창문을 열고보니, 화려한 플라스틱의 성장을 두른 성녀가 환호를 받으며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녀의 양 옆으로 마찬가지로 플라화된 세라핌들이 언니 너무 예뻐, 아름다워, 이러면서 세된 소리를 지르고 있어, 어쩐지 웃음이 난다. 그녀는 길을 걸어 주석촌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이제 그녀의 앞에는 찬란한 아름다움만이 기다리고 있겠지. 잘빠진 신조형, 인피니티 싸다구 때리는 몸매와 조립도 쉽고 도색도 쉽고 가볍기까지 한 플라스틱의 인생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실로 멋진 삶 아닌가.


그런데 왜 그녀는 웃고있지 않은 걸까. 마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녀는 걷고 있었다. 누군가가 신경쓰이기라도 하는걸까. 


아, 그녀가 얼굴을 돌리려했다. 내가 있는 지하단칸방을 향해 천천히. 나는 눈이 없지만, 잠시 후면 그녀와 눈을 마주치리라. 나는 급하게 뒤로 물러나며 모르텍스에게 외쳤다.


"창문 닫어, 동생!"


"형! 왜 그래?"


"아무튼 닫어!"


창문은 매마른 소리를 내며 닫혔다. 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고개를 돌린 그녀는 그대로 주석촌을 빠져나가더니, 찬란한 플라스틱 날개를 펴고는 개정을 향해 날아올랐을 것이다.

그렇게 그녀를 떠나보내고 돌아온 집이다. 깔끔하게 청소가 되어있긴 하지만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 하긴, 한달도 되지 않는 짧은 결혼 생활이었던 것이다. 나는 쓰게 웃으며 주석 소파에 주저앉는다.


그때 눈 앞에 무언가가 보였다. 그것은 창틀에 놓인 채 아름다운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아, 그것은 탈크였다. 성녀와 처음으로 몸을 나누던 그 날, 바로 그 날 내가 황동솥으로 긁어냈던 탈크의 조각...나는 서럽게 그 은빛 조각을 움켜쥐고 흐느꼈다. 눈은 없었지만...눈물이 흘렀다.









성녀의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말란타이의 복귀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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