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렌즈용액 살균제 성분, 각막세포 손상 유발 가능성”

을지대 연구진 “고농도 땐 각막상피세포 생존율 저하”

10년 전 이미 ‘유해성 경고’ 불구 정부는 규제 않고 묵인

콘택트렌즈 다목적용액에 포함돼 있는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과 유사한 물질 등의 살균제가 각막세포에 손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살균제 성분이 콘택트렌즈용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10년 전부터 경고음을 냈지만, 정부는 이를 외면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한국안광학회지에 게재된 을지대 연구진의 ‘소프트 콘택트렌즈용 다목적용액의 각막상피세포 독성평가’ 논문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유사한 물질인 염산폴리헥사메틸렌비구아니드(PHMB)를 포함한 살균제가 포함돼 있는 콘택트렌즈 다목적용액이 각막상피세포의 손상을 일으키고 세포 생존율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막상피세포는 각막의 피부에 해당하는 겉부분이다.

연구진은 각막상피세포를 배양해 시중에 유통 중인 다목적용액 6종(바이오트루, 리뉴프레쉬, 옵티프리익스프레스, 리뉴센서티브, 아큐파이, 프렌즈엠피파이브)에 대해 독성을 실험했다. 실험 결과 저농도에서는 각막상피세포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지만, 고농도에서는 세포의 자살을 유발하고, 세포 생존율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대상의 다목적용액 중 PHMB가 포함된 것은 프렌즈엠피파이브 제품이다. 바이오트루에는 PAPB(폴리아미노프로필비구아니드), 폴리쿼드, 리뉴프레쉬에는 PAPB, 옵티프리익스프레스에는 폴리쿼드, 리뉴센서티브에는 PAPB, 아큐파이에는 폴리헥사나이드 등의 살균제가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실제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때 다목적용액이 각막상피세포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독성은 미미하다”면서도 “렌즈의 재질과 표면 처리 방법에 따라 용액이 흡수되는 정도와 독성이 달라지기에 세포독성이 적은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HMB 등 살균제 성분들은 콘택트렌즈에 세균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콘택트렌즈 다목적용액에 첨가되고 있다. 다목적용액은 렌즈 세척과 소독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용액에 포함된 성분이 렌즈에 흡수되거나 흡착돼 각막이나 결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2006년 한국전자현미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도 PHMB의 독성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 전남대 연구진의 ‘콘택트렌즈용 다목적용액의 세포증식저해 및 실험용 토끼 각막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는 콘택트렌즈 다목적용액에 사용된 PHMB 농도가 “항균제로서는 우수하지만 각막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농도”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10년 전부터 이 같은 경고가 나왔음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별다른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반면 환경부는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PHMG와 유사한 물질인 PHMB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PHMG,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함께 방향제, 탈취제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유해성을 확인했지만 정부의 묵인으로 시민들에게는 이 같은 경고가 전혀 전달되지 않은 데다, 같은 물질을 두고 정부 부처 내에서도 관리 방침에 엇박자를 나타내고 있는 셈이다.

콘택트렌즈 다목적용액 업체 관계자들은 “논문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해당 물질들은 제품에 포함된 낮은 농도에서는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시중에 유통 중인 제품들은 안전성을 검증받은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