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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식후경

청도 한재미나리

산기슭 봄의 향

미나리는 봄을 알리는 채소이다. 물기 많은 습지에서 자란다. 겨우내 추위를 버틴 뿌리에서 조그만 싹을 올리고 따스한 봄볕에 줄기를 훌쩍 키운다. 그 여린 줄기와 잎은 부드럽고 향이 좋아 생으로 먹어도 된다. 겨우내 움츠렸던 식욕이 미나리로 해서 다시 활기를 얻는다. 경상북도 청도군 청도읍 초현리, 음지리, 평양지, 상리 일대를 한재라고 부른다. 남산과 화악산 사이의 계곡을 따라 형성된 마을들이다. 봄이면 이 한재에 미나리가 지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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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도와 밀양을 잇는 25번 국도에서 한재로 빠지는 길의 입구이다. 오른쪽이 한재 가는 길이다.

2 미나리는 줄기가 약해 웬만큼 자라면 눕는다. 밀식을 하니 서로 기대어 버티고 있는 것이다.
3 한재미나리는 줄기의 끝이 유난히 붉다. 품종의 특징은 아니며 재배 환경에서 오는 것이라 한다.

미나리 재배하기 좋은 천혜의 조건

청도와 밀양을 잇는 25번 국도에서 902번 지방도로 들어서면 한재이다. 남산과 화악산을 잇는 능선에서 남동쪽으로 향하고 있는 계곡이다. 능선은 고개인데, 청도읍과 풍각, 각남면을 가르는 ‘큰 고개’이니 한재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계곡의 물은 밀양강으로 합쳐져 낙동강에 이른다. 계곡이지만 양옆의 산이 뭉그스레하여 산그림자를 덮지 않으며, 남동으로 향하여 볕이 나는 시간이 길다. 남쪽으로 향하고 있는 계곡 지역의 농산물은 대체로 맛있다. 물이 풍부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일교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는 한재에서는 미나리를 키운다. 2월 말에 시작하여 5월까지가 제철이다.

한재에 미나리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은 1980년대 이후의 일이다. 원래는 복숭아, 자두, 감 등 과수가 주작목이었다. 한두 농가에서 미나리로 돈을 벌자 마을 전체로 번져 이제는 한재 전체가 미나리밭이다. 계곡의 논밭뿐만이 아니라 집 마당의 조그만 텃밭에도 미나리를 심는다. 2010년 현재 120여 농가가 미나리 농사를 지으며 연간 1,000톤 정도 생산을 한다. 청도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한재에서 미나리로 올리는 소득이 연간 7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미나리는 국내에 30여 품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재에서는 특정의 품종을 재배하지 않는다. 한재의 미나리 농가들은 이 지역에서 흔히 나는 재래종이라고 알고 있었다.

채소이지만 과수농사와 비슷하다

미나리는 줄기로 번식한다. 꽃이 피고 씨앗을 맺지만 이를 종자로 쓰지 않는다. 봄에 미나리 밑동을 잘라 거두고 나면 땅에 남아 있는 뿌리에서 다시 줄기가 돋는데, 이 줄기에 마디가 있고 그 마디 부위가 땅에 닿으면 뿌리를 낸다. 농사의 주기로 보자면, 농가에서 여름과 가을에 다 자란 줄기를 10센티미터 정도 되게 잘라 밭에 뿌리는 것이 미나리 농사의 시작이다. 미나리가 줄기에서 싹을 올리면 밭에 물을 넣어주어야 한다. 밭에 물을 넣고 짧게는 40여 일, 길게 60여 일 키워야 한다. 이 물을 대주는 시기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지는데 12월 중순 즈음에 물을 대면 2월에 거둘 수 있다. 미나리 수확은 한번 베는 것으로 끝나지만 이듬해 거둘 미나리의 모종을 확보하기 위해 미나리밭은 관리된다. 미나리는 밭에서 하는 채소 농사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1년 내내 나무를 관리해야 하는 과수농사를 닯았다.

한재의 미나리는 대부분 무가온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한다. 노지의 미나리보다 2~3개월 빨리 거둔다. 사람 키를 살짝 넘는 정도의 낮은 비닐하우스에 비닐은 홑겹이다. 이 정도의 시설만으로 겨울에 미나리가 줄기를 실하게 올릴 수 있는 것은 충분한 햇볕과 지하수 덕이다. 볕이 잘 드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대부분의 비닐하우스들을 동-서 방향으로 지어 그 옆면을 통하여 남쪽으로 드는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게 하였다. 한재에는 지하수가 풍부한데 한겨울에도 섭씨 18도 정도의 수온을 유지한다. 밤에는 이 따뜻한 지하수를 미나리밭에 대고 낮에는 물을 뺀다. 겨우내 이런 노고가 따라야 실하고 부드러운 미나리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한재미나리는 생으로 먹는 것이 맛있다

한재는 휴일이면 그 좁은 계곡 길에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미나리를 먹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때문이다. 가까이서는 밀양, 대구, 멀리서는 부산, 울산 등지에서 온다. 미나리밭 옆에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지어놓았는데 여기서 미나리를 먹는다. 식당이 아니니 음식을 파는 것은 아니다. 손님들이 고기를 사오면 불과 불판을 제공하고 미나리를 판매한다. 대부분 삼겹살을 구워 미나리를 돌돌 말아 먹었다. 한재에 있는 식당들도 미나리 음식을 낸다. 미나리비빔밥에 미나리전이 주종이고 돼지수육에 미나리를 곁들여 내기도 한다. 한재미나리는 줄기의 속이 꽉 차 있다. 그러면서도 연하다. 향은 은근하여 이른 봄의 향기를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노지 미나리에 비해 향이 약하고 씹히는 질감이 모자란다는 평가도 있다. 향이나 질감으로 보아 생으로 먹기에 좋은 것이다. 익히면 향이 달아나고 식감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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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0.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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