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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15시간"의 유래

빠와렌치(68.40) 2015.03.06 10:52:12
조회 2774 추천 15 댓글 10

출처: Mitchel Scanlon, "Fifteen Hours",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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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돔 받은 거 기억나지? 드랍 포드 하나를 꽉 채울 양이었잖아." 다비르가 곁에서 덧붙였다. "병영에서 기구를 띄우라고 보내준 건지, 아니면 오크가 고무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해서 보내준 건지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설명하던 바에 대한 적절한 예야." 교수가 말했다. "대략 그 정도면 당장 알아야 될 건 다 얘기해줬어, 신참. 질문할 거 있으면 말해봐."

"질문은 무슨." 지버스가 말했다. 카드에서 눈을 뗀 그의 표정에 어느새 사악한 미소가 깃들었다. "아직 '다' 얘기 안하셨잖아요, 교수님. 한가지 까먹지 않았어?"

"까먹었다고?" 교수가 말했다. "정말? 중요하게 할 말이 더 있었던가?"

"당연히 있지." 지버스가 악의에 찬 눈길로 라른을 쏘아보며 말했다. "다비르가 왜 설명해줘봤자 시간 낭비라고 얘기했는데. 니가 얘기한 게 왜 다 헛짓거리인데. 내일이 되면 왜 여기 다섯 사람이 아니라 네사람만 있을 거냔 말이야. 에이, 까먹어도 그걸 까먹으시면 어떡합니까, 교수님. 제일 중요한 거 말이야."


지버스가 말을 멈추자 정적 속에서 날카로운 긴장감이 돌았다. 그가 라른을 바라보는 동안 나머지는 자리에서 가시라도 돋아난 듯 안절부절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만족감이 들었는지 지버스가 입가에 승리에 찬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열 다섯 시간이 뭔지 얘기 안해줬잖아."


모두 침묵하였다. 교수와 블라벤이 창피하다는 듯이 땅을 내려다보았다. 다비르마저도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불편한 생각이 들었다는 듯 라른의 눈을 차마 보지 못했다. 오직 지버스만이 그를 주시했다. 그의 눈길을 바라보면서 라른은 갑작스레 불편한 진실과 마주했다. 지버스가 그를 싫어했다. 왜 그런 것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열 다섯 시간이 무엇입니까?" 라른이 마침내 정적을 깨고 물었다. 렙직이 지난번 습격 이전에 비슷한 말을 했다. 블라덱 병장도 같은 말을 했다. '열 다섯시간 이후에 돌아오면 장비를 더 지급해주겠다고 하셨는데.'


한동안 아무도 말을 잇지 못했다. 다비르, 교수와 블라벤이 눈치를 보면서 누가 자원해서 말해줘야 할지를 서로에게 미루는 것 같았다. 모두 라른의 눈길을 피했다. 이윽고 다비르가 말했다.


"말해줘, 교수님."

그 말을 들은 교수가 잠시 손을 비비적대더니 목청을 가다듬고 라른을 바라보았다.


"통계에 관한 거야, 신참." 교수가 양심에 가책을 느끼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말이냐면, 본부에서 지휘하는 모든 장교와 장군은 아드미니스트라툼의 서기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는 공무원이라는 거야. 그들 입장에서 전쟁은 단순히 폭력과 죽음 아니면 전략과 전술만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다 계산에 입각한 결과라는 거야. 사상자 보고, 인력 소모율, 전장에 배치된 병력 수, 적의 예상 병력 수치, 그런 사실과 수치를 바탕으로 전장을 숫자로 계산하게 되는 거야. 매일 브루셰락 전역에서 수치가 기록되고 모이면 본부로 보내져서 참모와 작전병에 의해 쓸모있는 정보로 가공되거든. 지버스가 말한 열 다섯 시간이라는 것도 그런 계산 과정에서 산출된 수치 중 하나인 거야."

"또 말을 빙빙 돌리시네, 교수님." 다비르가 말했다. "신참 듣기 좋으라고 꾸며서 말해봤자 소용 없어. 무슨 뜻이냐고 직설적으로 물었잖아. 직설적으로 답해야지."


"예상 생존 시간이야, 신참." 교수가 한 숨을 쉬었다. "열 다섯 시간은 새로 보충된 가드맨이 브루셰락의 최전선에 배속된 후 생존할 수 있는 평균 시간을 말하는 거야."

"보충된 가드맨이라 하셨습니까?" 라른이 말했다. 교수가 말한 바가 무슨 뜻인지 아직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저처럼 말입니까? 그런 뜻입니까? 제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뜻 맞습니까? 그럼 열 다섯 시간 안에 제가 죽을 거라고 말하시는 겁니까?"

"그보다 더 짧지, 신참." 지버스가 비웃었다. "여기 온 지 벌써 세시간이 지났잖아. 열 두시간 남았지. 그보다 짧을지도 몰라. 왜 블라덱이 열 다섯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오라고 했겠어? 어차피 죽을 놈한테 비싼 장비를 쥐여줘서 낭비하기 싫다는 뜻 아냐."


"아가리 닥쳐, 지버스." 블라벤이 으르렁댔다. 잠시동안 지버스도 블라벤을 노려봤지만, 거대한 몸집에 화난 표정을 지은 것을 보고 시선을 떼고 땅을 바라보았다.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해줘, 교수님." 블라벤이 얼굴을 풀면서 싹싹 비는 듯이 말했다. "다시 설명해봐. 내일까지 살아남을거라 믿는다고 말이야."

"그럼 신참에게 구라치라는 거야?" 다비르가 블라벤에게 말했다. "지버스 입이 시궁창처럼 드러운 건 맞지만 어쨌든 사실대로 말했잖아. 어린애처럼 달래주라는 거야? 모든 게 다 잘 될거니까? 다비르, 교수님, 블라벤이 큰 형이 되서 오크로부터 지켜주겠다고? 10년이나 그런 개소리를 계속 들어왔지만 들을 때마다 정말 참신하다. 알아?"

"거짓말 하는 게 아니잖아, 다비르." 블라벤이 풀이 죽으면서 말했다. "희망을 좀 주겠다는 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희망 좋아하시네." 다비르가 침을 뱉었다. "계속 말하잖아, 뚱띄야. 희망은 물귀신보다 무섭다 이거야. 이 좆같은 지옥에서 10년이나 살았으면 그 정도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블라벤이 꼭 틀린 건 아냐." 교수가 논쟁에 끼어들며 말했다. "신참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이 있기는 있어. 본부가 생존 시간을 15시간으로 산정한 것은 맞아. 하지만 그렇게 산정한 시간은 결국 평균 시간이야. 신참이라면 좀 더 오래 살지도 모르잖아. 추락하고 싸웠는데도 아직 살아있으니까 벌써 한번 죽을 고비를 넘긴 거 아냐."

"아 진짜. 교수 너도 블라벤처럼 순진할 때가 있다니까." 다비르가 말했다. "희망과 순진함이 죽으러 오는 지옥에서도 아직 스콜라리움에 있는 것처럼 굴고 있잖아. 졸업해서 바깥 세상에 나왔다는 걸 좀 기억하란 말야. 확률이니 평균이니 말하는 거 다 좋다 이거야. 하지만 여긴 브루셰락이야. 신참이 불시착해서 살아남은 거도 소용없어. 너나 블라벤이 신참을 달래려고 하는 것 처럼 소용없단 말이야. 벌써 죽은 거나 다름 없는 몸이야. 오크한테 그렇게 될 거니까 두고봐. 오크가 제일 좋아하는 건 아직 살점이 쫄깃하고 생기가 도는 신참이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우리가 열 다섯 시간이라는 수치에 너무 목메여있다는 거야." 교수가 말했다. 셋은 이미 논쟁에 빠져서 곁에서 잠자코 듣고 있는 라른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전부 그 시간에 죽는다는 뜻이 아니야. 평균치잖아. 혹시 누가 알아? 신참이 며칠, 몇달, 아니면 몇년을 더 살지 말이야."

"몇년?" 다비르가 말했다. "야~ 난 여태 블라벤이 제일 대단한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갑이 여기 있네. 그렇게 구라를 논리정연하고 조리있게 까시는 분은 진짜 처음 봤다. 신참이 여기서 몇년이나 살아남을 거라고? 그럼 다음에는 블라벤이 장군이 될 거라고 말해보지! 신참이 어떻게 싸우는지 아직 못 봐서 그러는 모양인데-"


"그만하세요." 라른이 자신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것 처럼 말하는 모양새를 참지 못하고 조용히 말했다. "충분히 들었어요. 신참이라고 그만 부르세요. 제 이름은 라른이에요." 


그 순간, 모두 누군가가 말을 끊은 것에 놀랐다는 듯 침묵이 감돌았다. 참호에 있는 일행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왜? 신참이라 불리기 싫다는 거야?" 다비르가 비웃듯이 말을 이었다. "마음을 상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해줄까?"

"아니요." 라른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다들 이해하지 못하신 것 같습니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주셨으면 해서요. 진짜 이름이요. 라른. 신참이 아니라요."

"그래?" 다비르가 그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지버스가 그를 노려보았고 교수와 블라벤은 슬픈 눈을 했다. "그럼 여기 삶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 건 너야, 신참. 니 이름이 뭔지 우리가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내가 할 일만 해도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내일 아침 묘비에 적힐 이름 같은 거 기억할 시간이 어딨다 그래. 그렇게 이름으로 불리고 싶어? 그럼 열 다섯 시간 뒤에 다시 와서 말해봐. 기억해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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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할 때 제일 어려운 건 대화문과 노래 가사인 것 같다. 문어체와 평소 말하는 말투가 워낙 달라서 계속 소리내서 읽어봐야 겨우 고쳐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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