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판 된 강남 재건축

저금리·부동산 부양책에…재건축 차익 노린 ‘빚 투기’ 극성

정희완 기자

개포3단지, 전용 35.64㎡형 5개월 새 1억5500만원 올라

강남 재건축 최고가 경신…서울 분양권 거래 역대 최다

정부, 뒤늦게 중도금 대출 규제…“실수요자 대책 절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3단지에서 빚을 안고 있는 가구 비율이 74%에 달하는 등 투기성 매입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면서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이 사실상 투기판으로 변질됐음이 확인됐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예고됐던 결과다.

정부는 최근 재건축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중도금 대출 규제 조치 등에 나섰지만 분양가상한제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향신문과 선대인경제연구소가 고분양가 논란 속에 재건축 분양을 앞두고 있는 개포주공3단지 1160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 근저당이 설정된 부채가구 비율이 73.9%, 집주인이 다른 곳에 거주하는 비율이 92.8%로 집계됐다. 재건축으로 집값이 뛸 것을 기대해 빚을 내서 아파트를 매입한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개포주공3단지의 아파트값은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가파르게 뛰었다. 전용면적 35.64㎡형의 실거래가가 지난 2월 7억1000만원에서 지난달 8억6500만원으로 올랐다. 전용 50.67㎡형은 지난 1월 10억7000만원에 거래됐지만 6월에는 12억15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은 최근 일제히 올랐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있는 재건축단지의 아파트값은 지난 6월 기준 3.3㎡당 3719만원을 기록해 10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아파트값이 3.3㎡당 4402만원으로 강남권에서 가장 높고, 서초구 반포동이 4141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신규 분양시장도 과열 양상이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분양·입주권은 1111건이 거래됐다. 지난 6월(1275건)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해당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7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다. 올 초부터 지난 7월까지 강남3구에 있는 신규 아파트들은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평균 청약 경쟁률이 40.5 대 1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개포동에서 첫번째로 분양해 이목이 쏠린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 아파트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청약 최고 경쟁률 67.6 대 1을 나타냈다. 당초 이 아파트의 예정 분양가는 3.3㎡당 3600만원 수준이었지만 조합은 분양시장 호조로 평균 3760만원, 최고 4370만원까지 올렸다.

강남 재건축시장의 과열은 저금리 기조와 함께 정부가 내수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부동산 부양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14년 재건축 가능연한을 축소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3년 동안 유예키로 하는 등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시행했다. 또 수도권에서 민간택지의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완화했다. 지난해 4월에는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했고 주택 청약요건도 낮췄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업성이 높은 강남 아파트 재건축시장에 투기자금이 몰린 것이다.

정부는 강남 재건축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자 지난달부터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를 내세워 고분양가 논란이 된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지난 7월 마지막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전주 대비 0.23% 상승해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주춤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주 기준 재건축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33% 상승하면서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

임시방편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분양가 인하 압박 카드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손질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청약 기준을 다시 강화하는 등 투기적 수요를 배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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