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잔 앞에 두고 데이트 연인 등 북한 사람들 표정 생생하게 담아
위화감이 아닌 공감 이끌어내서 북한과 일본의 ‘대화’ 가능성 모색
19일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이 주는 감흥 때문일까. 2012년부터 수차례 방북해 현지 주민들의 일상을 촬영해 온 일본 사진가 하츠자와 아리(44)의 책 제목 ‘이웃사람’에 한 번 더 눈길이 머문다.
최근 사진 전문 출판사 ‘눈빛’에서 출간된 하츠자와의 사진집 <이웃사람>에는 평양이 아닌 서울이나 도쿄, 베이징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적인 이미지들이 담겼다. 맥주잔을 앞에 놓고 데이트를 하는 젊은 연인, 해수욕장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가족, 공원에서 식사를 하는 남자들, 과자와 탄산음료를 먹으며 책을 읽는 어린 학생,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시민들. 하츠자와의 렌즈에 담긴 북한 사람들의 표정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하다.하츠자와는 2012년부터 올해 2월까지 6년 동안 7차례 북한을 찾았다. 이라크전쟁 전후의 바그다드, 동일본 대지진 직후의 피해 지역 등에 머물며 사진 작업을 한 그이지만, 북한 취재는 예상보다도 어려웠다.
당국의 통제 속에서도 끈질긴 설득을 거치고 안내인들과 신뢰를 쌓은 덕택에, 외국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뒷골목 풍경을 비롯해 대도시 평양이 아닌 신의주, 함흥, 원산 등 지방에서도 촬영을 했다.
책에는 김정일 체제에서 김정은 체제로 이행하는 시기에 북한이 겪은 변화상도 드러난다. 한국어판은 2012년 4월과 올해 5월 일본에서 출간된 두 권의 사진집에서 주요 사진들을 뽑아 실었다.
사진과 함께 수록된 하츠자와의 체류기에서는 촬영 과정의 에피소드, 일본인인 그가 어떤 마음으로 북한을 담는 작업을 해 왔는지를 엿볼 수 있다. 바로 “위화감이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 내자”는 기획 의도에 따라, 납치문제로 첨예한 갈등을 빚는 일본과 북한 사이에서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그는 올해 5월 쓴 ‘작가의 말’에서 “한반도가 통일되는 날까지 일본의 식민지 지배 책임이 끝나지 않는다고 여겨온 나는 남북 화합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일본인으로서 어떻게 할지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사진을 찍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