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복지공약 경쟁에 불이 붙었다. 포커판 베팅 경쟁처럼 한쪽에서 증액·확대를 공약하면 다른 쪽에서 따라가는 양상이다. 진보·보수 가릴 것 없다. 이런 식으로 선거를 몇 번 더 치렀다가는 나라살림이 파탄날 판이다. 대표적인 게 기초연금이다. 기초연금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을 주겠다고 공약하면서 도입됐다. 집권 뒤 재원 마련에 애를 먹다가 소득 하위 노인 70%에게 월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쪽으로 바꿨다.

이번엔 모든 후보들이 ‘판돈’을 더 얹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어제 기초연금을 내년 월 25만원, 2021년 30만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어르신 공약’을 발표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하위 50%에게 월 30만원, 70%까지는 2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월 30만원으로 올렸다.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겠다는 후보도 있다. 공약을 이행하려면 올해 10조6000억원 수준인 기초연금 예산이 내년엔 4조~8조원 더 필요하다. 거주지 파악 불명 등의 사유로 지난 4년간 기초연금 불용예산만 5000억원이 넘는데도, 후보들은 ‘증액’부터 외치고 있다.

아동수당 도입 경쟁도 치열하다. 0~5세(문 후보), 0~11세(안 후보, 심 후보) 아동이 있는 가정에 모두 월 10만원씩 주겠다는 것이다.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과 중복되는 문제가 있는데도 무조건 도입하겠다고 한다. 영국 프랑스 등이 소득 수준과 자녀수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것과 대비된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새 복지 제도가 추가되고,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것은 정해진 수순처럼 돼 버렸다. 누리과정, 무상급식, 양육수당 등이 선거를 거치면서 도입됐고, 막대한 예산으로 큰 후유증을 낳고 있다.

각 후보들은 달콤한 선물만 뿌릴 뿐,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뒷전이다. 일종의 ‘매표행위’다. 돈 들어올 곳을 생각하지 않는 복지는 ‘남미행 급행열차 티켓’을 끊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일시적으로 유권자의 표심(票心)을 자극하는 공약은 취임 뒤 ‘정치적 덫’이 돼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