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GKL-더블루케이 계약 계좌도 하나銀 삼성타운점.. 짙어지는 특혜 의혹

송기영 기자 2016. 10. 3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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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실소유했던 더블루케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장애인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때, KEB하나은행의 한 지점에서 같은 날 선수들 명의의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더블루케이와 장애인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때 작성한 회계전표. (오른쪽)장애인 펜싱팀 선수 명의로 개설된 KEB하나은행 통장 사본. 회계전표 발행일은 지난 5월18일로 돼 있으나, 통장 발행은 5일 뒤인 5월23일이다./송기석 국민의당 의원 제공

계약 과정에서 수상한 점들이 일부 발견됐다. 통장이 개설되기도 전에 GKL의 결재서류에 세 선수의 KEB하나은행 계좌번호가 기재돼 있고, 통장 인감 날인 난에 찍힌 도장은 계약서에 찍힌 도장과 다른 한글 막도장이었다. 세 선수의 도장은 형태가 같아 한 곳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펜싱팀 선수들은 계약 당시 더블루케이의 존재도 몰랐다고 했다.

세 선수의 계좌는 KEB하나은행에서 같은 날 일괄 개설됐는데, 계좌가 개설된 지점은 공교롭게도 하나은행 독일법인장으로 근무하며 최씨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이모 하나은행 글로벌 2본부장이 지난 1월 한국에 귀국해 근무했던 곳이다. 이 본부장은 이 지점에서 근무하다 갑자기 임원급인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계좌 개설도 전에 결재 서류에 계좌 번호 기재… 도장도 한글 막도장

31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GKL은 지난 5월 더블루케이와 공식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장애인펜싱팀이 창단했다. GKL은 당시 선수계약금으로 1인당 2000만원씩 총 6000만원을 지급했다. 계약금은 KEB하나은행 삼성타운지점(당시는 외환은행 지점)에서 개설된 계좌로 입금됐다.

송 의원은 계약 체결과 과정에서 문서가 조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장애인펜싱팀에 소속된 세 선수의 통장은 지난 5월23일 KEB하나은행 삼성타운 지점에서 일괄 개설됐다.

송 의원이 입수한 ‘GKL 전속계약금의 회계전표’를 보면 세 선수에 대한 전속 계약금 지출을 위해 결재를 올린 날짜는 지난 5월 18일이다. 전표에는 5일 뒤에 개설된 계좌와 동일한 계좌번호가 기재돼 있다. 개설도 되지 않은 시점에 계좌번호를 미리 알고 회계전표에 지출 결재를 올린 것이다.

세 선수의 통장 인간 날인 난에 찍힌 도장은 계약서 상 도장과 다른 한글 막도장이다. 도장의 크기와 형태가 모두 동일하고, 글씨체도 같다. 송 의원측은 “도장 형태로 봐서 한 곳에서 도장이 제작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당시 계약을 맺은 한 선수는 송 의원 측에 “계약 당시 더블루케이의 존재를 몰랐다”고 밝혔다.

대리인이 타인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려면 본인의 실명확인증표, 대리인의 실명확인증표, 위임장 및 본인의 인감증명서 등에 의해 금융거래자의 실지 명의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있다.

송 의원은 “더블루케이가 한날 한시에 같은 은행 지점에서 계좌를 개설했다”며 “ GKL은 별다른 의구심 없이 전속 계약금을 입금했다”고 지적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해당 지점에 확인한 결과 세 선수가 5월23일 지점을 방문해 계좌를 정상적으로 개설했다”며 “계좌 개설에 막도장을 사용한 것은 일반적인 일”이라고 해명했다.

장애인펜싱팀 소속 선수 3명이 개설한 KEB하나은행 통장. 인감 날인난에 찍힌 도장은 한글 막도장이고 크기와 형태가 모두 같다. 또 계좌의 중간 6자리가 동일하거나 마지막 숫자 하나만 다른 것으로 보아 같은 시간대에 계좌가 개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송기석 의원실 제공

GKL 관계자는 “선수들이 계약금을 정상적으로 수령했고, 계좌도 선수들이 만들어 제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KL은 그러나 선수들의 계좌 입출금 내역을 제출하라는 송 의원의 요구를 한달째 거부하고 있다.

◆삼성타운지점, 최순실 금융 조력자로 알려진 이모 본부장이 전임 지점장

KEB하나은행 삼성타운 지점은 최씨가 독일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도움을 줬다는 의혹을 받는 이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이 지난 1월 지점장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이씨는 7년 독일 생활을 마치고 지난 1월 귀국해 KEB하나은행의 핵심 지점인 삼성타운 지점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지점장으로 인선된 지 한 달만인 지난 2월 임원급인 글로벌 담당 2본부장으로 이동했다. 독일에서 귀국한 뒤 2달 만에 이뤄진 파격 승진 인사다. KEB하나은행은 이씨의 승진을 위해 글로벌본부를 두팀으로 쪼갰다. 기존 본부장이 1본부장, 이씨가 2본부장을 맡았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강원도 평창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곳도 KEB하나은행의 압구정지점이다. 정치권과 금융권에서는 ‘KEB하나은행이 최씨의 금융 뒷바라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KEB하나은행 독일 법인장이 최씨 현지 법인을 지원한 사람”이라며 “이 사람이 최근 임원급으로 승진했다”고 지적했다.

KEB행 관계자는 “이씨가 독일 현지법인에서 좋은 실적을 올렸고, 회사가 글로벌 분야를 확대하면서 그를 본부장으로 발탁했다”며 “삼성타운지점도 직원이 10명 안팎으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 본부장은 1962년생으로 다른 임원과 비교했을 때 승진이 빠른 편도 아니다”며 “일부 언론에서 KEB하나은행이 최씨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송 의원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과 이기우 GKL 사장이 대구 계성고 동문이라는 점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안 전 수석과 이 사장이 대구 계성고 선후배 사이”라며 “더블루케이의 사업 과정에 안 전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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