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수빈 기자]#대학생 전지형(22·가명) 씨는 한 브랜드의 운동화를 구매하면 방탄소년단 포토 카드와 함께 팬 사인회 응모권을 준다는 소식에 본인 사이즈에 맞지 않는 신발을 구매했다. 전씨는 “신발을 며칠 신고 다녔더니 엄지발톱이 다 깨져 아프지만, 다른 사이즈는 모두 품절돼 응모권을 구매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전씨는 “8만원 주고 운동화가 아닌 응모권을 구매한 기분”이라며 허탈감을 표했다.
그룹 엑소, 방탄소년단, 워너원만 붙었다 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가며 유통업계에서 ‘아이돌’이 효자로 떠올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판매 업체가 소비자의 심리를 악용해 소비자를 현혹한다고 지적했다.
6월 편의점 업체 CU는 방탄소년단의 사진이 붙어있는 교통카드 8종을 발매했다. CU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교통카드에 대해 “일반 교통카드보다 3~4배 빠른 속도로 팔린다”고 전했다. 이를 증명하듯 해당 교통카드는 발매 한 달 만에 품귀현상을 빚으며 원가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중고 사이트에 올라왔다.
11월엔 워너원이 모델로 활약 중인 렌즈 나인 측은 “사전예약 이벤트(렌즈 사전 예약 시 워너원 브로마이드 제공) 5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 팩이 모두 판매됐다”고 밝혔다. 해당 이벤트는 시작과 동시에 렌즈 나인 홈페이지 서버를 마비시켰을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이처럼 아이돌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유통업계는 이들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으로 팬층을 겨냥하고 있다. 엑소는 데뷔부터 화장품을 비롯해 교복, 초콜릿, 음료, 면세점, 치킨, 놀이공원, 의류업체 등의 모델로 나섰으며 방탄소년단도 교복, 치킨, 면세점, 통신사 등의 모델로 활약했다. 워너원은 화장품, 교복, 맥주 등을 비롯해 17개 업체에 모델로 나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제품의 타깃으로 삼는 연령층과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연령층이 맞아 떨어져서 광고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희 부산대학교 교수는 “세일즈 프로모션 일명 아이돌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실효성이 없다는 연구가 많다”며 “기업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돌을 내세운 마케팅 보다는 제품의 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마케팅의 윤리적인 입장에서 기업에서 제한을 둘 수 있겠지만, 소비자가 본인의 예산 내에서 합리적인 소비 활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애연 소비자교욱중앙회 국장은 “아이돌 마케팅은 감성 마케팅으로 감성적 소비를 부추기다 보니 합리적 소비와는 거리가 멀어진다”며 “판매 업체에서는 이것을 악용해 소비 심리를 부추겨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국장은 “품질의 향상 때문이 아닌 광고비 때문에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아이돌 마케팅이 소비자를 현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수빈 기자 soobin_22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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