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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OPEC이 넘고 돈은 미국이 챙긴다?' 석유시장 아이러니

송고시간2017-04-2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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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간 산유량 역대 최고치 육박…시추공 수도 6년 만에 최장 증가세

3대 산유국 사우디·러시아·미국 가운데 감산제한 없는 미국만 '방긋'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해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저유가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 8년 만에 첫 감산 합의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 덕에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최근 미국 셰일오일 업계의 생산량 증대로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OPEC은 이번에는 '감산 연장' 카드를 꺼내 유가 안정을 꾀하고 있다.

글로벌 석유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OPEC이 동결 내지는 감산 합의로 유가를 올려놓으면 막대한 미국 원유 재고량이 발표돼 내리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 같은 과정이 이어지면서 득을 본 것은 단연 미국 셰일오일 업계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사상 최고 수준에 육박했고 셰일오일 생산량을 추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인 시추공 수도 6년 만에 최장기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OPEC이 다음 달 정례회의에서 감산 연장을 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꺾고 명실상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도돌이표 국제유가' OPEC이 올려놓으면 美셰일업계가 내린다

지난해 OPEC과 미국 셰일오일 업계 간의 치킨게임이 일단락되면서 국제유가 움직임은 대체로 일정한 패턴을 보였다.

OPEC이 산유량 동결·감산 신호를 주거나 연장을 시사해 간신히 유가를 끌어올려 두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미국 원유 재고량이 발표되면서 찬물을 끼얹는 식이다.

지난해 2월 유가가 20달러 중반까지 떨어졌을 당시 OPEC은 부랴부랴 감산 논의에 불을 붙였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수하일 빈 모하메드 알-마즈루에이 석유장관은 지난해 2월 1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모든 회원국은 감산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간 감산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참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그 직후 사우디와 러시아, 카타르, 베네수엘라 등 4개 산유국이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산유량 동결에 합의했다.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이 산유량 제한 합의를 이룬 것은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에 WTI 선물가격은 순풍을 타고 한 달 만에 배럴당 40달러 선을 넘겼지만, 곧 걸림돌에 부딪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작년 3월 셋째 주 미국의 원유 재고량이 6주 연속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동결 합의도 흐지부지되면서 유가는 30달러대로 떨어졌다.

9월에는 OPEC 회원국들은 알제리 알제 국제에너지 포럼에서 만나 하루 3천250만 배럴 감산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다음달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11월 첫째 주에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분이 시장의 예상보다 14배 많은 1천440만 배럴을 기록한 직후 유가는 두 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OPEC은 11월 말 극적인 감산 합의와 12월 러시아 등 비회원국과의 감산 합의를 이루고 본격 이행을 강조하면서 유가를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이 덕에 올해 들어서는 유가가 안정세를 찾는 것 같았지만, 셰일업계의 공급과잉이 또다시 복병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첫주에는 미국 원유 재고 증가량이 시장 전망치의 4배 수준을 기록하면서 배럴당 50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달 들어서는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이 9주 연속으로 증가한 데다가 미국 시추공 수도 계속 늘어나면서 유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6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50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49.6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WTI 선물가격은 이번 주에만 6.7% 급락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의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51.96달러까지 빠졌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코언 에너지 원자재 리서치 부문장은 "부정적인 데이터의 북소리가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상승 요소는 현재 그다지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美 산유량 하루 925만 배럴 '역대 최고 육박' 산유량…최대 산유국 될까

국제유가가 떨어지려고 할 때마다 OPEC이 나서서 동결 및 감산 카드로 해결하는 사이 미국 셰일업계는 원유를 끝없이 뽑아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원유 총 생산량 집계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둘째 주 원유 생산량은 하루 평균 925만2천 배럴로, 2015년 6월 첫째 주에 세운 최대 기록(961만 배럴)에 바짝 다가섰다.

DOE는 1983년 1월부터 약 34년 동안 원유 생산량 자료를 조사해왔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5년 정점에 올랐다가 저유가 현상이 심화하면서 2016년 7월 바닥을 쳤다.

이후 유가가 회복세를 타면서 약 9개월 만에 생산량이 9.8% 늘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셰일오일을 뽑아내기 위한 시추공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유전 서비스업체 베이커 휴스는 미국 시추공 수가 4월 21일 기준으로 688개를 기록해 지난해 343개의 2배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추공 수는 올해 1월 셋째 주부터 14주 연속 증가하면서 2011년 이후 최장기간 증가세를 이어갔다.

미국의 올해 1분기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76만 배럴로 지난해 일평균 24만 배럴보다 46% 증가했다.

아시아 시장에서도 원유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중국은 올해 2월 미국산 경질 원유 수입량을 전월보다 4배 급증한 808만 배럴로 늘렸다. 또 중국 국영 석유회사 중국석화(中國石化·시노펙)가 미국 마스 블랜드 원유 4월 인도분 100만 배럴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이미 올해부터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산 경질 원유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됐다.

미국이 OPEC의 맹주인 사우디와 유럽 에너지산업을 쥐락펴락하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우뚝 설 가능성도 커졌다.

에너지 인텔리전스 그룹 집계에 따르면 사우디의 지난달 산유량은 하루 평균 990만 배럴, 러시아의 경우 1천106만4천 배럴이었다.

이는 같은 달 미국의 산유량인 919만3천 배럴보다는 많지만, 두 경쟁국과 달리 미국은 산유량 감산 합의에 매여있지 않아 추월이 가능한 상황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석유수출국기구(OPEC) [AP=연합뉴스 자료사진]

◇ OPEC 감산 연장할까…"4분기 유가 배럴당 70달러까지 갈 수도"

OPEC은 다음 달 25일 장관급 정례회의를 열고 6월까지인 산유량 감산기한의 연장을 논의할 전망이다.

OPEC은 지난해 11월 하루 평균 산유량을 120만 배럴 줄인 3천250만 배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고, 시장의 예상보다도 한층 성실하게 이를 이행해 왔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올해 2월 OPEC의 감산 이행률이 110.4%에 육박했으며 1월과 3월에도 100% 안팎의 높은 이행률을 보였다.

OPEC은 올 상반기에 감산 시한이 끝나더라도 이를 한 차례 더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칼리드 팔리흐 사우디 석유장관이 이달 20일 "감산 기간 연장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고, OPEC 내 두 번째로 큰 산유국인 이라크도 감산 기간 연장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종전처럼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이 동참할 가능성도 크다.

에삼 알마르주크 쿠웨이트 석유장관도 "OPEC 비회원국에서 감산 합의를 연장해야 한다는 뜻을 점점 많이 내비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일단 그러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란, 리비아, 나이지리아 등 예외상황을 인정해달라는 회원국이 많은 데다가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계속 증산하면서 유가가 하락할 경우 회원국들의 이행률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OPEC의 과거 17차례의 감산 합의 이후 이행률은 평균 60% 수준이었다.

투자은행(IB)들은 그럼에도 올 연말까지 WTI 선물가격이 배럴당 56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점쳤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투자은행 37곳의 올해 4분기 WTI 선물가격 전망치 중간값은 배럴당 56달러였다.

특히 스탠다드차타드와 씨티그룹, BNP파리바는 각각 배럴당 68달러, 62달러, 61달러를 예상해 올해 유가 강세를 점쳤다.

국제유가 벤치마크로 꼽히는 브렌트유의 경우에는 올 4분기 무려 배럴당 7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투자은행 41곳의 4분기 브렌트유 선물가격 전망치 중간값은 배럴당 58달러로 집계됐다.

스탠다드차타드가 배럴당 70달러로 점쳤고 씨티그룹과 호주뉴질랜드은행(ANZ), 로이드 은행이 모두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65달러까지는 오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씨티그룹은 "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의 감산 합의가 이어지면서 원유 재고가 줄고 유가가 하반기에는 배럴당 60달러를 넘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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