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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독] "연령에 따른 보직해임은 재고해야"

윤지원 기자
입력 : 
2019-01-02 19:57:53
수정 : 
2019-01-08 15: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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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의결

사기업에 첫 `연령차별 해임` 시정권고

삼성화재, 이달말 권고 이행여부 결정
국가인권위원회가 삼성화재 '50대 이상 부장급 물갈이' 사안에 대해 시정 권고를 의결했다. 인사 적체가 심한 대기업에서 정년에 가까워진 직원들에게 암묵적으로 퇴직을 종용하는 관행을 '차별'이라고 인권위가 처음으로 판단한 것이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 산하 차별시정위원회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된 '연령 차별에 따른 보직 해임' 진정에 대해 지난달 28일 만장일치로 시정 권고를 의결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의 삼성화재 보직해임 자료를 요청해 분석한결과 진정인을 포함한 모든 보직자들이 연령에대한 차별적 관행이 사실로 존재한다고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말 전직 삼성화재 부장 출신인 A씨가 인권위에 제출한 연령 차별에 따른 진정에 관해 인권위가 2년간 심의를 거친 결과다. 삼성화재가 50대 전후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연령 차별에 따른 표적 감사를 단행하고 사직을 종용하거나, 일반 직원에겐 50세 이전 계약직 전환을 유도했다는 증언이 담긴 진정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삼성화재 부서장 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도에 만 46~49세 부서장 비율은 69%에 달하는데, 만 50세 이상 비율은 20% 초반대로 크게 꺾였다"며 "'정년 60세 연장법'이 발효되기 전인 2016년도 이전에는 편차가 더욱 커서 만 50세 이상 부서장은 10%대에 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50대 이상 부서장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과 보직 해임자가 특히 50대에 집중돼 있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인권위 의견이다.

삼성화재가 인권위에 개별적 해임 사유로 제시한 저조한 성과, 부실한 조직관리 능력, 자발적인 계약직 전환 요청 등을 감안해도 전체 피해임자 연령에서 통계적으로 명확한 차별의 관행이 확인됐다는 얘기다.

인권위가 인사권을 보다 폭넓게 행사하는 사기업을 상대로 '연령 차별 해임' 시정 권고를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유사 케이스가 없는 만큼 해당 진정건에 대한 검토 시간이 다소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은 기업 내부적으로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2016년 '정년 60세 연장법'이 발효됐지만 기업의 조기 퇴직 종용 풍토는 크게 개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오정'(45세면 정년)과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가 일반화된 대기업은 연차가 쌓일수록 퇴직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해당 결정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연령 차별이 아닌 정당한 해임"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의 시정 권고는 법적 강제력이 없는 만큼 삼성화재는 이달 말 인권위 결정문을 받게 되면 시정 권고 이행 여부를 자체 결정할 계획이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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