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채용 비리’ 조용병 회장 공소장 들여다보니…라응찬 전 회장 조카손자 청탁, 면접 ‘F등급’에도 최종 합격

유희곤 기자

교회 교인의 아들도 관리

합격자 101명 점수 조작

[단독]‘채용 비리’ 조용병 회장 공소장 들여다보니…라응찬 전 회장 조카손자 청탁, 면접 ‘F등급’에도 최종 합격

신한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61·전 신한은행장·사진)이 라응찬 전 회장(80)의 조카 손자부터 자신이 다니는 교회 교인의 청탁까지 받아 부정입사를 적극적으로 도운 것으로 확인됐다.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검찰에서 제출받은 공소장을 보면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 때인 2016년 9월 라 전 회장으로부터 “조카 손자인 나모씨가 신한은행 채용에 지원했으니 잘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모 인사부장(52·구속)에게 나씨의 전형별 합격 여부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나씨는 유력자가 청탁한 지원자인 ‘특이자’ 명단에 올랐고 이름 옆에 ‘득(得), 별(★)’로 표시됐다.

한 달 후 김모 채용팀장(48)이 “나씨는 학업 성취도가 낮고, 지원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역량도 떨어지며, 금융권 준비 노력이 부족한 데다 학점도 3.0 미만으로 불합격권”이라고 보고하자 조 회장은 “다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김 팀장은 나씨에 대한 ‘상세 분석’ 명목으로 별도의 한쪽짜리 개별보고서를 작성했다. 조 회장은 이를 근거로 “합격시키라”고 지시했다.

나씨는 면접 전형 중 하나인 적성검사에서 F등급을 받아 불합격 대상이었지만 은행 측은 IT 직렬은 예외로 두기로 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나씨를 최종 합격시켰다.

조 회장의 아내가 권사로 활동하는 서울의 한 교회 교인의 아들 허모씨도 조 회장 덕분에 면접시험을 볼 수 있었다. 조 회장은 2015년 9월쯤 아내로부터 허씨가 그해 하반기 신한은행 채용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이 부장에게 허씨의 전형별 합격 여부에 대한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

허씨는 졸업예정자도 아니고 학점도 3.2에 그쳐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필터링컷’ 대상이었지만 조 회장 지시로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모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의 아들 이모씨도 이 전 부원장보가 조 회장에게 채용을 청탁한 덕분에 2015년 상반기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채용 청탁자 및 부서장 이상 자녀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합격자 남·녀 성비를 3 대 1로 맞추기 위해 101명의 점수를 뒤바꾼 혐의(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로 조 회장을 지난 10월31일 불구속 기소했다.

백혜련 의원은 “한국가스안전공사에 이어 금융권까지 남성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조작해 여성들을 탈락시킨 사례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경영진의 명백한 성차별로 엄중한 처벌과 (부정 피해 탈락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회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정창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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