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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Prism] 경험 마케팅의 시대…시각을 넘어 후각을 자극하라

입력 : 
2017-07-07 04:04:03
수정 : 
2017-07-07 13: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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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마케팅의 시대다. 신세계가 코엑스몰을 인수하고,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기 위해 제일 공격적으로 한 일이, 60억원을 투자하여 '별마당 도서관'을 개장한 것이다. 거금을 들여서 도서관을 만든 것은 책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코엑스에 와서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좋다. 우리가 즐거운 문화공간을 만들었으니 놀러와라'라는 손짓이다. 반응은 뜨겁다. '죽어가던' 코엑스는 연일 도서관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주로 과거의 경험 마케팅은 다양한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에게 다채로운 브랜드 관련 경험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아이-캐칭(Eye-Catching) 방식을 넘어서서, 새로운 감각기관인 후각을 통해 한층 더 다채로운 경험을 주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던킨도너츠는 '향기나는 라디오'라는 후각 마케팅을 실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커피는 맛도 중요하지만 향이 중요하다. 던킨도너츠는 매장 안이 아니라 밖에 있는 소비자들에게 '커피향'을 경험하게 하여 자연스럽게 매장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

그 결과 버스에 라디오 광고를 만들어, 던킨 매장 근처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할 때, 던킨의 징글(로고송)이 나오게 하고, 이 로고송이 나올 때마다 버스 안에 설치한 커피향 방향제가 자동으로 분사되도록 하는 후각 마케팅을 실행했다. 버스 정류장에 내리는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커피 향을 맡게 되고, 라디오를 통해 '던킨 커피가 이번에 내리는 당신을 기다립니다'라는 멘트를 듣게 된다. 이러한 후각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해당 캠페인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매장 방문객 수가 16% 그리고 커피 판매량이 30% 가까이 증가했다.

식음료 분야의 기업만 후각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CGV는 대부분의 극장을 멀티플렉스로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피치 못하게 상영관의 크기가 과거 극장들에 비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어둡고 좁은 환경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을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불편한 느낌을 줄여주기 위해 후각을 자극하는 경험을 주기로 결정한다. 나무 향기가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상영관 내에 상쾌한 나무 향기가 나도록 했다. 그 결과 고객들의 만족도가 올라가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싱가포르항공도 비슷한 경우다. 비행기라는 좁은 환경하에서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한 경험을 없애주기 위해 향수 전문 회사에 의뢰하여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면서도 싱가포르항공의 브랜드를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스테판 플로리다 워터스'라는 향을 만들어내서 객실 내에 제공한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의 발달도 후각 마케팅의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다. 유니레버와 같은 기업들은, 쇼핑몰 센터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하고, 고객 맞춤형 향기를 제공해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래에는 비콘 기술을 이용하여 기업의 광고 입간판에 다가오고 있는 고객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여, 고객이 가장 흥미로워할 만한 제품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동시에 해당 제품을 떠올리게 하는 향이 자동 분사되는 형태로 후각 마케팅이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고객 경험을 제공해주는 전략이 앞으로 더 중요할까?

첫 번째, 현재 광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약 80% 이상이 시각(Visual)과 청각(Audio)에 기반해 있다고 한다. 즉, 고객에게 좀 더 풍부한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시각과 청각이 아닌 새로운 감각(Sense)을 건드릴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두 번째, 후각이라는 감각은 상대적으로 손쉽게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인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1만8000회에서 3만번 이상 숨을 쉰다고 한다. 숨을 쉬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이 만든 후각적인 경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경험 마케팅의 시대다. 앞으로, 시각적 경험 중심인 아이-캐팅 전략을 넘어서서 다양한 노즈-캐칭 전략으로 브랜드에 풍부한 후각 경험을 더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이다.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 이승윤 건국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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