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투라보군! 페투라보군 들어오게!"

코사장이 얼굴을 찌푸린다.

"페투라보? 이름이 좀...얘는 누가 뽑았어?"

젠사장은 열심히 서류를 뒤적거리더니 간신히 페투라보군의 파일을 찾아냈다.

"지 애비를 못믿겠다고 의절하고 나온 놈이래."

"그래? 좀...찐따 같은데."

"머리가 좋은 거겠지, 뭐. 취미가...미니어처 조립 및 도색? 야, 미니어처가 뭐냐?"

너사장이 대답한다.

"장난감이여, 장난감. 그 건담인가 마징가인가 하는 거일겨."

"자네는 어떻게 또 그렇게 잘 알아?"

"마누라 주려고 몇개 사서..."

그러고보니 애처가로 유명한 너사장이다. 아이샤인지 이샤인지 하는 외국인 마누라가 어찌나 어여쁜 지 집에서 나오지도 못하게 한다는 소문이 있다. 

"마누라 주려고 장난감을 샀어?"

"뭘 줘도 우거지 상이라 그랬지. 여자들은 조그맣고 예쁜 거 좋아하잖어."

"난 큰 장난감이 좋은데 너사장은 여자를 잘 모르는구나?"

뜬금없이 끼어든 슬라네쉬가 어울리지도 않는 교태를 부린다. 허벅지에 대구경 배틀캐논이 달린 놈이 저러니 참으로 가관이다. 아무튼 그렇게 카오스 사장들이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면접장 안으로 페투라보라는 놈은 도무지 들어올 기색이 없다. 사장들이 얼굴을 갸웃거릴 무렵 문 틈으로 무언가가 휙-던져지더니 다시 닫힌다. 깜짝 놀란 슬사장이 꺄악-하고 까마귀 목조르는 소리를 내더니 코사장의 뒤로 숨는다.

"뭐시여, 뭐시여!"

"아우, 뭐여 저게! 저거 핸드폰 아녀?"

"어떤 미친 놈이 면접장에 핸드폰을 던지고 다녀?"

바닥에 떨어져 액정이 다 뽀개진 핸드폰이 페투라보라보라보 페투라보라보라보 소리를 내며 기묘한 밸소리를 낸다. 사장들은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조심스럽게 그걸 집어든다. 발신번호제한이 걸려서 그런지 전화번호가 보이지도 않는다. 

'페투라보라보라보 페투라보라보라보'

"으따, 시끄럽다. 코사장, 좀 받아봐."

"왜 나여?"

"제일 목소리가 끼깔나잖어."

코른이 마뜩찮은 얼굴로 서있다 젠사장의 재촉을 받곤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주워든다.

"여보세요, 주식회사 카오스의 코사장이요."

"..."

"여보세요."

"..."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보쇼, 당신 누구야?"

"..."

"전화를 걸었으면 말을 해 이 새끼야!"

열받은 코른이 또 소리를 빽 지른다. 그제야 전화기 건너편에서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사장이라는 증거를 대라."

"뭐 씨발? 너 누구야? 너 페투라보지? 엉? 야, 신입사원이 사장한테 전화로 이래도 되냐!"

"증거를 대라. 나는 의심이 많다. 나를 면담하고 싶다고? 뭘 믿고? 네가 나의 사장이라는 증거가 어디있지?"

"야! 야이 개새끼야!"

"지금 내게 폭언을 하신건가? 이 대화는 녹음되고 있다."

"뭐 이딴 미친 새끼가 다 있어?"

"증거를 못대는 걸 보니 너도 우리 애비처럼 거짓말쟁이로군. 세상엔 믿을 수 있는 것이 역시 하나도 없다...가자 미미쨩. 너만이 나의 믿음이구나.(슬픔)"

전화가 뚝 끊겼다. 코른은 눈깔을 뒤집더니 핸드폰을 집어던져버린다. 마그누스란 놈이 이미 창문을 깨부쉈기 때문에 또 창문이 부서지는 일은 없었다.

"이딴 새끼를 신입사원이라고 뽑았어! 어!"

"진정해, 코사장."

"빨리 다음 놈 불러, 다음 놈. 다음 놈은 그래도 멀쩡하길 빌자."

"펄그림...군이야, 양이야? 왜 성별칸에 두칸을 다 채워놨어?"

"펄그림군! 펄그림양! 들어오게!"

"네~에~"

드디어 제대로 문짝으로 들어오는 놈...아니 년이 나타났다. 카오스 사장들은 그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는 점에서 서글픔을 느낀다. 문이 삐꺽 열리더니, 쫙 빼입은 보라색 정장을 입은 아가씨가 나타난다. 이번엔 좀 멀쩡해보인다며 젠사장과 너사장과 슬사장은 만족스러워 하지만, 호모포기아끼가 다분한 코사장은 영 못마땅한 눈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펄그림이란 놈인지 년인지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안녕 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