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김무성-유승민…'90도 사과' 재현될까?

[the300] [런치리포트-與 '넘버2'의 투쟁사④]사건 전개 데자뷔…당내 영향력, 공천 밀접 사안 등은 차이점

최경민 기자 | 입력 : 2015.10.0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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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의회주의를 무시하고 여당의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힘으로 찍어냈던 국회파탄의 참사 제2라운드가 시작된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1일 오전 국정감사대책회의를 통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둘러싼 새누리당의 계파갈등을 이같이 평가했다. '여·야 합의→청와대 반대→친박의 흔들기→여·야 합의안 백지화 위기'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 시절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데자뷔 처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5월29일 유 전 원내대표는 여·야 협상을 통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을 함께 처리키로 합의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대통령령 등 정부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률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될 경우 국회가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청와대는 이에 곧바로 "정부의 행정입법을 침해했다.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월권"이라고 반발했다.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의원들도 즉각 '유승민 때리기'에 나섰다.

김무성 대표의 경우 지난달 28일 추선 연휴 기간 중에 야당의 문재인 대표와의 '부산 담판'을 통해 안심번호 기반의 국민공천제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청와대는 이후 "민심왜곡 등이 우려된다. 우려스러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며 여·야 합의안에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이후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의 '김무성 때리기'가 이어졌고 김 대표는 1일 자신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야당이 오히려 편을 들어줬다는 것도 두 건이 비슷한 점이다. 지난 5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문재인 대표는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말을 듣는데 청와대가 계속 딴지를 거는 것은 유감"이라고 유 전 원내대표를 두둔했다. 이번 '안심번호 파동'에서도 문 대표는 "공천제도 개혁에 관해 청와대가 끼어드는 게 납득이 안 간다. 청와대가 공천권을 움켜쥐려고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결말도 같을지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 유 전 원내대표는 친박 뿐만 아니라 김태호 최고위원 등 비박 인사들에게 집중포화를 맞았다. 여·야 합의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6월2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까지 행사하기에 이르렀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며 사실상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고, 유 전 원내대표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박 대통령에게 사과했지만 결국 7월8일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의 당내 정치적 입지는 유 전 원내대표와 명백한 차이가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원조친박'에서 박 대통령과 사이가 멀어진 '탈박' 인사로 자신만의 계파라고 할 만한 세력이 없었다. 김 대표 역시 '탈박' 출신이지만 '무대(무성대장)'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리더십을 발휘해왔고, 당 대표 기간까지 거치면서 '김무성계'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자신만의 정치세력을 구축해왔다. 김무성계 의원들은 김성태, 장윤석, 강석호, 김학용, 권은희 등 20여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안의 종류가 다르다. '국회법 개정안 파동'과 달리 '안심번호 파동'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생명줄이 달린 공천룰을 정하는 방식이다. 공천을 결정하는 당 대표인 김 대표에게 비박계 의원들이 결집된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김 대표는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고 말해오며 비박계 사이에서 팽배한 청와대발 '공천학살'에 대한 우려를 차단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총에서는 "걱정하지 마라. 정도로 간다. 청와대가 당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 오늘까지만 참겠다"고 말했다. 유 전 원내대표와 달리 전면전도 불사할 태세다. 아직까지는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 처럼 대통령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일 마음은 없어 보인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위 2015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대통령이 국정을 헌신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일하고 있는데 여당이 충분히 뒷받침 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박근혜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2015.6.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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