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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식후경

정안 밤

옛 토종 밤 맛이 난다

충남 공주시 정안면은 차령산맥 안에 있다. 제법 400~600미터에 이르는 봉우리들이 정안면을 둘러싸고 있다. 분지에 가깝다. 서북부는 산이 높고 남쪽으로는 산지가 낮은데, 이 비탈의 산자락에 밤나무가 자란다. 땅은 모래가 많아 물 빠짐이 좋다. 사질토라도 메말라 있지는 않다. 밤나무 낙엽이 수북이 쌓여 시커멓게 거름기가 돈다. 과실 농사하기에 딱 좋은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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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안면은 전체가 야트막한 산지이다. 산비탈에 듬성듬성 심어져 있는 나무가 밤나무이다.

2 막 익어가고 있는 밤송이이다. 이 상태에서 송이가 누렇게 변하면 밤이 저절로 떨어진다.
3 정안밤생산자영농조합법인 직판장에 있는 밤 조형물이 독특하다.

사라져간 토종 밤

한반도에 밤나무는 자생한다. 산과 들에 흔한 것이 밤나무였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선사시대 때부터 밤을 먹었다. 그 먼 옛날부터 조선시대까지 밤은 기호식품이라기보다는 구황식품에 가까웠다. 가을이면 산야에서 밤과 도토리를 거두어 식량으로 썼다. 토종 밤은 중간 정도의 크기에 단맛이 강하다. 1950년대 이 토종 밤에 큰 시련이 닥쳤다. 밤나무혹벌이라는 해충이 크게 번져 수많은 토종 밤나무들이 말라 죽었다. 거의 멸종하다시피 했다. 1960년대 후반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밤나무 식재에 적극 나섰다. 일본에서 가져온 품종이 주로 심어졌으며, 토종 밤나무를 개량하여 선발한 품종도 있었다. 일본에서 도입한 품종이 주로 심어지면서 밤 주산지의 변화가 생겼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경기도 양주, 용인, 가평, 수원 등이 밤 주산지였는데, 1960년대 이후 경남 하동과 진주, 전남 광양과 순천 등 일본의 자연환경과 비슷한 남부지역이 주산지로 떠올랐다. 이 같은 밤 주산지의 변화에 정안은 거의 북단에 위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주 밤’이 아닌 이유

정안에 밤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1960년대 말이다. 품종은 일본에서 도입한 것이었다. 그중에 단택[단자와, 丹澤]이 인기를 끌었다. 단맛이 좋은 품종이다. 특히 구우면 속껍질이 잘 벗겨져 군밤용으로 많이 팔려나갔다. 그 외 은기[긴요세, 銀寄], 축파[쯔구바, 筑坡] 등이 심어졌다. 이후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선발된 품종도 심어졌다. 그 대표적인 품종이 옥광대보이다. 197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국내 밤 생산량이 급증을 하였다. 일본 수출이 활발하여 밤은 큰 돈벌이가 되었다. 국내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에 수출하였다. 1990년대 들면서 일본 수출이 주춤해졌다. 대신에 국내 수요가 크게 늘었다. 우리 입맛에 맞는 품종도 필요했고 지명과 농산물명이 결합된 브랜드도 필요했다. 정안에서 재배하는 여러 품종 중에 우리 입맛에 맞는 품종을 선발하여 집중 재배하고 품질 관리를 해나갔다. 브랜드를 ‘공주 밤’으로 할 것인지 논란이 있었지만 공주 전체 밤 생산량 중 40%에 달하므로 ‘정안 밤’을 고집하기로 했다. 현재 정안 밤은 국내 밤 브랜드 중에 최상위를 달리고 있다.

토종 밤 맛이 나는 ‘옥광’

정안에서는 700여 농가가 2,200헥타르에서 연간 5,000여 톤의 밤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7% 정도이다. 이 중에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양이 50%에 이른다. ‘정안 밤’이라면 믿고 사는 소비자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정안에서 생산되는 밤은 단택, 축파, 옥광, 대보, 덕명 등이다. 이 중에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은 옥광이다. 중간 정도의 크기이지만 당도가 상당히 높고 단단하여 입안에서 부서지는 느낌이 좋다. 삶으면 속살이 노랗고 밤 특유의 향이 짙다. 속껍질도 잘 벗겨져 군밤으로도 좋다. 나이든 어른들은 옥광에서 사라져간 토종 밤 맛이 난다고 말한다. 옥광보다 맛에서는 약간 모자란 듯하지만 큼직한 대보도 꽤 인기가 있다. 이 두 품종의 밤은 다른 품종의 밤보다 가격이 비싸다. 한때 맛없는 일본 품종의 밤이 범람한 적이 있다. 싱겁고 물러 고구마보다 못하다는 말도 들었다. 정안 밤은 밤의 이런 불명예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달고 고소한 옛 토종 밤 맛을 재현하고 있는 까닭이다.

발행일

발행일 : 2009.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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