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2017년 北성장률 추정 결과' 발표···1997년 -6.5% 이후 최저
2016년 3.9% 성장 후 1년 만에 逆성장으로 급반전, 對北제재 영향 커
대외교역 15% 감소에 경제 3개 핵심부문(농림어업·광공업·제조업) 모두 위축
국정원 전략硏 "올해도 北 마이너스 성장 불가피…관계계선 적극 나설수도"
한국당 "北核제재 무용론 팽배했지만 효과, 들뜬 평화분위기 가다듬어야"

북한 경제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마이너스 3.5% 성장으로,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의 -6.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여파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극심한 가뭄과 만성적인 에너지 자원 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산업 전반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3.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997년 기록한 -6.5% 성장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다. 

한은이 발표하는 북한 경제지표는 우리나라의 가격과 부가가치율 등을 적용해 추정한 것으로 우리나라 시각에서 남북한 경제력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활용된다. 

사진=한국은행 자료
사진=한국은행 자료

1990년대 후반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이라 부를 만큼 대기근에 시달려 300만명의 사망자와 50만명의 유랑자가 발생(1994년~1999년 기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5~1998년 매년 홍수와 가뭄을 겪었고, 곡물 생산이 아예 안 돼 공산주의 체제의 요체인 '배급'이 끊길 정도였다.

이후 북한 경제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0.4%의 성장률로 돌아선 뒤 2005년 3.8%까지 올라섰고, 지난 2010년(-0.5%)을 제외하고는 0.4~1.3% 사이의 미약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러다 2015년 -1.1%로 꺾였고, 2016년 3.9%로 올라섰으나 2017년 다시 역(逆)성장으로 반전된 것이다.

신승철 한은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지난해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수출이나 생산활동이 아무래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은 농림업 비중이 큰데 지난해 기후가 안 좋았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전력 사정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요인이 부정적인 쪽으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 보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북한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농림어업은 2016년 2.5%에서 2017년 -1.3%로 꺾였다.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인 광공업도 석탄을 중심으로 광업 성장(-11.0%)이 나빠지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 부문 GDP가 전년 대비 8.5% 감소하며 20년 만에 가장 안좋아졌다.

제조업도 2016년 8.4%에서 2017년 -6.9%로 역성장하며 지난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에너지 자원 부족으로 중화학공업 생산(-10.4%)이 위축된 탓이다. 

저수량 감소로 수력발전량이 줄면서 전기·가스·수도업도 -2.9로 부진세를 면치 못했다. 건설업도 -4.4%로 지난 2006년(-11.5%)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서비스업은 0.5% 성장하긴 했으나 2013년(0.3%) 이후 가장 낮았다.

북한의 산업구조는 지난해 광공업과 건설업 비중이 줄어든 대신 농림어업과 서비스업 비중이 상승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농림어업은 명목GDP 대비 차지하는 비중이 22.8%로 전년대비 1.1%p 상승했고, 광공업은 전년대비 1.4%p 하락한 31.8%로 집계됐다. 서비스업은 31.7%로 전년대비 0.6%p 올랐다.

생산활동 위축의 주된 요인인 대외 교역감소는 더욱 큰 폭으로 관측되고 있다.

2017년 북한의 대외교역은 55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65억3000만 달러)대비 15.0% 감소했다. 

수출(17억7000만 달러)은 전년대비 37.2%나 줄어 2010년(15억1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광물 제품 수출은 전년보다 55.7%, 섬유제품 수출은 22.2% 감소했다. 수입(37억8000만 달러)은 전년보다 1.8% 늘었다.   

한은은 "2016년 대북제재는 민생 목적의 수출이 허용된 탓에 실효성이 떨어졌지만 지난해에는 북한의 주력 제품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금지 조치가 이뤄지며 충격이 컸다"고 분석했다.

남북 교역 규모는 극도로 축소됐다. 개성공단 폐쇄의 영향으로 2017년 남북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99.7% 줄어든 90만 달러였다. 

2017년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은 36조6000억원으로 한국(1730조5000억원)의 2.1% 수준에 불과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6만4000원으로 한국의 23분의 1(4.4%) 수준에 머물렀다. 

한편 북한 마이너스 성장 발표에 관해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급감의 원인과 전망' 자료에서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한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북한의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북제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71호)에 따른 수출 급감 및 광업 생산의 저조를 주요 요인으로 꼽는 한편 "대북 석유수출을 제한한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올해부터 수출제재에 더해 수입제재가 본격화됨에 따라 내부 생산에 직접적 악영향이 초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등 북한의 경제건설 총력노선 추진에 차질이 예상된다"며 "향후 경제건설 총력노선 달성을 위해 대남·대외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홍지만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때 '북한이 핵을 갖고도 승승장구해 제재도 소용없다'는 주장이 팽배했지만, 마이너스 성장은 제대로 된 제재는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며 "제재를 어떻게든 완화해보려고 꼼수가 등장하는 요즘의 성급한 행태에 대한 경고"라고 상기시켰다.

홍 대변인은 "제재의 효과가 드러난 만큼 지금은 김정은이 마이너스 성장의 의미를 숙지하고, 지지부진한 비핵화에 좋은 약이 될 수 있게 우리의 (평화 선전으로) 들뜬 분위기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는 고난의 행군 때 남측이 베푼 선의가 독으로 돌아왔던 경험을 상기하고 요즘의 대북 접근 방식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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