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이름은 알았다"..맹탕 청문회 속 성과도

[the300][런치리포트-반환점 돈 국조특위]②기금모금 靑 강제성·김기춘 최순실 존재 확인·대법원장 사찰 등

구경민 기자 l 2016.12.20 05:46


'최순실 게이트' 사태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활동이 반환점을 돌았다. 최순실이 빠진 반쪽 청문회였지만 전경련 해체움직임과 최순실 존재를 모른다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름은 알았다"고 실토하는 등 몇가지 수확도 있었다. 

먼저 지난 6일 대한민국 재계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총수 9명이 나와 이목을 끌었던 1차 청문회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재벌 총수들이 의혹으로만 제기된 미르· K 스포츠재단 기금 모금 출연에 대해, 청와대의 강제성이 있었음을 일부 시인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번에 미르와 K스포츠 등 청와대 요청을 우리 기업하는 사람들이 거절하기는 참 어렵다"면서 우회적으로 강제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청문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경련에 기부금을 내지 않고 탈퇴하겠다"고 밝혀 대기업 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전경련이 55년만에 해체든 쇄신이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른바 '최순실의 남자'들로 불렸던 증인들이 출석한 2차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어떤 인물인지, 국정농단을 어떻게 했는지가 드러났다. 고영태 전 더블루K이사는 최순실에 대해 "모욕적인 말을 자주하고 대통령과 급이 같은 권력서열 1위였다"고 말해 '국정농단의 몸통'이라는 점을 뒷받침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도 "어쨌든 최순실 씨하고 대통령하고 거의 같은 급에 있는 거 아닌가 생각을 한다"고 했다. 

특히 최순실 씨의 존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증언 번복을 이끌어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차 청문회서 "최순실의 이름을 못 들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과거(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영상을 보니 기억이 난다"고 번복했다. 김 전 비서실장은 2차 청문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의 이름이 적시된 정윤회 보고서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의 영상을 공개하자 김 전 비서실장이 급히 말을 바꿨다. 이로써 김 전 실장 역시 이미 '비선실세' 최 씨의 존재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이 일정부분 입증됐다. 

3차 청문회에서의 수확은 '최순실 녹취록' 공개와 '비선실세' 최순실씨 등 이른바 '보안손님'이 검문없이 청와대를 오간 사실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선 시술도 확인됐다. 3차, 4차 두번의 청문회를 통해 최 씨가 귀국하기 전 독일에서 지인과 나눈 통화 내용이 공개됐다. 증거인멸을 위해 작전을 짜는 듯한 내용의 메시지가 포함돼 있었다. 

4차 청문회에서는 조한규 전 세계일보 사장의 충격적 폭로가 이어졌다. 최순실의 전 남편인 정윤회의 국정개입 의혹을 단독으로 보도한 당시 세계일보의 사장인 조한규씨는 "청와대가 양승태 대법원장의 일상생활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이혜훈 의원은 "지금 삼권분립을 뿌리째 흔들고 그러면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계시는 청와대가 사법부, 그것도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사찰을 했다는 얘기입니까?"라며 "이게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 아닙니까?"라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로써 3차와 4차 청문회는 청와대의 사찰 의혹이 폭로되고 최순실의 육성이 공개되는 등 나름 성과도 있었던 청문회로 평가받는다. 

지난 16일 진행된 현장조사에서는 최순실씨 단골병원이던 '김영재의원'의 김영재 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의 장모를 시술했다며 작성한 진료 차트의 사인과 평상시 사인이 달라 위조됐다는 의혹이 처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핵심의혹인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더이상 규명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청문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화제의 인물도 눈길을 끌었다. 고구마를 삼킨 듯 답답했던 청문회 속에서도 속 시원한 '소신·사이다 발언'으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이들도 있었다. 

1차 청문회에서는 참고인으로 출석한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의 활약이 빛났다.그는 참고인으로 출석했으나 재벌 총수들을 향해 의원들보다 더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폭로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인물로 평가받은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는 연이은 폭로로 주목을 받았다. 고 씨는 청문회에서 "김종 전 차관과 만난 적 있다. 최순실이 바라보는 김 전 차관은 수행비서", "최순실이 2년 전부터 모욕적인 말과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다"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옷을 100벌 가까이 만들었다"고 답하며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도 소신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2차 청문회에 불참했다가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끝에 자리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엉뚱한 발언으로 살벌한 청문회장에 웃음을 자아냈다. 안민석 의원과 마주하게된 장시호씨는 안 의원이 "내가 밉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인간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미워하지는 말아라"고 안 의원이 말하자 "꼭 한 번 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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