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서울 회차지 5곳 운영' 방침 불구 공간도 마련 못해
"정차할 곳도 찾기 어려워"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 지적
경기도가 광역버스 안전운행 종합대책으로 지난 8월부터 서울 5개 주요 거점지 운행 노선에 대해 '광역버스 운전자 쉼터'를 조성, 시범 운행한다고 밝혔지만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17일 도와 서울시, 경기자동차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도는 지난 7월26일 경기도 북부청사에서 31개 시·군 버스담당과장과 운송업체, 운송사업조합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광역버스 안전운행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도는 이날 최근 운전자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휴게시간 확보 차원에서 서울 강남역, 서울역, 잠실역, 사당역, 강변역을 운행하는 125개 광역버스 노선을 대상으로 '광역버스 운전자 쉼터'를 시범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또 8월~10월까지 시범 운행 기간 동안 운행시간이 2시간40분 이상일 경우 회차지에 정차공간을 마련해 운전자 교대와 휴게시간을 확보하고, 미만일 경우 회차지 인근 건물에 화장실을 지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도가 발표한 서울시내 주요 5곳 회차지에는 광역버스 운전자 쉼터는커녕 공간조차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14일 강남역 6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의 경우 경기도민들을 태운 광역버스가 줄지어 진입했다.

이들 광역버스 대부분은 강남역을 회차지로 하고 있지만 멈출 공간도 없이 손님들을 내리고, 태우면서 바로 돌아서 경기도로 내려가기 바빴다.

같은 날 서초역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높은 빌딩 사이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차량들 사이로 광역버스 운전기사들은 화장실 다녀올 틈도 없이 돌아가야 했다.

도가 서울 주요 회차지 인근 건물에 화장실을 지정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한 광역버스 운전기사는 "(서울시)주요 회차지 5곳은 많은 사람과 높은 땅값 등으로 쉼터를 조성할만한 공간을 찾을 수도, 사실상 만들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사들을 위한 휴게공간은커녕 잠시 버스를 정차할 곳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꼬집었다.

경기자동차노조 관계자는 "(광역버스 운전자 쉼터가)조성될 것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구체적 위치가 어디인지 통보해 준적도 없다"며 "(도가)광역버스 사고가 이슈가 되니 대책이라고 내놓고 정작 이행하지는 않고 있다. 버스운전자들과 업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 강남구청 관계자도 "강남역 인근에 운영 중인 (운전자)쉼터는 없다. 시가 가지고 있는 공여지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도 사실상 주요 회차지에 쉼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시인했다.

도 관계자는 "8월~10월까지 2개월 동안 서울 주요 5개 광역버스 거점에 운전자 쉼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조성된 곳은 없고, 협의 중"이라면서 "광역버스 안전운행 종합대책 발표 당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향후 협의가 마무리되면 대책을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수·김중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