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익명게시판
우연히, 문득 쓰는 장문의 일기 겸 수필  
5
익명 조회수 : 6431 좋아요 : 1 클리핑 : 1
1.
우연히 눈에 들어온 페이스북 친구찾기.
심심한 김에 안 친한 사람들 페이스북 파도타기나 해 볼 참이었다. 
나의 손은 무심코 연락처 관리를 눌렀고
그 곳에는 동기화 되어있는, 
잊어버리고 있었던 나의 과거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이름 하나. 
그 이름을 본 순간, 수 백 년간 묵혀놓았던 흙 속에서
단편의 기억을 갓 끄집어낸 듯한 느낌이었다. 
단지 이름 세 글자가 내 기분을 오묘하게 만들었다.

수 년 전, 학생 시절.
온라인에서 만났던 잘생긴 남자.
재밌고 즐겁고 다정했던 남자.
키는 크지 않았지만 자부심만큼은 거인이었던 남자.
그리고 남자친구가 있는 나.
군대에 가버린 남자친구, 만나지 못하는 남자친구, 외로웠던 나, 
그리고 만나고 싶다고 하는 괜찮은 남자.
마음은 요동치고 약속 날짜는 잡혔다.

하지만 스물 한 살의 나는 아직 순진한 아기였을 뿐이었다.
막상 눈 앞에 닥치자 발걸음이 망설여졌다.
하면 안 될 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결국 모텔 앞에서 그를 거절하고 말았다.
(사실 첫만남이 아닌 두번째 만남이었다면 넘어갔을 것이다. 백 퍼센트 장담하건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그는 내 입술과 가슴을 한 번씩 훔친 채로
그저 그렇게 뒤돌아서야만 했다.
그리고 그의 선택에 의해, 짧았던 관계는 끝이 나버렸다.

순간 호기심이 감돈 나.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에 그의 이름을 쳤고 손가락은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찾아낸 그의 사진. 
이름을 누른 순간, 나는 무언가 얻어맞은 느낌을 받았다.
순백의 웨딩드레스 사진. 그리고 그 옆에 미소짓는 그 남자.
얼마 뒤면 결혼한다는 소식이었다.
그의 페이스북 사방에는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는 멘트가 넘쳐났다.
나는 황급히 버튼을 눌러 페이지를 꺼버렸다.

남자친구와는 재작년에 헤어졌다. 수년 연애의 종지부를 찍은 순간. 
찬란했던 날들이 무색하게도 연애의 마지막은 참 더러웠다. 
타지에서 나에게 작별을 고한 채 자기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그. 
나는 배신당하고 믿음이 깨져버린 이후, 더 이상 순수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처럼 풋풋한 연애도 할 수가 없었다. 

공허가 마음을 휘감았다. 내가 뭘 기대한 거지?
순수했던 시절, 나의 순진함을 먹으려 했던 남자는 행복한 결혼을 꿈꾸고 있고
순수했던 시절, 영원할 거라 믿었던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여전히 싱글인 나...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꿈꾸던 나는 홀로 술을 마셨다. 
그건 왜였을까.


2.
지금도, 누군가는 영원을 약속하고 누군가는 유혹을 하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빈틈을 가린 채, 채워지지 않을 공기를 주입한 채,
격렬하게, 열정적으로, 불타오르면서.

그렇게 나도 어느 순간,
텅 빈 공간을 채워줄 사람을 찾고 있었다.
붉은 선홍빛 연애를 꿈꾸면서.but.re

 
익명
내가 누군지 맞춰보세요~
http://redholics.com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익명 2016-04-15 15:05:41
흠...글잘쓰시네..마지막 문구는 저도좀...ㅎ
익명 2016-04-14 10:09:30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익명 / 와..감사합니다^^
익명 2016-04-12 14:51:04
21살의 그녀는 당당했군요. 그녀에게 그 당당함과 순수함을 나눠 받으세요. 지금도 여전히 그녀는 당신이니까.
익명 2016-04-12 14:41:40
모텔 앞까지 와서 거절하는 여자 ㅎㅎ
1


Total : 30359 (1/2024)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0359 뱃지 보내시면 new 익명 2024-04-28 187
30358 메이드카페 [3] new 익명 2024-04-28 508
30357 며칠전에 [15] new 익명 2024-04-28 1384
30356 잘 지냈으면 좋겠다는 욕심 [13] new 익명 2024-04-27 1250
30355 오~호 new 익명 2024-04-27 886
30354 후방) 남자. 오늘따라 버섯이.. [2] new 익명 2024-04-27 738
30353 너무 더워서 [3] 익명 2024-04-26 823
30352 가끔 발정의 시간. 익명 2024-04-26 1076
30351 너무 더워서 [3] 익명 2024-04-26 677
30350 오늘따라 애널이 빨고싶네요 [3] 익명 2024-04-26 1202
30349 남자 약후) 여자들이 딱 좋아하는 크기 [7] 익명 2024-04-26 1782
30348 자지 크기 결론 [8] 익명 2024-04-25 1549
30347 헬스장 [6] 익명 2024-04-25 1083
30346 숭한사진 [6] 익명 2024-04-25 1666
30345 숭한거 찾으시길래... [4] 익명 2024-04-24 1500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