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그 여성 병사 68b #6345를 우리 엄마네 집에 데리고 가는 것은 조금 스트레스 있는 일이었다. 

우선, 그녀가 "엄마" 라는 게 뭔지 알고 있는지 의문이었고, 우리 엄마에게 68b #6345를 소개해 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로 설명을 해보려 했지만 엄마가 제대로 알아먹은 것 같지 않았다. 

날이 되자 정복 같은 것을 입고 있는 크리그 여성병사 68b #6345를 발견했다.

그녀의 단추를 모두 채운 검은색 셔츠의 옷깃에는 엠블렘이 있었으며 오른쪽 가슴엔 몇 개의 훈장과 리본이 달려있었다. 또한 그녀는 엄청나게 광을 

내어 사물이 반사되어 보이는 군화를 신고, 그녀가 항상 입고 있는 전투용 롱코트보다는 조금 얇은 재질로 만들어진 코트를 단추를 푼 채로 걸치고 있었다.  물론, 방독면도 쓰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니까.

이번엔 그녀가 차를 몰아야 했다. 왠지 모를 이유로 우리집 우편함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철조망에 걸려 넘어져서 어제 넘어졌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운전하는 모습은 색달랐다. 그녀는 교통 법규를 글씨 하나 안 틀리고 지켰는데도 어쩐지 이 차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었다. 

마침내 우리 엄마 집에 도착했고, 그녀가 방독면을 벗었을 때 나는 굉장히 놀랐다. 그녀는 내가 놀란 것을 눈치 채고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을 가리킨 뒤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인식을 말하는 거겠지. 아마 우리 엄마를 내 지휘관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나보다. 

처음엔 상황이 그리 좋게 흘러가진 않았다. 그녀는 우리 엄마를 보자 바로 경례한 뒤, 내내 보초를 서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엄마랑 같이 있던 시간들 중에 이번이 가장 어색한 시간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뭐 그래도 최소한 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엄마가 정원을 파낼 거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난 재빨리 크리그 여성 병사 68b #6345 쪽으로 고개를 돌렸으나 

그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엄마네 집 정원을 가로지르는 참호와 요새의 광경이 내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내가 밖으로 서둘러 나갔을 때

그녀는 삽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을 뿐이었다. 아마 이렇게 중요한 지점의 요새화는 지휘를 맡고 있는 사람의 직접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한가보다.

엄마에게 그녀가 도와주고 싶어하는 거라고 설명하고 엄마는 허락했다. 그녀는 30분도 안되서 정원에 식물을 심고, 다듬는 일을 모두 끝마쳤다.

몇 년 전에 내가 했을때는 거의 여덟시간이나 걸렸는데. 우리 엄마는 크게 기뻐했지만 내가 세뇌된 복제인간 여군과 사귀는 것은 계속해서 걱정하셨다.

뭐 더 나쁜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흥미롭게도, 크리그 여성 병사 68b #6345는 이 방문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차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표정을 바꾸어 조금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원이 적절하게 요새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가보다. 

나는 아주 잘 해주었다고 말하고 볼에 키스했다. 그녀는 아주 짧은 미소를 내게 지어주고 다시 그녀의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나도 이렇게 나를 위해주는 여자친구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