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과 회담 소동 피운 추미애, 사과하고 자중하라

2016.11.14 20:41 입력 2016.11.14 23:00 수정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을 불쑥 제안했다가 당 의원들의 반발로 한나절 만에 철회했다. 긴급 의총에서 다수 의원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양자회담을 졸속 결정한 그에 대해 강력 성토하며 회담 취소를 요구했다고 한다. 추 대표의 이날 깜짝 제안은 시기도 형식도 뜬금없었다. 두 사람이 만나 정국 수습이란 큰 틀의 의제를 놓고 담판을 짓겠다고 하지만, 견해차가 커 애당초 성과를 기대하기는 난망했다. 대통령이 퇴진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로 할 얘기만 하고, 검찰 조사를 앞둔 박 대통령의 위상만 높여주는 회담은 시민들의 부아만 돋울 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회담 제안도 다른 야당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민주당 지도부 가운데서도 일부만 알고 있었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발표됐다고 하니 돌출 성격이 짙다. 추 대표가 100만 촛불 민심을 대표하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이 제1야당이지만 국민들은 민주당에 수습권한을 위임한 바 없다” “국민이 추미애에게 영수회담 하라고 촛불 든 것 아니다”라는 반발에 부닥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시민과의 공감 없이 추진되는 회담은 추 대표가 민심을 독점한 듯한 오만함으로 비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추 대표의 독단적 의사결정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 취임 직후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가 역시 여론의 반발에 취소했고, 과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시절엔 비정규직 법안 단독 처리를 강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당내에서 “아닌 밤중에 홍두깨 만난 격” “추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의 독단이 다시 도졌다”고 우려하는 말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사태는 4·19혁명, 6월항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촛불의 바다에서 ‘대통령 퇴진’이란 말이 더는 새삼스럽지 않게 됐다.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지 않는 한 어떤 꼼수도 통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은 야 3당의 긴밀한 공조가 중요한 때다. 국민의당·정의당은 일찌감치 ‘퇴진’ ‘하야’로 당론을 정한 반면에 민주당은 100만 촛불집회를 본 뒤에야 가세했다. 대선주자들의 의견도 중구난방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 있는 제1야당 대표라면 야당 내 이견을 조율하고 통일된 안을 만드는 데 앞장섰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통령과의 회담을 우선한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기 위해 민심을 이용하려는 행태로 볼 수밖에 없다. 거대한 노도 앞에 소리(小利)를 챙기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추 대표는 이번 소동을 놓고 촛불 민심에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자중자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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