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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첫 100일]⑤32개 행정명령 '남발'…20개 취임 10일내 서명

등록 2017.04.2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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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서 난민들의 입국심사를 대폭 강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17.01.28

38개 공약 중 10개도 행정명령으로 정책 반영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한 달 여 남겨둔 지난해 12월 중순께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당선자 신분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행정명령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의회와 함께 일할 것을 조언했다.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은 “나의 임기 첫 2년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행정명령에 의지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잃은 후에도 큰 문제 있어선 타협안과 입법안을 찾기 위해 일관되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월20일 취임 직후부터 기다렸다는 듯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행정명령은 새로운 대통령이 정치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이다. 입법 활동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반면, 백악관에서 펜을 한번 긁으면 정부 정책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특권을 이용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고, 취임 100일이 되는 오는 29일까지 32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하게 된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역대 미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중 가장 많은 것이라고 한다.

 특히 행정명령 20개는 취임 후 10일 이내에 서명됐다. 대부분의 행정명령들은 오바마 시대 정책들을 부인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 또는 폐지하는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같은 기간 19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11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던 것을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도 하다.  

 이 추세로 간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동안 전임 대통령들보다 훨씬 많은 행정명령에 서명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간 277개, 부시 전 대통령은 291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364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들 중 상당수가 이민과 환경 및 기업 규제 등과 관련이 있다. 이것들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공약들과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취임 100일내 38개 공약을 현실화 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38개 공약 중 현재 실제 정책에 반영된 것은 단 10개 뿐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10개도 입법을 통해서가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과 같은 행정명령을 통해 실현된 것들이다.

【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 국토안보부에서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장벽을 건설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들어보이고 있다. 2017.01.26

 트럼프 대통령이 대부분 공약을 취임 후 버렸거나 신속하게 실현해 내지 못하고, 심지어 법원에 의해서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WP가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AP통신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인공적인 장벽"을 거론하면서 "처음 100일 동안 다른 어떤 대통령보다 더 많은 것을 해왔다"고 자랑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도 취임 후 28건의 입법안에 서명하기는 했다. 심지어 이 수치는 1949년 이후 최고 기록이라고 한다. 하지만 입법안의 내용을 보면 "사소하거나 절차적인 것들에 불과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케어나 내년도 예산안, 멕시코 장벽 건설 등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굵직한 법안들이나 예산안은 모두 의회에서 좌절됐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 양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의 연속성을 무시하고 오바마 시대를 부인하는 행정명령에 계속 서명하고 있는 것이 공화당과 민주당, 의회와 백악관, 민주당과 백악관 간에 정치가 작동할 여지를 아예 없애 버린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하원에서 트럼프케어 표결이 좌절되자 뒤늦게 민주당 상원의원들까지 백악관에 초청해 만찬을 했지만 그 또한 일회성으로 끝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의 "위헌" 행위와 경제나 이민 등에 대한 일방적 조치를 취소하기 위해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를 두고 실질적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겉치레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크리스티나 로드리게스 예일대학교 법대 교수는 "대부분 쇼"라며 "당장 꼭 필요한 게 아니고 검토 결과는 서류 작업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행정명령에 의존하지 말고 정치의 본령으로 돌아가라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언에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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