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외곽道 정부 구간 1㎞당 50원 불구 민자 구간 132원
공단, 도로운영사 4곳에 대출 '최고 65%' 높은 이자 챙겨
국민 상대로 고리 대금업 한 꼴 … "공공성 강화를" 목소리
국민연금공단이 민자도로사업에 대출을 해준 뒤 최고 65%의 고금리 이자를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민자도로 사업자들은 고금리를 핑계로 비싼 통행료를 책정해 국민 부담을 가중시켰는데, 결국 국민연금공단이 결국 국민들을 상대로 고리 대금업을 한 꼴이 됐다.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광온(민주당·수원정)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민자도로 투자 내역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민자도로 운영사는 일산대교와 미시령 터널(지분 100% 보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86%), 신대구부산고속도로(59%) 등 4곳이다.

공단이 이들 4개 민자 도로 운영사에 대출한 금액은 총 1조8687억원으로 이중 매년 고정금리를 적용하는 선순위 대출금은 1조1504억원, 매년 계약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후순위 대출이 7184억원이다.

선순위 대출금 규모가 많지만 이자수익은 높은 금리가 적용되는 후순위 대출이 더 컸다.

공단이 4개 민자 도로 운영사에서 올린 이자수익은 8월 말까지 1조7253억원으로 그중 후순위 이자가 1조152억원에 달했다.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미시령 터널 운영사에 국민연금은 최고 65% 이자율을 적용하는 후순위 대출 협약을 맺었다. 1243억원 대출금 가운데 후순위 대출은 291억원이다. 그중 146억원은 7~40%, 145억원은 65% 금리가 적용됐다. 이 같은 계약으로 국민연금은 8월 말까지 총 1035억원의 이자수익을 기록했다. 후순위 이자 285억원이 포함됐다.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일산대교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이 일산대교 운영사에 대출해준 금액은 1832억원으로, 후순위 대출금 361억원에 이자율 6~20%가 적용되고 있다. 공단은 8월 말까지 대출 이자로 122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중 343억원이 후순위 대출에 따른 이자수익이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의 경우도 공단이 대출해준 금액은 총 1조503억원으로 선순위 대출금 7500억원은 7.2% 고정 이자율, 후순위 대출금 3003억원은 20~48% 이자율이 적용돼 공단이 이 대출 계약으로 올린 이자수익은 8월 말 기준으로 8607억원이었다.

선순위 대출금 이자수익(3222억원)보다 후순위 대출금 이자수익(5384억원)이 더 컸다.

신대구부산고속도로는 총대출액(5109억원) 중 1581억원은 선순위 대출금(이자율 6.7%), 3529억원은 후순위 대출금이었다. 후순위 대출금에는 12%부터 최고 40% 이자율이 적용됐다. 이 대출로 공단은 총 6385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대부분이 후순위 대출 이자수익(5040억원)으로 이미 원금보다 이자수익이 많아졌다.

이 같이 국민연금이 비싼 이자를 받으면서 결국 높은 통행료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는 하나의 노선임에도 정부가 직접 투자한 남부구간은 1㎞당 평균 통행료가 50원이지만 민간자본이 투입된 북부구간은 1㎞당 132원으로 훨씬 더 비쌌다.

박광온 의원은 "국민연금공단이 수익률을 앞세우고 국민부담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민간 투자회사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고금리 장사를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자 도로 공공성 강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이 4.75%인데 국민이 이용하는 도로에 고금리로 몇 배의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재수 기자 jjs3885@incheonilbo.com